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의 다음 목표 "남성팀 이끄는 여성 지도자, 제가 해보겠습니다"
거상 김만덕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름이 오른 여성 리더입니다. 부모를 잃고 힘겹게 살았지만, 혼자 힘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삶의 가치가 실록에도 남게 된 거죠. 그가 처했던 상황, 문제의식 그리고 걸어왔던 길은 지금과도 통합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튼튼하니까요. '오늘의 김만덕 이야기'를 매주 전합니다. <편집자말>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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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의 꿈 2011년 1월 연합뉴스가 김포공항 국제청사에서 지소연 선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남긴 사진 제목이다. |
| ⓒ 연합뉴스 |
2006년, 열다섯 살의 나이로 남녀 통합 최연소 국가대표 출전 기록을 세웠고, 30일 뒤에는 최연소 골이라는 신기록을 썼다. 그 후로 20년, A매치(FIFA가 인정하는 정식 국가대표팀 간 경기) 169경기에 출전했고 74골을 넣었다. 대한민국 축구 선수 중 가장 많이 출전했고 가장 많이 골을 넣었다. 남녀 통틀어 독보적 1위다.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인 그는 일본 리그를 거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했다. 2014년 잉글랜드 첼시 위민에 입단했고, 그 해 WSL(여자 슈퍼 리그)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아시아 선수로 이 상을 받은 선수는 1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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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소연의 눈물 2010년 8월 4일, 독일 U-20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이 3위를 차지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기자회견 도중 지소연 선수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당시 그의 어머니가 암투병 중이란 소식이 알려진 상태였다. |
| ⓒ 연합뉴스 |
20년 만에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 2주가 지난 후 지 선수에게 우승 소감을 물었다. "기뻤다"고 했다. 동시에 '한편'을 얘기했다.
"마음이 조금... 그랬는데요. 10대 때부터 같이 뛰던 선수들, 임선주·최유리·손화연·이영주·이민아 선수 등이 이번에 부상 등으로 함께 뛰지 못했거든요. 월드컵도 매번 같이 출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만 같이 못해서 마음이 아팠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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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정 2016년 12월 14일이었다. 지소연(왼쪽부터), 김혜리, 이민아 선수의 서울 중계본동 연탄 나르기 봉사 당시 모습이다. |
| ⓒ 연합뉴스 |
7월 9일, 동아시안컵 중국과의 경기에서 2:1로 뒤지고 있던 상황. 후반 추가 시간 4분에 터진 극장골(축구 경기 종료 직전 들어간 승부와 직결되는 골)은 지소연의 몫이었다. 우승의 디딤돌이 됐다.
7월 16일 동아시안컵 여자부 최종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은 골도 지소연의 발끝에서 탄생했다. 0:0의 무승부 상황을 뒤바꿀 페널티킥을 지소연이 찼다. 대만전에서 승리하면 동아시안컵 우승인 상황이었다. 페널티킥에 실패하면 우승도 멀어질 테고 그 책임은 오롯이 지소연이 감당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지소연은 "솔직히 사실 정말 차기 싫었다"고 했다.
- 우승을 결정짓는 골을 결국은 지 선수가 넣었습니다. 넣자마자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머릿속으로는 온통 '다행이다'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정말 PK(페널티킥) 차기 싫었어요. 우승으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임에도 이번에도 내가 그 책임을 지고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싶었어요. 저로 인해서 우승을 못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동생들한테 누가 차겠냐, 했더니 아무도 대답을 안 하더라고요. 혜리(대표팀 김혜리 선수, 우한 징다)가 '그래도 네가 차야지'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던 거 같아요. 그 상황에서는 제가 차는 게 맞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이제껏 달려온 시간도 있고 책임지는 게 맞으니까요. 20년을 기다려 왔던 거기도 하고요. (기회를) 날려도 내가 날리고 넣어도 내가 넣자, 했어요."
- 결정적 순간에 결국은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그 중압감은 상당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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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동아시안컵 2013년 7월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대회 여자축구 한국과 중국과의 경기가 한국의 1-2 패배로 끝이 났다. 지소연 선수가 그라운드에 앉아 환호하는 중국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리그가 발전하려면 선수들 기량이 좋아야 한다. 기량이 늘려면 경쟁이 붙어야 하는데 지금은 뛰는 사람만 뛴다. 당장 자녀들에게 최고 연봉 5000만 원인 여자 축구를 시킬 사람이 얼마나 될까."
