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폭염이 극한폭우 키웠다…'복합재난' 악순환 빠진 한반도

한반도가 폭염과 폭우의 악순환에 빠졌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어졌던 극한폭염이 지나기 무섭게 물폭탄 수준의 집중호우가 3일부터 전국을 덮쳤다. 폭염이 더 강력한 폭우를 부르면서 극단적인 여름철 날씨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서해상에서 매우 강한 비구름대가 유입되면서 전국 곳곳에는 폭염특보가 해제되는 대신 호우특보가 발령됐다.
밤사이 비구름이 정체한 호남권에는 기록적인 양의 비가 내렸다.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는 한 시간에 142.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1년치 비의 11%가 단 1시간 만에 쏟아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많은 시간당 강수량은 지난해 7월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기록한 146㎜인데, 이에 버금가는 수준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시간당 강수량 72㎜가 넘는 비를 ‘극한호우’로 분류한다.
무안과 함평에선 저지대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무안에서는 60대 남성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지난달 호우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에선 3일 밤 산사태 경보와 주민 대피령이 다시 내려졌다. 이미 많은 비로 인해 큰 피해를 본 남부지방은 5일 새벽까지 최대 12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태풍이 남긴 수증기, 서해서 폭발적으로 발달

주 중반인 6~7일에는 띠 형태의 좁고 강한 비구름이 북쪽에서 내려오면서 또 한 차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지난 한 주간 극한폭염을 견뎠다면, 이번 주는 극한호우에 대비해야 한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6일에서 7일에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의 남하 강도가 더 강해지게 되면 비구름대가 더욱 강하게 발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대급 7월 폭염·폭우에 전국 피해 속출
이렇게 중간이 없는 극단적인 날씨는 올여름 내내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초여름부터 때 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7월에는 마른 장마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호우가 전국을 덮쳤다.

폭우와 호우의 강도 모두 역대 기록을 경신할 만큼 강하다. 중앙일보가 기상청의 7월 기온 및 강수량을 분석한 결과, 전국 97개 기상 관측소 중에서 일 최고기온 신기록을 세운 곳이 16곳(16.5%)에 달했다. 일강수량 역시 13곳(13.4%)에서 기존 기록을 갈아 치웠다.
폭염과 폭우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재난 피해는 예년보다 더 커지고 있다. 3일 기준 온열질환자 수는 사망자 19명을 포함해 3127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24명)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가축 폐사 수는 145만 마리를 돌파했다.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 역시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2일까지 경남 14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7명이 사망했으며 2명은 실종된 상태다.
“더블 펀치 강도 세져…교대로 힘들게 할 것”

8월에도 폭염 속에 언제든 폭우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에 복합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폭염과 폭우가 교대로 우리를 힘들게 하는 패턴이 상당 기간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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