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자가 공갈죄로...검찰과 법원도 '대기업 편'이었다

구영식 2025. 8.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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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갑질'로 산산조각 난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의 꿈②

[구영식 기자]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인 한온시스템의 공장 간판에 '대진유니텍'이라는 이름이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이전기사] "현대·기아차 납품 31년"...갑질 피해자는 왜 감옥에 갔나'에서 이어집니다.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벤더)인 한온시스템의 이사회가 열리기 전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빠른 시일 내에 부품수급이 이루어질 것이다. 제품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2016년 4월 20일자 <메트로신문>). 현대·기아차 구매팀장도 대진유니텍 인수 협상에 참석하기 이틀 전(2016년 4월 18일) 각 공장 생산관리팀에 원래 생산하기로 했던 차량을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라(현대·기아차의 생산라인 조정)고 요청하는 등(법정 증언) 대진유니텍의 공급 중단 선언에 대비했고, 인수 협상에 참석해서는 한온시스템과 대진유니텍 사이를 중재했다.

이어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6년 4월 21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사업양수의 대가"로 800억 원, "분쟁해소 합의금"으로 500억 원 등 총 1300억 원에 2차 하청업체인 대진유니텍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13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인수금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0분' 만에 이루어진 신속한 인수 결정이었다. 1300억 원의 인수대금도 이사회가 열린 직후(4월 21일)와 이틀 뒤(4월 23일)에 각각 500억 원과 700억 원(800억 원에서 원천징수 세금 100억 원을 뺀 금액)씩 나누어 받았다. 인수 결정부터 계약 체결과 인수대금 송금까지 속전속결이었다.

기업 인수계약 체결하고 일주일 만에 공갈협박죄 고소...법원 모두 유죄 인정
국회와 학계 "국가형벌권의 과잉... 검찰과 법원이 대기업의 갑질 도우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9년 1월 31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갑질 피해자가 공갈범이 되는 나라'라는 칼럼에서 "을의 눈물을 공갈죄로 옭아매는 신종 갑질로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 법률신문
그런데 한온시스템은 1300억 원에 대진유니텍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지 일주일이 지난 2016년 4월 29일 송 전 대표를 특가법상 공갈죄로 고소했다. 형법 제350조에 따르면, 공갈죄는 사람을 공갈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두 차례나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결국 불기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에 이어 법원도 송 전 대표의 공갈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9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2017년 12월). 2심 재판부는 형량만 징역 6년으로 낮췄고(2018년 10월),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2019년 3월). '대진유니텍이 대체조달이 불가능한 부품을 납품하지 않으면 2-3일 내에 현대·기아차의 완성차 생산라인이 중단되고, 10만의 협력업체들도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을 이용해 부품공급 중단을 무기삼아 거액을 받고 기업을 매각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한온시스템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당시 한온시스템을 변론한 곳은 '법조계의 삼성'인 '법률사무소 김앤장'이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9년 1월 31일 <법률신문>에 기고한 '갑질 피해자가 공갈범이 되는 나라'라는 칼럼에서 '카드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면 사기죄로 고소하는 신용카드회사'의 사례를 두고 "형사처벌의 위협으로 카드빚을 갚게 하려는 신용카드사의 기획에 국가형벌권이 동원되는 꼴이다"라며 "자동차산업의 불공정거래행위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원청업체의 불합리한 단가결정 등 갑질에 시달리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부도위기의 한계상황에 몰린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갑질에 따른 손실보전 차원의 자금지원 또는 경영권 인수를 요청하고 원청업체가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통보에 대기업과 원청업체가 공갈죄로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을의 눈물을 공갈죄로 옭아매는 신종 갑질로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하청업체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 대전고법은 판결문에서 대전유니텍이 당한 '갑질' 피해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이 대진유니텍에 거래관계상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납품대금을 일방적으로 차감하고, 금형이나 제품의 품질을 구실로 면박을 주고, 굴욕적인 문구가 들어간 확약서를 징구하는 한편 요구에 불만을 표시하거나 응하지 않는 경우 수개월간 거래를 끊어버리기도 하는 등 비난가능성이 높은 속칭 '갑질'을 일삼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분노로 인하여 촉발된 점이 인정된다"는 대목이 존재한다.(2019년 3월 18일 <헤럴드경제> 보도).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을 맡고 있던 추혜선 당시 의원은 지난 2019년 4월 9일 '자동차산업 중소협력업체 피해자협의회' 관계자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진유니텍의 사례'를 언급했다. 추 의원은 "한온시스템을 비롯한 1차 협력업체의 불공정행위들, 그리고 2차 협력업체 경영진을 감옥에 보내면서까지 저항을 틀어막으려고 하는 것은 모두 현대자동차의 비용절감을 위한 '갑질'에서 시작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추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진유니텍처럼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부품공급 중단을 실행하거나 통보한 뒤 협상을 통해 회사 경영권을 팔거나 손실보상을 받은 것에 대해 검찰과 법원이 공갈죄로 처벌한 경우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태광공업, 서신스탭스, 지아이에스, 진서테크, 두성테크 등 총 16건 이상이었다.

