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를 품은 낙엽, 그걸 치우자고 길을 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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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났다.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뿌려도 낙엽층에 막혀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조릿대, 굴참나무,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 그리고 최대 1m에 달하는 낙엽층이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된 낙엽 무게는 1ha당 300~400톤에 이르렀다. 산림청은 이를 산불의 연료물로 보고, 제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불을 막겠다며 낙엽을 치우고, 낙엽을 치우기 위해 임도를 낸다.
불씨를 품은 낙엽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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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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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 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강변에 불씨가 옮겨붙어 불이 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산청 산불이 보여준 낙엽 논란의 현실
2025년 3월, 경남 산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불길은 무려 9일간 계속되었고, 산림청은 하루에 55대의 헬기를 동원하고 160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그런데도 불은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KBS 등 언론에서는 이렇게 보도했다.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뿌려도 낙엽층에 막혀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조릿대, 굴참나무,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란 숲, 그리고 최대 1m에 달하는 낙엽층이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확인된 낙엽 무게는 1ha당 300~400톤에 이르렀다. 산림청은 이를 산불의 연료물로 보고, 제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낙엽을 치우려면 임도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나왔다.
원시림은 왜 낙엽을 치우지 않아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다시 묻자. 낙엽이 쌓이면 불이 나고, 꺼지지 않는다면. 낙엽이 더 많이 쌓인 '원시림'은 왜 잘 안 탈까? 원시림에는 임도도 없고, 사람이 낙엽을 치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큰불은 드물고, 불씨가 스스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하나다. 물이 있기 때문이다. 원시림은 그늘이 많고, 바람이 약하고, 토양에 수분이 머무른다. 그 안에서 낙엽은 젖은 채로 썩고, 미생물과 균류, 지렁이와 딱정벌레가 돌아와 분해한다. 낙엽은 쌓이지 않고, 토양이 된다. 물이 살아 있는 숲에서는 낙엽이 연료가 아니라 자원이 된다.
임도는 불과 산사태를 함께 부른다
산불을 막겠다며 낙엽을 치우고, 낙엽을 치우기 위해 임도를 낸다. 그러나 임도가 난 숲은 더 잘 탄다. 길은 물을 가르고, 바람을 불러들이고, 사람과 기계를 들인다. 숲은 더 마르고, 낙엽은 더 잘 타게 된다. 게다가, 임도는 단순한 길이 아니다. 변형된 지형은 유출계수를 증가시켜, 같은 비가 내려도 2, 3배 더 많은 물이 흘러내린다.
이로 인해 비가 오면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급류가 되어 아래로 몰리며 산사태를 유발할 위험까지 키운다. 결국 임도는 산불과 산사태를 동시에 불러오는 구조물이 되는 셈이다. 결국 불을 끄겠다며 숲을 더 태우고, 비를 막겠다며 산을 더 무너뜨리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낙엽은 매년 만들어지고, 그것을 매년 치워야 한다. 그 끝없는 작업을 위해 매년 길을 더 내고, 더 깊이 산을 파겠다는 것인가?
해법은 '치우는 것'이 아니라 '젖게 하는 것'이다
낙엽이 문제인 게 아니다. 젖어 있지 않은 낙엽, 그게 문제다. 물이 있다면 낙엽은 분해되고,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물모이'를 제안한다. 물모이는 빗물을 땅에 스며들게 하고, 낙엽을 촉촉하게 적시고, 생태계를 회복시킨다. 길이 아니라, 물이 해답이다.
자연이 알려주는 해법
낙엽은 매년 떨어지고, 원시림은 그것을 치우지 않는다. 그럼에도 잘 타지 않는 이유는, 숲이 젖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도와주는 것뿐이다.
결론: 숲을 살리는 길은 길이 아니라 물이다
불씨를 품은 낙엽은 위험하다. 하지만 더 위험한 건, 그걸 치우자고 산을 가르고, 숲을 말리는 논리다. 숲을 살리려면 길을 내는 게 아니라, 물을 모아야 한다. 원시림이 가르쳐준다. 낙엽은 없애는 게 아니라, 젖게 해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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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산불은 불씨가 아니라, 말라버린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그 말라버림의 원인은 단지 기후가 아니라, 그 기후를 더 건조하게 만드는 사람의 판단과 정책에 있습니다. 숲은 스스로 젖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물을 모으고, 흐르지 않게 해주는 구조를 만든다면 낙엽은 불의 연료가 아니라 흙의 재료가 됩니다. 낙엽을 치우기 위해 임도를 낸다는 논리, 그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스스로 물길을 끊는 일일 수 있습니다. 길이 아니라, 물을 모으는 상식. 이 기사를 읽은 당신의 주변에서, 작은 물모이 하나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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