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젊은 인재 등용…글로벌 경쟁력 확보 [스페셜리포트]
기회의 순간 2. 인사로 조직 활력
젊은 인재 등용…글로벌 경쟁력 확보
지난 2017년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됐다. 이후 삼성은 태스크포스(TF) 체제를 8년째 유지해왔다. 이 회장이 재판 받는 동안 오너로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TF는 사업부별로 나뉘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TF,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TF다. 이 가운데 중심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였다.
이 회장이 사법 굴레를 벗어나며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그룹 미전실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해체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전시’ 상황을 벗어났으니 ‘평시’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사업지원TF는 삼성전자라는 특정 계열사 소속이면서도 그룹 전체의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작 법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각 계열사 이사회에 있다. 특정 사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업지원TF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이 회장이 약속한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도 맞지 않는다.
‘재무관리통’이 사업지원TF를 이끄는 데 대한 반발도 컸다. 과거 그룹장 수준에서 결정해온 연구개발이 TF의 C레벨 사장, 부회장까지 단계별 결재 보고를 받아야 했다. ‘사업지원TF 보고를 올리려면 복잡한 사업 내용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적어내라’고 했다는 일화는 업계에서 쓴웃음을 불렀다.
’기술의 삼성’이라는 명성을 잃어가자 젊은 인재가 등을 돌렸다. 지난해 한 반도체 전공 박사는 주저 없이 SK하이닉스를 선택했다. 삼성 계열사 출신인 부친이 “그래도 삼성전자 취업이 낫지 않겠느냐”고 권했더니, 아들이 “모르는 소리”라는 면박을 줬다고 한다. ‘하 → 삼 → 하’라는 단어도 생겼다. 예전에는 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이직했는데, 지금은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옮기는 추세를 비유한 말이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기회의 순간’을 맞으려면 엔지니어 중심 인사로 분위기를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그룹이 오래 이어온 인사 전통인 ‘65세 룰’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65세 룰은 65세가 되면 일선 경영진에서 물러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부회장·사장 등 핵심 경영진 24명의 평균 연령(연나이)은 60.2세다. 10년 전인 2015년 핵심 경영진(당시 이재용 부회장 제외) 22명의 평균 연령은 59세였다. 올해 60세 이상 핵심 경영진은 14명으로 전체 24명 중 58%를 차지한다. 10년 전 60세 이상 핵심 경영진이 22명 중 10명으로 과반수 이하였다.
핵심 경영진 중 1960년생인 정현호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이 65세다.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최고경영진 ‘정년 시기’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하지만 불문율처럼 ‘65세 룰’을 지켜왔다.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이 룰을 중요한 인사 원칙으로 삼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나이가 들면 판단력이 쇠퇴함을 언급하며 “65세가 넘으면 젊은 경영자에게 넘겨야지 실무를 맡아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독자경영을 시작하던 시기에도 유지됐다. 지난 2017년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65세)이 연말 인사에 앞서 사퇴 입장을 밝힌 이유도 ‘65세 룰’이었다는 후문이다. 그해 연말 인사에서 윤부근(64세)·신종균(61세)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2022년 김기남 부회장(64세)과 김현석·고동진(61세) 사장이 용퇴했다.
이 회장이 재판받는 동안에는 노하우와 경험을 중시하며 ‘올드맨’을 중용했다. 지난해 5월 1960년대생인 전영현 부회장이 삼성전자 DS부문장에 위촉된 게 그 사례다. 이젠 이런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벗어나 젊은 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결정권을 쥔 핵심 경영진 고령화로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재계는 올해 삼성전자 연말 사장단 인사를 주목한다. 이재용 회장이 65세 룰과 본인의 평소 원칙에 따라 젊은 인재를 발탁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파운드리 역량 제고 숙원 과제
올 하반기부터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지난 2분기 실적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어닝 쇼크’ 원인으로 지목된 조 단위 재고자산 충당금도 대부분 HBM 관련 비용일 것으로 시장은 판단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반도체(DS) 사업 부문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에 1조5000억원 이상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에서 1조원, 파운드리에서 5000억원 수준이다. 충당금은 창고에 쌓인 재고 가치가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미리 손실 비용을 계산해두는 것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충당금 상당 부분이 HBM3E 관련 재고와 중국 수출용 엔비디아 H20 탑재용 HBM3일 것으로 보고 있다.
HBM3E 관련 충당금은 엔비디아 공급을 목표로 제조됐지만, 품질 인증(퀄테스트)을 통과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H20은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을 강화한 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노려 만든 제품으로, 합법적으로 중국 수출이 가능한 최고 사양 AI 칩이다. 지난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 수위를 높여 H20 수출까지 막았다. 다만, 미국이 최근 H20 공급 재개를 허가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올 하반기 삼성은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는 한편, 6세대 HBM4에서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히는 게 목표다. HBM은 적층 난도에 따라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돼왔다. HBM4는 HBM3E 뒤를 잇는 6세대 제품이다. 특히, AI 반도체 산업에선 불연속적 기술 발전으로 기존 기술과 제품 수명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HBM과 GPU(그래픽처리장치) 역시 지속적으로 신규 칩이 시장에 나와 기존 칩 감가상각 속도가 더 빨라진다. HBM3E보다 HBM4 양산을 서둘러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선단 공정에서 HBM4 양산 초기 수율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짧은 수명 주기로 손익 변동성이 커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역량 제고를 서두르고 있다. HBM의 경우 세대가 거듭될수록 파운드리·패키징 영향력이 커져 이 부문 역량을 확보하지 않고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가령, 6세대 HBM4 패키지 최하단에는 ‘베이스 다이(BaseDie)’가 배치된다. 베이스 다이는 GPU와 연결돼 HBM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버퍼 다이’ 혹은 ‘로직 다이’라고도 한다. 이전 세대보다 월등한 고속·고용량 성능을 구현하려면 베이스 다이가 기존 HBM처럼 단순히 D램 칩과 GPU를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 연산 등 시스템반도체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베이스 다이는 기존 D램 공정으로는 제작이 어렵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평택 제4캠퍼스(P4)를 중심으로 HBM4부터 1c 공정으로 SK하이닉스에 ‘역전승’을 노린다. 다만, 산업계에선 1b에서 1c로 ‘퀀텀 점프’를 노리는 삼성전자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수율과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HBM4는 이번 분기 주요 고객들에게 양산 샘플이 전달되며 2026년 엔비디아 루빈을 비롯한 AI 제품에 탑재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며 “파운드리는 4나노(nm) 및 2nm 공정 개선을 통해 신규 고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신규 거래선 확보 등을 통해 영업적자 폭을 축소해나갈 전망”이라 밝혔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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