실제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9월 한온시스템이 하청업체들을 상대로 '대금 후려치기'를 한 것에 대해 133억 원의 지급명령을 내리고 11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한온시스템은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공조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하청업체들의 납품대금 80억5000만 원을 106회에 걸쳐 부당하게 감액했다. 한온시스템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인 방식으로 납품금액을 감액했고, 감액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발주물량을 축소하거나 거래처를 다른 업체로 변경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19년 6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하도급 전속거래구조에 있어 국가 형벌권 행사의 비대칭성)'에서 추혜선 의원은 "수직적 갑을관계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없이 하청업체만 처벌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이다"라며 "법원과 검찰이 대기업의 갑질 도우미로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납품단가 후려치기, 재고부담 전가 등 갑질에 대한 제도적 개선 없는 현실을 두고 부도 직전에 최후의 카드로 손실보상이나 기업인수 협상를 꺼내든 2차 협력사에 일률적으로 공갈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잉발동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에서 승소한 한온시스템은 '매각대금 회수'라는 명목으로 송 전 대표의 현금과 주식, 부동산 등을 가져갔다. 송 전 대표는 한온시스템이 가져간 자신의 재산 규모는 기업 자산가치 634억 원(세 곳의 공장 포함), 현금 750억 원 등 총 1300억 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매각대금 1200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라는 게 송 전 대표의 설명이다.

"대체생산에 9~10주 걸려" 대 "1-2일 이내에 가능"
 한온시스템은 법정에 제출한 '사실조회서에 대한 회신'에서 "2010년 대진유니텍에서 화재가 났을 때 100여 개의 금형을 다른 사출협력업체들에 긴급 이관해 생산했다"라고 밝혔다.
ⓒ 송윤섭 제공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부품공급 중단시 대체생산 가능여부와 대체생산에 걸리는 시간이었다.

먼저 부품공급 중단시 대체생산 가능 여부, 대체생산에 걸리는 시간과 관련, 한온시스템 측은 대진유니텍으로부터 금형을 회수해서 다른 하청업체에 맡기면 대체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금형이 있더라도 9주나 10주 걸린다"라며 "한국자동차산업에 마비가 온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품공급 중단으로 인한 하루 손실액이 100억 원이기 때문에 대체생산까지 걸리는 9주(63일) 동안 6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난다고 주장했다. 대진유니텍을 인수하지 않고 공급중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는 주장도 계속 폈다.