2023 여자축구연맹 시상식에서 올해의 미드필더상과 도움상을 수상한 직후, 지소연은 WK리그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직설적 비판을 내놓았다. 수원 FC에서 뛸 당시였다.
- WK리그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바꿔내야 하는 거, 처우 개선이라고 보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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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12월 23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4 KFA 시상식' 당시 모습이다.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지소연 선수가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손흥민 선수. |
| ⓒ 연합뉴스 |
"WK리그 경기는 월, 목 오후 4시여서 보고 싶은 팬도 경기를 보러 올 수 없잖아요. 팬들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뛰니까 상당히 외롭더라고요" (지소연 인터뷰집 <너의 꿈이 될게> 중)
경기 시간을 주말로 옮겨달라 요청했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 평일 오후 4시에서 7시로 미뤄졌을 뿐이다. 지소연은 '그래도'와 '우리'를 말한다.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님이 바뀌시기도 했고, 변화를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회장으로, 협회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고요. 저 혼자 목소리보다는 선수협회라는, 선수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해 주는 단체가 있으니까요. 선수들과 함께 남자·여자 선수가 하나 되어 목소리를 모아보려고 해요. 저 혼자 떠들어도 안 되는 거 같아요. 단체 목소리의 힘이 더 큰 거 같습니다."
- 선수협회에 등록된 여자 선수들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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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6월 9일,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 지소연 등 선수들이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를 앞두고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그는 2005년부터 18년을 "남자 선수 옷을 입고 뛰었다"고 했다. 지 선수는 담담히, "저는 첼시에서 이미 여성 전용 유니폼을 입었었으니까 '국가대표인데 왜 여성 전용 유니폼을 못 입지'라고 의아했다"고 전했다.
그간 지소연은 자신에게 마이크가 주어지면 한국 여자 축구의 고질적 문제들에 대해 얘기해 왔다. 그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욕 먹는 게 두렵기도 했다"던 그다. 매번 쓴소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외롭진 않았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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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6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트-들론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한국과 노르웨이의 경기에서 패한 한국의 지소연이 소속팀 첼시(잉글랜드)에서 함께 뛰는 중앙 수비수 노르웨이의 마리아 토리스도티르와 포옹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국에서 1년 반, WK리그 위상을 확인했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물론 미국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였기도 하고요. 미국에서 좋은 제안이 와서 고민하다,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면 좋을 거 같아 결심했어요. 제가 몸이 된다고 하면, 2027년 월드컵 무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몸 상태로 가고 싶었어요. 물론 못 갈 수도 있지만, 매해 최선을 다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요. 제 마지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미국으로 갔던 거 같아요."
[지소연의 다음 스텝] "단장이 되고 싶어요, 초호화 코칭 스태프를 꾸릴 겁니다"
그의 나이 올해로 서른 넷. 선수 그 다음을 그릴 차례다. 지도자와 행정가(단장) 두 길 모두 준비 중이지만, "전체적인 환경을 바꾸기 위해 행정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크다"고 했다. 여자 축구의 발전을 더 빠르게 이끌고 싶은 바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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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있는 전설, 지소연 선수. |
| ⓒ 지소연 선수 블로그 갈무리 |
"2022년 겨울이었어요. 그 때 발목 수술하고 쉬는 중이었는데 미셸 강 대표님이 한국 저희 집 앞 카페로 오셨었어요. 워싱턴 스피릿으로 데려가려고 하셨었죠. 그 때 수원 FC랑 계약하고 도장에 잉크도 안 마른 상태여서 '가더라도 1년 뒤에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연락 한 번 드려봐야 될까요.(웃음)"
-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왔는데, 그 전까지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승이었죠. 그런데 동아시안컵 우승을 해서 2026 AFC 여자 아시안컵을 노려봐야 할까요. 오늘(7월 30일) 조 편성도 나왔어요. 2022년 아시안컵에서 저희가 결승전 간 것도 사실 기적이었어요. 한국 여자 축구 선수 풀이 1400명 정도에요. 일본·중국과는 규모 자체가 달라요. (2019년 기준, 한국 여자 축구 등록선수는 1497명, 일본은 5만 1000명, 중국은 2만 359명이다. - 기자 주) 동아시안컵 우승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우승 사실을 잘 모르시는 거 같더라고요. 중계도 안 됐고요... 하늘에 별따기지만, 그래도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해보겠습니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못다 한 말이 있는지 물었다. '언니'로서의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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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7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여자부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 2 대 0으로 승리하며 우승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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