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인공지능 ‘와이푸’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xAI의 그록(Grok)의 새로운 버전 그록4에 AI 동반자 기능이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동반자 캐릭터는 두 가지, 하나는 붉은 판다 ‘루디’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한 ‘아니’. 문제가 된 캐릭터는 후자로, 이 서비스가 출시되자 사람들은 “xAI에서 ‘AI 와이푸’를 출시했다”며 놀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를 “나의 신부”라고 부르는 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 문화가 영어권에도 퍼지면서 이 표현에 등장하는 신부를 칭하는 영어 와이프(wife)의 일본식 발음 ‘와이푸(waifu)’라는 신조어가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은 가벼운 농담에 등장하지만, 심각한 오타쿠의 경우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와이푸’를 그려 넣은 물건으로 방을 가득 채우는 사례도 있다.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남성인 걸 생각하면 ‘와이푸’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록4의 여성 동반자 캐릭터 ‘아니’를 와이푸라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생김새와 이름도 그렇지만 이 AI 동반자가 젊은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가지기 쉬운 성적 환상을 채워주는 내용이 담긴 말을 건네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가 타자를 치는 대신, 음성으로 이 캐릭터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인간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한 달에 30달러, 우리 돈으로 약 4만 원을 내야 하지만, 주류 AI 기업에서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서비스를 통해 여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자라는 사람들이 과연 현실에서 여성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을까? 어차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라도 이용하겠다면 사회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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