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첨단2단지 도로 황당한 설계..."제 생계 터전 통째 사라졌어요"

윤철수 기자 2025. 8. 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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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 어느 날 갑자기, 생계 사업장 잃게 된 시민의 호소
20년 일궈온 말사육 농장 그대로 관통하며 폭 20m 도로 설계
농장주 "생계사업 강제 말살하는 것"...道 "공지한 설계, 변경 어려워"
애조로에서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연결하는 진입도로 개설공사의 설계도면 변경과정에서 한 축산사업장 시설물이 통째 편입되었음에도 사전 협의없이 확정 통보식으로 공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설계도면의 말 농장 지점. 노란색 표시구역이 말 농장 부지로, 80% 가량이 도로에 편입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공사업의 진입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전 협의도 없이 한 개인 사업장을 통째로 도로 용지로 편입하는 형태로 설계한 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에게 확정 통보식으로 공지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개인의 사유재산(토지)에 대한 단순한 편입을 넘어서, 생계 사업장을 완전히 강제로 폐쇄 조치하는 것에 다름없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행태의 헌법적 권리 침해 사례로 꼽힌다.

논란의 사업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진입도로 개설공사.

첨단과기단지로의 원활한 진출입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 공사는 총 193억원을 투입해 애조로 2개 지점(북서측, 북동측)에서 제2첨단단지로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하는 목적으로 한다. 

2개 구간 중 북서측 진입로는 800m 구간으로 기존 도로를 확장(폭 20m)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진입도로 위치도. 오른쪽 빨간 점선이 논란의 진입도로 구간.  

북동측 진입로는 1250m 구간을 왕복 4차로인 폭 20m 규모로 새롭게 개설한다. 이번에 설계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바로 이 북동측 도로 구간이다.

제주도는 지난 6월 19일 이 2개 진입도로 공사의 기본설계안에 대해 월평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이날부터 7월3일까지 주민 공람을 진행하며 의견을 수렴했다.

의견 수렴과정에서는 설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한 개인의 사업장이 사라지게 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제주시 월평동 477-1번지 일대 3필지 4800㎡(약 1450평) 부지에 위치한 말 사육 농장인 S목장을 그대로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말을 사육하는 축사인 12칸의 마방을 비롯해, 말 진료시설, 말 운동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이 목장이 소유하고 있는 말은 혈통 제주마 20마리인데, 해당 농장 시설을 주 사업장으로 하여 인근 지역 임대부지에서 말을 키우고 있다.
도로 편입으로 인해 철거 대상이 된 말 사육 농장(축사 시설).
도로 편입으로 인해 철거 대상이 된 말 사육 농장(마방 시설).

◇ 갑작스럽게 변경된 설계안...농장 철거 '날벼락 통보'

문제는 도로의 설계가 최초 제시됐던 내용과 달리, 농장 부지 한복판을 관통하는 것으로 갑작스럽게 변경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에게 처음 제시했던 설계도면을 확인한 결과, 최초안에서는 사업 구간의 기존 농로를 따라 도로 선형이 설계돼 있었다. 이 때에도 해당 농장 부지가 일부 편입은 돼 있었으나, 면적은 일부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주민설명회에서는 제시한 설계도면은 농장 시설물 전체를 뒤덮으며 도로를 개설하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설계가 그대로 적용될 경우 농장 면적의 80% 이상이 도로로 편입되는 것은 물론, 농장 내 시설물 전부를 철거돼야 한다. 이 설계도면(3안)은 주민들에게 확정안으로 공지됐다. 
애조로에서 제2 첨단과학기술단지로 연결하는 진입도로 개설공사의 변경된 설계도면. 파란색 원 표시가 말 농장 지점. 

농장 운영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농장 전체를 철거하라는 날벼락과 같은 통보를 받은 셈이다.

S목장 운영자인 강모씨는 공람기간 중 자신의 사업장을 철거해야 하는 설계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대 의견서를 정식 제출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이미 공지된 설계안을 다시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에 강씨는 지난 4일 제주도지사 앞으로 "생계사업 말살 행정 중단을 촉구합니다"라는 내용의 민원서를 재차 제출했다. 삶의 터전인 생계 사업장이 통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실을 호소했다.

그는 "사업장 중앙을 직접 관통하면서 1450평 중에 신설 도로에 편입되지 않은 부지는 300여평이나, 하나는 길쭉한 모양의 100여평 정도의 자투리, 다른 하나는 삼각형 모양의 200여평 정도의 자투리만 남게 된다"며 "이 상태로는 말 농장 사업장
도로 편입으로 인해 철거 대상이 된 말 사육 농장(축사 내 말 진료실).
도로 편입으로 인해 철거 대상이 된 말 사육 농장(사진은 말 운동시설).

