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6,049,600,000,000... 불안에 떠는 나라들
[박민중 기자]
국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방비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그 돈을 통해 국제정치의 속성과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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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프-1> 1988~2024년 지역별 세계 국방비 지출 현황 |
|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
- 2015년부터 10년간 매해 증가하며 지난해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 7,180억 달러를 기록함!
- 이 지출은 전년 대비 9.4%, 10년 사이 37% 증가한 수치임!
- 이 보고서가 발간된 1988년 이후 지난해 기록한 9.4%는 가장 가파른 증가율임!
- 2024년 기준, 세계 시민의 1인당 군사비 지출은 334달러로 1990년 이후 최고치임!
이렇게 세계 국방비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핵심적인 이유는 단연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이다. 2022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의 여파가 전 세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겪는 등 여전히 유럽과 중동에서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향후 몇 년간 이러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다.
국제 정치의 속성과 작동 원리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1)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하는데 왜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가?
2) 지역으로 보면 전쟁은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왜 전쟁을 하고 있지 않은 미주 지역의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중국이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이 질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국내 정치와 다른 국제 정치의 속성과 작동 원리가 잘 드러난다. 국내 정치와 다른 국제 정치의 속성은 '무정부성'이고, 그 국제 정치의 작동원리는 철저하게 '강대국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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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3월 14일 우크라이나 군인과 소방관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
|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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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프-2> 2024년 국가별 세계 국방비 지출 현황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
|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
또, 미국과 중국은 2024년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을 각각 5.7%와 7.0%를 늘리면서 전쟁을 하지 않는 국가이면서도 매우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국내 정치의 작동원리가 법치라면, 국제정치는 강대국 정치, 즉 힘의 정치가 작동원리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무정부적인 국제 정치에서는 소위 힘이 센 놈이 영향력이 세다. 그 힘에는 여전히 군사력이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21세기 들어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은 비록 자신의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쟁으로 인한 힘의 공백과 균열을 자신의 힘을 투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즉, 미국은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 혹은 강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하고, 중국은 이 지역에서 새롭게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와 이란의 편에 서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균열
위에서 2024년 세계 국방비 지출을 통해 국제 정치의 속성과 작동 원리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간략하게 미국과 유럽의 균열이라는 국제 정치 흐름을 살펴보자.
위 그래프를 보면, 2024년 국방비 지출 상위 10개국에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 영국, 프랑스가 각각 4위, 6위, 9위를 기록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전통적인 군사 강국이지만, 독일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독일은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 증가율이 28%에 달하며 2023년 7위에서 2024년 4위로 올라섰다. 최근 독일의 심각한 경제난을 고려하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전년 대비 국방비 지출 증가율에서 독일과 같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다. 폴란드 31%, 네덜란드 35%, 스웨덴 34%, 덴마크 20%, 루마니아 43% 등을 보이며 그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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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18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서로 대치하고 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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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에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중앙)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구체적으로 3.5%는 핵심적인 국방비에 할당하고, 1.5%는 사이버, 인프라, 국방산업 혁신 등 안보 관련 산업에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안을 달성하기 위해 유럽은 2029년 중간 점검을 하고, 2035년까지 달성하기로 공식화한 것이다. 2024년 기준으로,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 10개국 중에서 GDP 대비 5% 이상을 지출하고 있는 국가는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사우디아라비아(7.3%, 추정치)가 유일하다. 독일, 영국, 프랑스 각각 3.3%, 3.0%, 2.0%로 5%에 못 미친다. 결국 이번에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5%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유럽의 안보를 유럽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너머 더이상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의 대서양 동맹에 기대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봐야 할 것이다.
2024년 세계 국방비 지출 현황을 토대로 국제정치의 속성과 변화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를 살펴봤다. 정치인의 말은 거짓말일 수 있어도 앞서 말한 것처럼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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