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계단' 속 가슴 아픈 이야기, 알고 계신가요?
남산이 지금 우리에게 주는 혜택 만큼이나 남산이 겪어야 했던 굴곡의 역사 또한 워낙 크다는 점에서, 이를 기억하고 남산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는 걷기 길을 두 편에 소개한다. <기자말>
[나일영 기자]
남산 하면 볼거리, 즐길 거리 많은 위락공원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남산의 참 모습은 겉모습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내면인 숲에서 찾을 수 있다. 남산의 자연은 오랜 세월 일제강점기와 독재 시대를 지내오며 난개발에 희생됐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정보기관의 공간이 되어야 했다.
일제는 남산에 그 많던 소나무를 베어내 민족 정기와 경관을 헤치고, 국사당과 한양도성을 헐고 조선신궁과 조선통감부를 설치하는 등 남산을 침탈과 수탈의 중심지로 삼았다. 광복 이후에도 남산 하면 '중정'을 떠올릴 만큼 군사정권의 독재 권력 유지 수단이었던 중앙정보부와 그 뒤를 이은 안기부 41개 건물동이 남산을 장악했다. 옛부터 외세와 뗄 수 없던 남산에 외인아파트, 외국공관 등 무질서한 개발까지 이어지며 남산의 손상은 계속됐다.
남산 제 모습 찾기로 되찾은 생태 숲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오늘날의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고, 남산도 억압을 상징하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굴곡진 역사의 흔적들과 난개발로 손상된 남산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남산 제모습찾기 사업'(1991~1998)으로 남산 훼손의 주역이던 90여 건물동이 철거됐고 안기부 건물동도 함께 철거(1996)됐다. 개발제한구역 설치와 함께 꾸준한 생태 복원과 녹화 사업의 노력 끝에 사계절 푸른 남산의 숲을 되찾았다. 같은 취지의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2009~2020)가 뒤를 이었고, 현재도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남산의 우수한 생태와 울창한 밀림 숲은 남산 제 모습 찾기 일환의 숱한 노력의 산물이다.
|
|
| ▲ 남산둘레길 서울의 정 중앙에서 생태계가 우수하고 울창한 멋진 숲 사이로 걷는 보석 같은 숲길이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지난 7월 5일 이 길을 걸었다. 출발은 서울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한다. 출구를 나오면 바로 장충단 공원 앞이다. 장충단(奬忠壇. 충의를 장려하는 제단)은 대한제국 고종황제가 일제에 희생된 충신들을 추모하기 위해 1900년에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현충원이다. 일제는 항일 민족 정신의 상징처인 이곳을 위락공원(1910)으로 바꾸었다. 벚꽃놀이를 위해 벚나무를 심고 일본식 공원을 조성했다.
|
|
| ▲ 숲길로 통하는 데크쉼터 남산 남측순환로 초입의 데크 쉼터에서 숲속 오솔길로 연결된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관련사진보기 |
동국대 정문 앞에 있는 계단을 오른다. 연속되는 계단에 숨이 가쁘지만 계단 끝에 남산 북측순환로를 만나면, 제일 먼저 면역주사부터 맞고 난 것처럼 더없이 상쾌하고 가뿐한 기분을 맛본다.
국립극장 쪽으로 좌회전해 남산 순환로 입구에서 남산 남측순환로를 따라 경사면을 조금 오르다 보면 한양도성을 막 지난 곳에 데크 쉼터가 있다. 단순한 쉼터로만 알면 숲속 오솔길 입구를 발견 못할 수도 있다. 오른쪽 구석을 자세히 보면 비밀 출입구처럼 남산의 속살인 숲길로 통하는 길이 연결된다.
|
|
| ▲ 남측 숲속 오솔길 남산 남측 경사면에 예쁜 숲속 오솔길이 남산천약수터를 지나 남산야외식물원으로 이어진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남산야외식물원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으로 1994년 철거한 용산구 한남동 외인주택터에 만들어진 식물원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남산 남측 숲길 남산 남측사면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소나무림을 걷는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생태경관보전지역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등 생태계가 잘 발달된 남산 남측 사면의 천연림 숲길을 걷는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남측순환로 하산길 숲길을 나오면 아름드리 나무들이 반기는 남측순환로를 만나 남산도서관으로 내려온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숲길을 나와 남산도서관으로 내려가는 남측 순환로를 만난다. 어렸을 때 눈이 오면 대나무 스키를 타며 놀던 추억이 생각나는 길이다. 사시사철 아름답고 특히 가을에 운치가 빼어난 길이다. 남산도서관에서 안중근 의사 기념관 광장으로 향한다.
