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눕는 이 마을, '할머니 소나무' 구경하고 가세요
[문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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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사골 계곡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km의 골짜기로 지리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여러 골짜기 가운데서 가장 계곡미가 뛰어난 골짜기의 하나 |
| ⓒ 문운주 |
목적지는 뱀사골. 지리산 반야봉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숲과 암반을 따라 약 14km의 계곡을 이루며 달궁계곡·정령치계곡 등 다른 지류들과 합쳐져 만수천을 이루고 이는 다시 임천을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간다.
이번 여정은 뱀사골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 트레킹이다. 뱀사골 탐방 안내소에서 출발해 돗소, 석실, 요룡대를 지나 병소와 병풍소까지 오르며 계곡의 주요 지점을 둘러보고, 하산 길에는 와운마을에 들러 천년송을 만나고 돌아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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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뱀사골 반달곰 조형물 |
| ⓒ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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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사골 계곡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줄을 잇는다. 여름철에는 녹음 짙은 계곡 안에 삼복더위를 얼어붙게 하는 냉기가 감돈다 |
| ⓒ 문운주 |
바다에 바람과 파도·백사장이 있다면, 계곡에는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쏟아지는 폭포, 끊이지 않는 물소리, 깊은 소(沼)와 깎여 다듬어진 암석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래된 이야기도 함께 흐른다.
그 물소리와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걷다 보니, 돗소에 이른다. 멧돼지가 내려와 물을 마시고, 목욕까지 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물이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햇빛 중 파랑과 녹색 계열의 빛만 반사되고, 나머지 색은 물속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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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뱀사골 ‘포트홀’은 돌개구멍이라 불리며, 계곡 바닥 틈에 들어간 자갈이 빠른 물살에 회전하면서 파낸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다 |
| ⓒ 문운주 |
'포트홀'은 돌개구멍이라 불리며, 계곡 바닥 틈에 들어간 자갈이 빠른 물살에 회전하면서 파낸 항아리 모양의 구멍을 말한다. 마치 석수장이가 바위를 자르고 다듬어 조각을 만들고 항아리를 빚듯, 물은 오랜 시간 돌을 깎고 파낸다.
그리고 쓰고 남은 조각들은 다시 잘게 부수어 자갈이 되고, 모래가 되어 흘러간다. 아무런 도구 없이, 그저 흐름만으로 바위를 조각 하는 자연의 힘. 그 느린 반복 속에 담긴 질서와 인내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위대함이다.
요룡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탁용소를 지나 병소와 병풍소로 향했다. 계곡물은 여전히 맑고 힘차다. 소마다 물빛과 바위의 형상이 조금씩 달라 보인다. 각각의 소에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진다. 요룡대는 거대한 바위가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탁용소는 큰 뱀이 이곳에서 목욕을 한 뒤 허물을 벗고 용이 되어 승천하다가, 암반 위로 떨어지며 100여 미터에 이르는 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이 있다. 그 자국 위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용이 하늘로 오르는 듯해 탁용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병소를 지나며 계곡은 더욱 깊어지고, 바위와 물빛이 한층 또렷해진다. 조금 더 오르자 병풍처럼 절벽이 둘러선 병풍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면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잔잔한 소리를 낸다. 병소에서 시작된 정적이 이곳에 이르러 완전히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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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송 할머니소나무.지리산의 천연기념물 천년송은 와운마을 북쪽 능선에위치. 수령 5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반송으로 수형이 무척 아름답다. |
| ⓒ 문운 |
늦은 점심은 마을 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이날 여정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천년송을 보기 위해 급경사 데크길을 오른다. 올해 5월, 이 일대에 산불이 발생했지만 와운마을 주민들의 신속한 초기 대응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진화되었다고 한다.
불길을 막아낸 산자락에는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나무 한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령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로 높이 20.4m, 둘레 4.6m, 가지 폭은 18m에 이른다. '할머니 송'이라 불린다. 우산을 펼친 듯 사방으로 부드럽게 퍼진 반송 형태의 수형이 특히 아름답다. 바로 위에는 '할아버지 송'이라 불리는 또 다른 소나무가 함께 서 있다.
그 앞에 서는 순간, 오랜 세월을 품은 존재로부터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고 묵직한 감동과 에너지가 전해진다. 숲길을 따라 흐르던 계곡물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까지 어우러져, 이번 여정은 단순한 트레킹이 아닌, 자연과 호흡하며 깊은 시간을 마주한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다.
| ▲ 뱀사골 계곡 지리산 반야봉에서 반선까지 산의 북사면을 흘러내리는 길이 14km의 골짜기 ⓒ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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