반면 송 전 대표 측은 "대진유니텍의 금형을 반출하면 1~2일 이내에 대체생산이 가능하다"라고 일관되게 반박하면서 하루 손실액도 24억 원(원래 생산하기로 했던 차량을 다른 차량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라인 정지에 따른 손실액)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 측은 "한온시스템이 자신들의 소유인 금형의 반환을 요구하지도 않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0년에 일어난 대진유니텍의 화재 사례를 근거로 대체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1월 29일 오전 대진유니텍에서 화재(누전)가 발생해 부품생산이 중단되자 한온시스템은 같은 날 오후 대진유니텍이 부품생산에 사용하던 100여 개의 금형을 다른 사출협력업체들로 긴급이관해 사출 제품을 생산하는 것(1월 30일부터)으로 부품공급 중단 사태를 해결했다. 이는 한온시스템도 인정한 사실이다.

현대·기아차 구매본부에서 지난 2016년12월에 작성한 '협력사 재난재해 발생 현황 및 대응방안' 문건에 따르면, 같은 해 하청업들에서 화재(8건)과 자연재해(지진 6건, 태풍 5건) 사고가 총 19건이나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 생산라인이 중단된 적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화재나 자연재해 같은 상황에서도 "한국자동차산업에 마비"가 오는 상황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자동차 부품 생산 전문기업의 전직 임원과 대진유니텍과 동일한 자동차 부품 사출업체의 현직 사장과 임직원 등 100명과 윤군진 서울대 공대 교수의 '금형을 이동해 48시간 이내에 대체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했고, 증언도 했다"라며 "우리 사건과 비슷한 서연이화와 태광산업의 분쟁사건에서 서연이화의 직원들이 금형 확보 후 6시간이면 대체생산이 가능하다고 증언했고, (서연이화를 변호한) 김앤장 변호사도 금형만 확보하면 1일 정도면 필요한 신규사출업체를 수배할 수 있다는 준비서면을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들 "대체생산에 60일 이상 걸려? 허무맹랑한 얘기"
 현대.기아차 1차 하청업체인 한온시스템 공장에서 생산한 공조 제품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오마이뉴스>가 만난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경우 대체로 1~2일 안에 대체생산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최근까지 현대·기아차의 1차 하청업체에서 근무했던 A씨는 "현대·기아차 시스템이나 협력업체와의 부품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최소한 24~48시간(1~2일) 이내에 부품이 공급되어야 자동차 생산라인이 중단되지 않는다"라며 "그런 체계가 확립되어 있는데 '대체생산에 60일 이상(9~10주) 걸린다'고 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얘기이고 위증이다"라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의 1차 벤더인 한온시스템은 대진유니텍 같은 유사업종 업체들을 여러 개 거느리고 있다. 왜 이렇게 하냐 하면, 노사분규나 부도, 화재 등으로 문제가 되면 그 아이템(부품) 금형을 유사업체들에 가지고 가서 24시간 안에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1차 벤더들은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원화, 3원화 생산시스템을 다 만들어 놓고 있다. 현대·기아차에도 그와 관련한 매뉴얼이 있고, 구매정책도 그렇게 시스템화돼 있다. 20~30년 동안 현대·기아차 1차와 2차 벤더를 해온 업체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A씨는 "유사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체계가 현대.기아차 SG(품질인증제도)의 구매계획에도 포함돼 있다"라며 "부품 공급이 안 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구축돼 있지 않으면 SQ 심사에서 탈락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인수대금을 주고 고소한 것은 시나리오를 짰음을 의미한다"라며 "그런데 대법원이 갑인 대기업의 입장만 유리하게 반영했다"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빅3 자동차 회사들 중 공급 구매계약 때문에, 즉 공급을 못했다고 형사처벌을 하는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다. 하도급 계약관계에서 물품공급을 안 했다고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공갈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도요타나 GM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한온시스템의 전신인 한라공조에서 근무했던 사출성형전문가 B씨는 "30년 넘게 관련업계에 근무하면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부품공급이 중단된 적은 없었다"랴며 "부도가 나거나 노사분규로 생산이 중단되는 상황에서도 방법을 강구해서 공급시켰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온시스템은 금형을 달라고도 안 했는데, '금형만 가져와서는 작업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변명이다"라며 "송 전 대표의 경우는 한온시스템 구매본부에서 일을 제대로 안 하고 뒤집어 씌운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내가 한온시스템의 구매본부장이었다면 금형을 가지고와서 생산이 가능한 협력업체들에 분산해서 생산했을 것이다. 한온시스템은 송 전 대표로부터 금형을 받은 뒤에 업체를 분산해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대전 등을 중심으로 한 사출업체들도 다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을 안 한 것이다."

