김정관 장관이 털어놓은 '한미관세협상' 뒷이야기

임병도 2025. 8. 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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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촛불시위 사진 ·MASGA, 한미관세협상에 큰 기여... 자동차 업계 "최악은 피했다며 감사"

[임병도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관세 협상이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협상을 주도했던 실무진들의 노력이 하나둘 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협상 담당자였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김 장관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미관세협상 뒷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김 장관은 장관 임명장도 받지 못한 채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는데요, 이날 김 장관은 "정말 길지 않은 삶이지만 그 책임이라는 두 글자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라며 "새 정부 출범했는데 관세를 하게 될 경우에 나타날 어떤 영향이라든지 우리 기업과 경제에 미칠 후폭풍을 생각하면 참 힘든 시간이었다"라며 그때의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언론 보도와 달랐던 협상 과정

일부 국내 언론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2+2 회담 취소와 루비오 국무장관 면담 취소를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김 장관은 "저도 솔직한 심정이 두 분이 경륜도 많으시고 해서 와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전장에 나갔는데 갑자기 오기로 했던 큰 원군이 못 오게 됐다는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의 미국의 밀당 전략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밀당은 아니었던 걸로 생각이 드는 게 저하고 같이 했던 러드닉 상무장관하고 이야기했을 때 그런 느낌은 없었다"라며 "그 당시에 마침 스코틀랜드에서 미국 대통령이 움직이는 일정들이 있었다. EU 하고 이슈 때문에 그런 일정들이 겹치면서 나타난 걸로 이해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원래 캐비닛룸이 보통 정상 간에 만나거나 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희들이 먼저 기다리고 다음에 대통령이 나타나시는 게 보통 관례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저희를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저희를 보더니 악수를 그냥 하실 뿐만 아니라 허그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좀 덩치도 있고 저는 왜소한 편이어서 당황하긴 했는데 되게 따뜻하게 맞아줬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 생각에는 한국하고 관계를 좋게 가져가겠다는 생각이 이미 머릿속에 있으셨던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산업부 직원이 낸 회심의 MASGA 아이디어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1500억달러(약 208조 5000억 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크게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장관은 "다른 나라 협상하고 차이점이 있었다면 저희는 구체적으로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 한국은 굉장히 구체적으로 준비를 해 왔구나 (생각할 정도로 많은 준비를 했다)"라며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께서 우리 대통령님하고 통화하실 때 조선협력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보이셔서 그때부터 준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단순히 조선 쪽에 1500억 달러 (투자)한다는 게 아니라 조선 1500억 달러를 어디에 쓸 것인지, 예를 들면 미국에 있는 조선소 현대화를 한다든지, 미국 해군이 제일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정비하는 부분인데 그런 부분을 어떻게 쓰겠다는지, 그리고 미국에 있는 근로자 노동자들을 어떻게 훈련시킬 것이라든지, 이런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갔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를 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 장관은 '미국을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차용한 MASGA 아이디어는 "산업부의 특출한 과장 한 명이 의견을 제시했다"라며 "(처음에는) 조선업은 미국 입장에선 굉장히 아픈 부분인데 이걸 하는 게 맞을까 이런 논란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아, 할 만하겠다. 왜냐하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바가 현재 약한 부분을 강하게 만들겠다는 거고 조선업도 미국이 원래 세계 1등이었었거든요. 그걸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그 취지에서 맞겠다 싶어서 저희들이 준비를 했는데 그게 저희들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가 아이디어를 낸 과장에게 표창장을 줄 계획이냐고 묻자 김 장관은 "그럴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농산물 개방 협상,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이 계기

김 장관은 "통상 쪽에서 농산물에 대한 민감성을 어떻게 우리가 보여줄 수 있을까. 결국 그게 말로 해야 되는 건데 협상장이니까. 말로 해서는 보여주기가 쉽지가 않고 되게 민감했다"라며 "저희들이 사실 불났던 사진, 비가 와서 소가 떠내려가는 사진들 이런 사진도 준비를 해 갔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분들(미국 협상단)이 정치인 출신이고 하다 보니까 있겠다 싶어서 이분들한테 가장 각인시킬 수 있는 광우병 파동 때 있었던 그 사진을 준비했다. (미국 측에서) 그 사진을 보고 이게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은 "미국 쪽에서 국내 농민 단체나 수해 지역의 이슈를 다 알고 있었다"라면서 "미국은 반미 정서란 말은 아닌데, 한국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트럼프 대통령도 그러셨고 러드닉도 마찬가지고 한미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라고 전했습니다.

30개월 미만 정육 수입 문제에 관해서는 "현재 30개월령이 남아 있는 나라가 두 나라가 있는데 러시아와 벨라루스이다. 벨라루스는 굉장히 러시아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한 나라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그 나라만 있기 때문에 방어하기가 쉬운 논리는 아니었다"라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물량이) 전 세계 1등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월령과 상관없이 미국 소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근데 이 이슈가 국민 정서를 자극해서 예를 들면 소고기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날 경우에는, 미국 입장에서도 굳이 지금 현재도 1등인데 소탐대실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 업계 "최악은 면한 상황"... 정의선 "감사하다"

자동차 관세에 대해 15%가 아니라 12.5%로 협상했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국이 굉장히 강한 입장이었고, 이번 협상에서 아쉬운 분야였다"라면서도 "우리 자동차 업계에서는 다만 이게 만약에 15%가 아니라 25%였으면 있었을 후폭풍을 생각하면 최악은 면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정부는) 2.5%의 갭을 자동차의 R&D라든지 협력업체,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이라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공개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라면서 "왜냐하면 25%가 화장실 가기 전하고 후하고 마음이 다를 수는 있는데 일단은 그 상황에서는 예를 들면 최악은 면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하고 나머지 2.5%는 다른 나라하고, 우리 경쟁 국가들하고 불리하지 않은 정도의 수준은 됐기 때문에 나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서 이 분야를 캐치업해 나가자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국방비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문제 삼아 통상 쪽을 압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상대가 러드닉이라는 상무장관 출신이어서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그 분야는 국무부라든지 안보실 이슈이기 때문에 저희 쪽과 논의가 된 바는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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