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막히면 담을 넘자" 이 소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봉주 2025. 8. 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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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엄마, 이 책 진짜 재미있어!"라며 내밀었던 김정민 작가의 <담을 넘은 아이> 를 읽었다.

"푸실아, 네 이야기에 나는 가만히 박수 치고 싶었어. 너는 얼마나 담대한 아이였니. '여자'이고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밝혀 온 존재지만, 너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용기가 있었어. '문이 막히면 담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 네 목소리에 내 안의 작은 틀 하나가 흔들렸단다. 어른인 나도, 때론 너무 정해진 길만 보며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 네가 내게 말해준 이 다리는, 인생의 방향을 조금 바꿔주는 다리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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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정민 <담을 넘은 아이>

[이봉주 기자]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엄마, 이 책 진짜 재미있어!"라며 내밀었던 김정민 작가의 <담을 넘은 아이>를 읽었다.

아이의 표정에는 진심이 있었고, 그 믿음을 받아 그대로 페이지를 펼쳤다. 글자마다 조선 시대의 먼 풍경이 펼쳐졌지만 그 중심엔 '담'을 마주한 한 아이, 푸실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담'을 함께 껴안고 건너고 있었다.

흉년이 덮친 조선 시대 가난한 집의 맏딸 푸실이는 살아남기 위해 어린 동생을 지켜야만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주운 <여군자전>이라는 책 한 권으로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다. 이웃 돌금이에게 글을 배우고, 양반집 효진 아가씨와 선비의 도움을 받으며 언문을 익힌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대감댁 젖어미로 팔려가고, 여동생의 생명이 위태로워지자 푸실이는 담을 넘기로 마음먹는다.
 책표지
ⓒ 비룡소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라는 말처럼, 푸실이는 고정된 규칙과 차별의 담을 뛰어넘는다. 주인공 푸실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겨 본다.

"푸실아, 네 이야기에 나는 가만히 박수 치고 싶었어. 너는 얼마나 담대한 아이였니. '여자'이고 '평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밝혀 온 존재지만, 너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용기가 있었어. '문이 막히면 담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 네 목소리에 내 안의 작은 틀 하나가 흔들렸단다. 어른인 나도, 때론 너무 정해진 길만 보며 살았다는 걸 깨달았어. 그러니 네가 내게 말해준 이 다리는, 인생의 방향을 조금 바꿔주는 다리가 되었어."

이 책은 어린이용 동화지만, 어른에게도 더없이 의미 있는 이야기다. 차별과 담은 시대를 초월한 주제이지만, 푸실이는 그 무게보다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를 중심에 놓았다.

<여군자전>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자신을 선언하며, 담 너머에서 새로운 삶을 상상하고, 행동으로 나아간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푸실이가 자신의 처지를 "버겁지만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장면이다. 그 태도는 역경 앞에서도 자신의 길을 세워가는 힘이며, 효진 아가씨와 선비에게도 변화를 주는 촉매였다.

문장이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고 명료한 메시지를 전한다. 글을 모르던 푸실이가 글을 통해 삶을 바꾸고, 신분을 넘어서는 용기도 스스로 품어내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한다.

<담을 넘은 아이>는 '차별과 억압을 뛰어넘고자 하는 한 아이의 실천'이자, '우리 모두가 품어야 할 다름에 대한 이해와 연대'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이와 함께 읽은 이 이야기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서로에게 다리가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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