|
|
| ▲ 한양도성유적전시관 사라진 줄 알았던 한양도성이 일제의 조선신궁 터 밑에 있다가 발굴 조사를 통해 100년 만에 땅 위로 드러났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기림비 동상 조선신궁과 참배로가 있던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자리에 기림비 동상이 세워졌다. 고 김학순 할머니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동상이 어린 시절 소녀들을 평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애틋한 모습이다.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깝게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단 없이 땅을 딛도록 시민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졌고, 누구나 소녀상의 빈 공간에 서서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
|
| ▲ 남산 북측 산책로 삼순이계단을 내려와 도보 전용 산책로인 북측 순환로로 들어선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삼순이 계단'을 내려와 남산 북측 순환로로 들어선다. 지금은 차가 다니지 않는 도보 전용 포장길이지만 2012년까지도 제한적으로 차도로 이용됐던 길이다.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 이후 1996년 6월부터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지만 외국인이 탄 택시에 한해 통행이 허용됐다. 남산을 관광자원으로만 본 무분별한 개발의 본성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전용 산책길이 되었다. 특히 벚꽃 필 때, 단풍 들 때 이 길은 빼놓을 수 없는 서울 최고의 나들이 장소이다.
처음 시작한 동대입구역에서 마쳐도 좋으나 종료 지점을 달리해 조금 일찍 서울시청 남산 제1청사로 내려와도 좋다. 남산청사는 과거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 제5별관으로 사용됐던 건물이다. 건물 앞에 철문 소리, 타자기 소리, 물소리들이 재현된 소릿길 터널이 당시의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려 준다. 소릿길 터널을 지나 서울의 명소 한옥마을을 통과해 충무로역에서, 걷기 내내 극복과 회복의 화두를 되새기게 해준 남산둘레길 걷기를 마친다.
남산 둘레길 정보
◇거리 : 8km
◇소요 시간: 2시간 40분
◇시작/종료 지점 : 동대입구역 6번 출구/충무로역 또는 동대입구역
◇경유지 : 장충단공원-남측 숲길 입구-남산 약수터 쉼터-야외식물원-숲길-남측순환로-남산도서관-안중근 의사 기념관 광장-삼순이 계단-북측순환로-남산청사-한옥마을-충무로역
◇Tip : 화장실: 야외식물원, 남측순환로(도서관) 입구, 북측순환로 목멱산방
응용 코스
1. 한양도성길 : 한양도성길 인왕산 구간과 남산 구간이 남산 둘레길에서 연결된다. 서울 내사산(도읍 안 네 산)을 잇는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멋진 길이다.
2. 서울숲 남산길 : 남산 남측순환로 입구에서 국립극장과 반얀트리 클럽 쪽으로 서울숲 남산길과 연결된다. 서울숲까지 녹색띠 길로 이어 걷는 좋은 길이다.
|
|
| ▲ 남산둘레길 지도 남산 숲길을 걷고 출발한 동국대입구역 또는 남산한옥마을을 지나 충무로역으로 내려온다. |
| ⓒ (사)사람길걷기협회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치소 박혀 "완강히 거부"했다는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 독방 생지옥? "윤석열, 구속중 395시간·348명 접견...밤 9시 45분까지 만나"
- 유치원 자녀 등하원 때 만난 30대 일본 아빠의 깜짝 놀랄 정체
- 서울 지하철에 '번쩍번쩍', 뉴욕 시민이 감탄한 이 장치
- 블핑 제니가 입은 옷? 여중생들 홀린 의류에 쏟아지는 우려
- 민주당의 복잡한 '조국 8·15 사면' 셈법, 시기상조론에 호남 선거 걱정까지
- '고똥로용' 문화로 인도네시아가 1등 먹은 것
- '백일 붉다'는 배롱나무꽃의 비밀
- "한국 패싱하고 트럼프-김정은 직접 대화? 가능성 희박"
- 출연료 없다는 '극동방송'... "기쁜 마음으로 재능 나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