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아름답지 못했던 이별, 김판곤 감독은 왜 실패했나

이준목 2025. 8.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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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울산 구단, 성적부진 책임 물어 계약 해지 결정, 후임으로 신태용 감독 우력

[이준목 기자]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김판곤 감독이 마지막 고별전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울산은 8월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0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수원FC에 2-3으로 패했다.

울산 구단은 전날 이미 김판곤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장기간 무승 수렁에 빠져있는 울산은 김 감독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나마 자존심 회복을 노렸지만, 수원FC의 싸박과 윌리안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울산은 수원FC전 패배로 최근 공식전 11경기 연속 무승(3무 8패)의 부진을 이어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과 코리아컵에서 탈락한 데 이어, 리그만 놓고봐도 7경기(3무 4패) 연속 무승이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 3연패를 차지하며 K리그를 호령했던 울산이지만, 올시즌에는 8승7무9패(승점 31)로 리그 7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 전북 현대(승점 54)와의 승점차는 23점이나 벌어졌다. 사실상 올시즌 '무관'이 확정적인 것도 모자라, 하위스플릿 추락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또한 4연승을 기록중인 10위 수원FC(승점 28)의 승점차가 3점까지 좁히며 이제는 강등권이라는 공포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울산 구단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김판곤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후임으로는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12대 감독으로 부임했던 김판곤 감독
 김판곤 감독은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K리그1 20라운드 순연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울산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2일 수원FC와의 경기 벤치에 앉은 김판곤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제공
김판곤 감독은 지난해 7월 구단의 12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울산은 시즌중 갑작스럽게 A대표팀으로 떠난 홍명보 감독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하여 17일만에 김판곤 감독을 '소방수'로 선택했다.

김판곤 감독은 한국축구의 '풍운아'로 꼽힌 인물이다. 프로 선수에서 행정가까지 다채로운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축구계에서는 중심보다는 주로 비주류의 이미지가 강했다.

김 감독은 특이하게도 국내보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대표팀 등 해외에서 더 오랜 시간 지도자 경력을 쌓으며 '변방의 명장'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2018년에는 대한축구협회에서 감독선임위원장과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의 영입이 바로 김판곤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힌다.

특이하게도 김판곤 감독은 오랜 지도자 경력에 비해 모국인 한국에서 프로 1군 정식 감독을 맡은 것은 울산이 처음이었다. 부산과 경남에서 수석코치와 감독대행 등을 맡아본 적은 있지만 단기간이었다. 우승에 도전하는 디펜딩챔피언이자 스타군단 울산은 김 감독이 지도자 경력에서 맡아본 가장 큰 빅클럽이었다.

2024시즌 중반에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음에도, 김판곤 감독은 위기의 팀을 수습하여 K리그1 우승을 이끌어내며 3연패라는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는 1승 6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피하지 못하며 평가가 엇갈렸다.

2025 시즌은 울산이 본격적인 김판곤 감독 체제로 진정한 풀시즌을 보내는 첫 해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이미 불안요소로 지적된 체력과 뒷심부족, 세부적인 공격전술의 부재가 전혀 개선되지 않으며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김판곤 감독이 시즌 중에 지휘봉을 잡았던 2024년의 경우, 그나마 전임 감독이 남겨놓은 승점과 스쿼드의 질적 우위를 바탕으로 K리그에서는 강세를 이어가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김판곤 감독의 전술이 상대팀들에게 대부분 완전히 분석당하고, 새롭게 영입한 이적생들이 노쇠화된 선수단의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하면서 성적이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김판곤 체제의 울산은 최근 몇년간 우승 1순위 위용을 상실하고 '기록 파괴자'로 전락했다. 14년만의 대전전 홈 패배, 7년만에 김천 상무전 패배, 13년만에 강원전 홈 패배, 8년만의 서울전 패배 등 그동안 우위를 지켜왔던 천적관계가 줄줄이 무너졌다.

현재진행형인 단일 시즌 공식전 11경기 무승과 리그 7경기 연속 무승 모두,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울산이 거둔 최초이자 최악의 기록이다. ACLE에 이어 또 한번인 국제대회였던 클럽월드컵에서는 전력차를 감안해도 답답한 전술과 무기력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결국 분노한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감독교체를 요구하며 홈경기에서 '감독 아웃'콜을 외치는가 하면, 아예 팀에 대한 '응원 보이콧'까지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지난달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간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에서는 팀 K리그를 지휘하게 된 김판곤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야유와 함께 "김판곤 나가!"라는 팬들의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팬들도 등 돌리자 결국 감독교체 선택

울산 구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감독의 경질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이후로도 심각한 부진이 계속되고 팬들의 여론마저 점점 등을 돌리자 결국 감독교체를 선택했다.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울산은 감독교체 과정마저도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로 아쉬움을 남겼다. 언론보도를 통하여 울산이 신태용 감독을 만나 차기 사령탑직을 타진했다는 사실이, 감독교체 소식보다 먼저 공개됐다. 자신이 경질되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하여 처음 알게된 김판곤 감독은 구단측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임 감독과 계약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별이 기정사실화된 울산은, 인정도 부인도 하지 못한 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김판곤 감독에게 울산은 1992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현역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친정팀이었다. 지난 여름 28년 만에 친정팀으로 귀환했고 우승까지 맛봤지만, 불과 1년 만에 명예롭지 못한 이별을 맞이하게 됐다. 김 감독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분의 곁을 떠나게 돼 송구하다. 빨리 구단이 제자리로 돌아가 정상을 되찾기를 응원하겠다"며 담담하게 작별인사를 전했다.

신태용 감독이 울산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2012년 성남 일화(현 성남FC) 사령탑 시절 이후 13년 만의 K리그 복귀가 된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독일을 꺾는 '카잔의 기적'을 연출했으며, 성남에서는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코리아컵 우승을 이끌었다.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었던 지난 2024년 U-23 아시안컵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모국 한국 대표팀을 8강에서 꺾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신 감독은 올해 1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경질된 이후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 부회장과 성남FC 비상근 단장으로 활동해왔다. 공교롭게도 김판곤 감독은 2018년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 당시 신태용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벤투 감독을 선임한 주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판곤 감독이 울산에서 경질당하고 신태용 감독이 그 후임자로 유력해지면서 묘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과연 혼란에 빠진 울산을 수습할 새 소방수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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