부지로 전혀 사용할 수 없고, 현재의 사업장은 완전히 공중 분해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이 사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전제, "그런데 공공사업이라는 이유로 행정당국이 개인 사업을 공중분해시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 "개인 생계사업은 공공사업을 위해 박살 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개인 사업장을 풍비박산 내면서 행정을 집행하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공공사업이라는 이유로 한 개인이 피땀을 흘리며 일궈놓은 말 사업을 무참히 짓밟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설계변경 과정, 담당부서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도로 설계도면이 변경이 됐음에도 사전 협의나 고지가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변경된 설계가 적용될 경우 S목장 사업을 영위할 수 없고, 시설물을 전면 철거해야 한다는 점은 설계자나 도청 담당부서에서 모두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이 내용을 당사자에게 정확하게 사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공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다수의 논리를 들어 한 개인의 사업장을 무참히 짓밟는 이러한 행태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식 행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담당 부서가 발표한 제3안 설계도면에는 '말 농장'이라는 표시도 뚜렷하게 적혀 있습다"며 "이렇게 볼 때 담당 부서는 이 도로노선을 설계할 때부터 말농장이 운영되고 있음을 사전에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도 말농장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도로노선을 설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정의 결정으로 한 개인이 20년 동안 쌓아온 사업이 풍비박산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했다.

◇ 주민공람 의견제출은 형식적?...실상은 확정 통보?  

사업장 철거 위기에 놓인 강씨가 확정된 설계도면의 내용을 확인한 것은 주민설명회가 끝난 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해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 설득 시도, 사전 협의 노력도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씨는 "제가 말농장 사업장 부지 대부분이 도로에 편입되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은 도청 담당 부서가 2025년 6월 18일 주민설명회에서 제3안 설계도면을 공개한 후이다"며 "주민설명회 다음날 공개된 도로노선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까지는 첨단2단지 조성사업 계획 때 그려진 도로계획선으로 도로가 나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라며 "(변경된 설계도면을 확인한 후) 서러움이 북받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예상외의 결과가 눈앞에 닥치면서 앞이 캄캄했다"고 했다

이어 "제3안 설계도면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서로부터 작업 설계도면에 따른 의견이나 말 농장 사업에 대한 의견을 단 한 번 들어본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정의 '주민 공람'과 의견수렴이 한낱 요식적 절차로 전락한 단면도 드러냈다.

변경된 설계도면이 공개된 시점은 주민설명회가 열린 6월18일이었다. 주민공람 기간은 6월19일부터 7월3일까지 15일간이다. 공람 기간 중 설계안에 대한 주민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제출했지만, 이미 확정된 설계안이어서 '변경 불가'로 응수하고 있다. 주민공람의 실상은 일방적 확정통보였던 것이다.

강씨는 "변경된 설계 내용의 심각성을 알게 된 때부터 담당 부서에 말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축사시설과 일부 사업장 부지만이라도 살려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지역 주민들의 서명 동의를 함께 받아 제출했다"면서, "담당 부서를 찾아 절박한 사정과 심정도 얘기했는데, 그러함에도 담당 부서는 이미 정해진 도로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 농장을 완전히 뒤덮는 진입도로 설계. 

◇ 제주도 "설계 변경은 어렵다"...절충 대안은?

그럼, 제주도정은 왜 강씨의 이러한 호소에도 설계도면을 사전 확정한 것일까.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 6월 18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설계도면안을 공지했다"며 "때문에 더 이상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설계도면을 다시 바꾼다면, 이해가 맞물려 있는 다른 토지주들이 또 다시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그런 점 등을 고려해서 설계 변경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민의견 수렴을 겸한 공람 절차가 진행됨에도 설계안을 먼저 확정시킨 것에 대한 절차적 논란은 남아있다.

기존 농로 동선을 따라 설계됐던 안이 변경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진출입 부분을 원만하게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초 설계안은 농로를 따라 가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 때에도 목장 부지 일부는 편입돼 있었다"며 "그러나 교통영향평가 심의에서 진출입 부분의 예각 문제를 지적했고, 이 부분을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설계 변경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도 설계 변경으로 인해 한 개인의 사업체 전체가 도로에 편입되며 붕괴되는 상황이 있음에도, 왜 당사자에게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여기에 '설계 변경 불가'를 전제로 하는 상황에서 제주도정이 농장 운영자와 협의를 볼 수 있는 대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설계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어렵고, 다만, 편입되는 토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방안을 검토한 후 농장 운영자 분과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장 운영자는 공공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되는 상황의 부당함을 강력히 제기하며, 설계 변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황당하게 다가오는 이번 '설계변경'의 논란. 제주도정의 명백한 절차적 잘못일까, 공공사업 과정에서 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일반적 상황일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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