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와는 다른 '엣 더 벤치', 이 천재 감독이 궁금해졌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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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엣 더 벤치> 스틸컷 |
| ⓒ 와이드 릴리즈㈜ |
35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후지TV <기묘한 이야기>를 봐도 일본인들의 옴니버스 사랑이 한눈에 확인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유명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작품들은 영화제로, 극장으로 향했다.
이와이 슌지, 츠츠미 유키히코, 기타무라 류헤이, 유시사다 이사오 등 유명 감독들에 당시 청춘 배우였던 츠마부키 사토시, 히로스에 로쿄, 이야세 하루카의 풋풋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잼필름스>가 대표적인데 연이어 2편까지 제작될 정도였다. 봉준호 감독이 참여했던 <도쿄!>도 그중 하나였고, 심지어 개를 소재로 한 11편의 단편을 모은 <우리 개 이야기>란 작품도 국내에 개봉까지 했었다.
그런 전통은 희미하게라도 일본 TV 광고를 통해서 독특하게 전달되지 싶다. 일본 TV 광고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유려한 영상미, 나름의 서사적 전개나 독특한 실험 등으로 유명하다. 짧은 분량 안에 강렬한 서사로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의 속성을 단편영화와 같은 강렬함으로 승화시킨 감독들도 꽤 있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 <갈증> <온다>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나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대>로 데뷔해 <종이달> <양의 나무>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요시다 다이하치를 꼽을 수 있겠다. 그 뒤를 이어 사진과 광고를 두루 거친 1991년생 감독이 나타났으니 주목하시길.
서두가 길었다. 지난 7월 30일 개봉한 <엣 더 벤치>와 감독 오쿠야마 요시유키는 이러한 배경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탐색으로 더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 <엣 더 벤치>는 다섯 편의 옴니버스를 모은 작품인 동시에 광고와 사진이란 영상 작업을 통해 일본에서 유명세를 얻은 젊은 감독 오쿠야마 요시유키가 연출했다.
장담한다. 히로세 스즈를 필두로 일본 영화계와 방송계를 이끌고 있는 배우들이 참여한 <엣 더 벤치>의 감독 이름을 알고 있었다면 눈이 번쩍 뜨일 것이요, 모른다고 해도 영화를 접하고 나면 당장 소셜 미디어 검색 창을 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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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엣 더 벤치> 스틸컷 |
| ⓒ 와이드 릴리즈㈜ |
그냥 부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벤치에 앉아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히로세 스즈가 연기하는 보육교사는 나카노 타이가가 연기하는 소꿉친구를 부른다. 별일 없이 불렀지만 지친 와중에도 나와주는 편안하고 애틋한 이성 친구는 오래된 벤치만큼이나 소중하다. 헌데 친구 이상의 감정을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눈치만 본다.
그 배경이 바로 오래된 벤치다. 둘이 콩나물이 싼 거 빼고 장점이 없던 마트를 추억하며 스몰 토크에 몰두하는 그 벤치는 공사가 한창이라 공원 내 기구들이 다 철거되고 잔디밭 위로 덩그러니 벤치 하나만 남았다.
<엣 더 벤치>는 이 그곳에서 추억을, 일상을 나누는 대화 속 두 남녀의 미세하고 떨리는 감정을 신중하면서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Ep1. 남겨진 것들'의 이야기는 그게 전부다. 그런 미세한 감정을 담은 벤치 속 대화는 'Ep 5. 슬픈 감정은 계속된다' 속 두 사람이 1년 후 연인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다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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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엣 더 벤치> 스틸컷 |
| ⓒ 와이드 릴리즈㈜ |
인간인 척하는 외계인을 연기하고 또 그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를 연기하는 쿠사나기 츠요시와 요시오카 리호의 이중의 연기가 흥미로운 데다 감독이 말하고픈 주제도 이 에피소드에서 제시된다. 바로 "감각을 언어로 전하는 것의 어려움" 말이다.
이 주제를 다섯 편의 단편을 통해 따스하고 애정 어린 시선과 때로는 엉뚱한 설정으로 재치있게 그려낸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본인이 천착해 온 그 주제를 내뱉는 게 얼마나 어려웠으면(?) 외계인까지 등장시켜야 했을까. 그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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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엣 더 벤치> 스틸컷 |
| ⓒ 와이드 릴리즈㈜ |
천재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영상 세대의 선두주자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스무 살에 전통 있는 사진상을 받고 데뷔, 20대 중반에 이미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보폭을 넓혔고, 일본 뮤지션 'KIKC BACK'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1억 뷰를 돌파했다.
2021년 포카리 스웨트 광고도 화제가 됐다. 이밖에 사진집은 기본이요, 설치 예술 전시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심지어 일본 유명 사립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쯤 되면 천재가 맞는 걸까. 그의 사진집을 출판한 출판사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경계를 허무는 그의 행보는, 단순한 '감독'을 넘어선 동시대 예술가의 천재성을 입증하고 있다.'
44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한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호시노 겐의 '不思議' 뮤직비디오나 포카리 스웨트 광고, 사진집 등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획일적이진 않더라도 분명 일관되게 관통하는 정서나 이미지가 감지된다. 불명확한 이미지 속에 일상이나 관계, 소통의 의미를 따스하고 감각적으로 포착하기.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은 사진을 선택한 이유로 "언어의 잔혹함에서 벗어나기 위해"라고 밝힌 바 있다.
<엣 더 벤치>의 인상적인 형식을 감싸안는 대화와 소통과 언어의 불확실성이란 주제 또한 그 연장선으로 유추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 초속 5cm > 실사화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엣 더 벤치>로 연출력과 특유의 감각을 확인시켜 준 바, 이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은 단편과 옴니버스를 애호하고, CF적 영상과 감각을 자랑했던 감독의 윗세대인 일본 '이와이 세대'와 본인이 어떻게 다른지 상업영화 데뷔작을 통해 좀 더 너른 대중에게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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