20년 이상 한라공조에서 근무했던 C씨도 "대체생산하는 데 얼마나 걸리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같은 금형 사출기를 쓰기 때문에 같은 물건은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라며 "만약 금형을 안 주는 '배 째라' 상황이라도 현대·기아차와 협의해서 다른 업체로 돌리면 하루 이틀 안에 생산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타협하는 것이 1안이고, 보상금 지급 등이 2안이다. 그 중에서 타협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 점에서 한온시스템도 전체 자동차 라인이 끊어지면 안 되니까 협력사인 대진유니텍과 원만하게 협의해서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생기면 긴급한 대체생산을 생각해야 하고, 대체생산을 해내야 한다. 대진유니텍이 2010년엔가 화재가 났을 때 다른 업체들에 금형을 돌려서 생산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똑같이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화재가 났을 때처럼 할 수 있고, 할 수밖에 없다."

C씨는 "대진유니텍이 금형을 가지고 있지만 한온시스템의 소유이기 때문에 금형을 회수해 대체생산할지, 금형을 안 주면 어떻게 할지 등 백업플랜을 세워야 했다"라며 "그것이 1차 벤더의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출소 후 재심 위해 위증죄 고소했지만 무혐의
 과거 운영했던 대진유니텍 공장(현재 한온시스템) 앞에 선 송윤섭 전 대진유니텍 대표. 대진유니텍은 현대·기아차의 2차 하청업체였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지난 2022년 8월 4년 2개월의 감옥살이를 하다가 광복절 특사(특별사면)로 풀려난 송 전 대표는 "너무 억울해 교도소에서 자살을 3번이나 시도했다"라고 술회했다. 그는 출소 직후 윤여을 전 회장과 이인영 전 대표집행임원, 황춘식 전 현대차 구매팀장 등 총 6명을 '모해위증죄'로 고소했다.

송 전 대표는 이들이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부품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대체생산이 가능했는데도 대체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모해위증죄(형법 제152조)는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는 범죄로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수사에 나선 경찰(천안서북경찰서)는 윤여을 전 회장에 대해 두 차례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면조사만 진행했다. 또 다른 피고소인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두 차례나 반려하는 등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검찰은 한온시스템 법무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모두 증거부족으로 올 4월 8일 불송치(혐의없음)했다.

대기업(현대·기아차)과 1차 하청업체(한온시스템)에 의한 '갑을'질 피해자였음에도 검찰도 법원도 '갑을'의 손을 들어주었다. 감옥에서 풀려난 송 전 대표가 재심 신청을 위해 제기한 모해위증죄 고소사건도 경찰이 무혐의 처리함으로써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를 위해 31년 동안 고생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고, 전 재산을 빼앗아간 것이 정의인가?"라고 물으면서 "현대·기아차와 한온시스템, 김앤장이 다 한 편이 되어 중소기업 사장 한 명을 밟은 것인데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정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쥐가 무서워서 호랑이와 고양이가 협박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사람이 세상 천지에 누가 있나? 그런데 그 거짓말을 검찰과 법원이 믿어준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기자는 지난 6월 30일 송 전 대표와 함께 그가 일구었던 세 공장(충남 아산시·천안시 소재)을 둘러보면서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발언이 떠올랐다.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사법 현실에서 법과 정의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이제 전혀 새로운 시작과 접근이 필요했다. 법을 틀어쥐고 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에 짓밟히거나 법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필요했다. 법관, 검사가 아니라 피고인, 피의자의 처지에서 사법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절실했다. 법의 지배하에서 살아가는 많은 국민이 느끼는 법감정을 대변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강상구, <언제나, 노회찬 어록>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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