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이고 뻔뻔"... 미국 청바지 광고에 무슨 일이?
[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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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스위니의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 |
| ⓒ 아메리칸이글 |
지난 7월 2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미국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의 이 광고는 "시드니 스위니가 멋진 청바지를 입었다(Sydney Sweeney has great jeans)"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발음의 'jeans'(청바지)와 'genes'(유전자)라는 언어유희를 활용했다.
스위니가 'great genes'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광고 사진에 덧칠을 하면서 'genes'는 지워지고 대신 'jeans'이라는 글자가 덧씌워진다.
또 다른 광고에서는 스위니가 청바지를 입으며 "청바지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때때로 머리 색, 눈동자 색, 성격까지 결정한다"라고 말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스위니의 파란 눈을 클로즈업하며 "내 청바지는 파란색이다(My jeans are blue)"라는 문구로 끝난다.
아메리칸 이글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크레이그 브로머스는 "재치 있고 도발적인 표현을 사용한 광고"라면서 "분명히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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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스위니의 청바지 광고를 패러디한 팝스타 리조의 게시물 |
| ⓒ 리조 소셜미디어 |
AP통신에 따르면, 미시간대 로스 비즈니스스쿨의 마커스 콜린스 교수는 "다양한 인종의 모델이 함께 등장해 그런 언어유희를 했다면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메리칸 이글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지라고 할 수 있고, 게으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의도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라며 "셋 중 어느 것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댓글에 "파란 눈과 금발 머리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 좋은 유전자를 타고났다며 자랑하는 것은 보기 안 좋다"라며 "좋은 유전자가 있다는 것은 곧 나쁜 유전자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부모님께 청바지를 물려받아 입지는 않는다"라면서 "이건 노골적이고 뻔뻔한 우생학 광고"라고 비판했다.
평소 '내 몸 그대로 사랑한다'는 몸 긍정주의로 유명한 팝스타 리조는 스위니의 광고를 패러디한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내 청바지는 검은색"이라고 썼다. 그리고 사진에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다면"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면 아메리칸 이글이 스위니 대신 자신을 광고 모델로 썼을 것이라고 조롱하는 의미다.
광고 전문가인 로빈 랜다는 "좋은 또는 훌륭한 유전자(good or great genes)라는 표현은 한때 백인의 유전적 우월성을 장려하고 소외 계층의 강제적 불임화를 가능하게 한 미국의 우생학 이념의 핵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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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올린 아메리칸 이글 광고 패러디 사진 |
| ⓒ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는 "이런 소란이 벌어진 원인은 미친 좌파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급기야 백악관도 뛰어들었다. 스티븐 청 백악관 대변인은 "청바지 광고에서 '백인 우월주의'를 읽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 보여줬다"라며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인들은 이런 헛소리에 지쳤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상식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한 아버지의 청바지 광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지금 완전 핫하다니까!"라는 영화 대사 패러디를 선보였다.
스위니의 정치 성향까지 논란이 됐다. 2년 전 스위니 어머니의 생일 파티에서 가족 중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 때문이다.
당시 스위니는 이 논란에 대해 "정말 황당하다"라면서 "어머니의 생일 파티가 터무니없는 정치적 발언으로 변질됐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어떤 의도도 없다. 제발 추측은 그만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스위니가 자신의 정치 성향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성소수자(LGBTQI+) 권리를 지지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스위니는 "최대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솔직하게 말한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남자 배우가 몸을 드러내거나 성적인 장면을 찍으면 칭찬받지만, 여자 배우가 그렇게 하는 순간 완전히 달라진다"라고 할리우드의 이중잣대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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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스위니의 아메리칸 이글 청바지 광고 |
| ⓒ 아메리칸 이글 |
NBC 방송은 "스위니가 자신의 그런 이미지를 착취할 시스템에서 재정적 이득을 얻은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아메리칸 이글의 최신 컬렉션처럼 명백히 해롭고 위험하기까지 한 광고에 참여한 그녀의 의지는 실망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논쟁이 격해지자 컬럼비아대 언어학 교수 존 맥워터가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그는 "이런 담론은 어느 단어나 표현이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다"라며 "요즘 미국의 언어 문화는 의도적으로 까다롭고 끊임없이 늘어나는 수많은 에티켓과 씨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돌아가신 조상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되고, 어떤 문화권에서는 이름과 비슷한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된다"라며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언어는 변하고, 문화도 변한다"라며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여배우가 청바지, 아니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저 말 장난에 불과할 뿐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은밀한 경의는 아닐 것"이라고 해석했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했는지, 아니면 광고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인지 알 수 없으나 아메리칸 이글과 스위니 측은 모든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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