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세계관에 훌륭하게 안착한 여성 액션, 이건 아쉽다
[김형욱 기자]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여성 액션의 장이 열렸다. 안젤리나 졸리, 밀라 요보비치, 우마 셔먼, 샤를리즈 테론 등이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최근 들어 여성 액션의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파괴력 또한 이전과는 급을 달리한다. 남성 액션의 경우 '존 윅' 시리즈가 독보적인 세계관과 일찍이 접한 적 없는 스타일로 10여 년간 군림하고 있는 한편, 여성 액션의 경우 <아토믹 블론드>로 새 장을 연 후 그 유니크함을 뒤따를 작품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발레리나>가 여성 액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거론될 만하다. '존 윅' 시리즈의 세계관을 계승하는 스핀오프로, 극 중 존 윅의 암살 집단 루스카 로마의 신입 여성 킬러의 탄생을 다룬다. 이 작품의 숙제는 명확하다. 존 윅 세계관으로의 위화감 없는 성공작인 안착, 존 윅의 스타일을 이으면서도 고유의 액션 스타일 장착, 스핀오프로서 존 윅 세계관의 확장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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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발레리나>의 한 장면. |
| ⓒ 판씨네마 |
10년 넘게 혹독한 훈련이 계속된다. 겉으론 발레리나지만 사실 암살자이자 경호원이었다. 그녀는 웬만한 남자 고수도 이길 만큼 실력을 키웠다. 모든 미션을 완료하며 루스카 로마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정체 모를 암살자에게 습격을 받고는 옛 생각이 떠오른다. 암살자의 손목에 새겨진 X 표식이 아빠를 죽인 자들의 표식과 일치했던 것.
이브는 디렉터의 명령을 어기고 뉴욕 콘티넨탈로 향한다. 그렇게 피 비린내 나는 복수의 여정이 시작된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일 뿐이다. 정체 모를 집단에게 한 발짝씩 다가가며 그들의 정체에 가닿기에 이른다. 과연 이브는 아빠의 복수를 완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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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발레리나>의 한 장면. |
| ⓒ 판씨네마 |
시간상 <존 윅 3>과 <존 윅 4> 사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브는 루스카 로마에서 존 윅과 만나 의미심장한 말을 주고받는다. 조직의 명령을 어기며 날뛰는 이브를 제어하고자 존 윅을 급파하기도 한다. 루스카 로마와 수백 년간의 평화협정을 맺은 정체 모를 집단의 정체가 밝혀지기도 한다. 기존 존 윅 세계관의 안팎을 자연스럽게 드나든다.
영화의 핵심은 '선택'과 '결정'이다. 이브의 아빠 하비에르가 딸을 데리고 조직을 떠난 것, 루스카 로마가 이브를 데리고 온 것, 이브가 아빠의 복수를 위해 길을 떠난 것 등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모든 게 선택과 결정에 의한 것이다. 선택과 결정에 따른 후과는 본인이 짊어져야 할 테다. 영화는 그 과정과 결과를 철저히 조명한다.
'이제 갓 킬러의 길을 가려는 이가 아빠의 복수를 위해 조직의 명령도 불사한다'다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가 아쉽지만 그 밖에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것들은 합격점이다. 여성 액션은 신기원을 이룩했다고 봐도 결코 틀리지 않고, 존 윅 세계관에 훌륭하게 안착했거니와, 세계관 확장도 무난하게 해냈으니 말이다. 흥행이 아쉽지만 시리즈가 계속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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