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에 '번쩍번쩍', 뉴욕 시민이 감탄한 이 장치
[장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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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지하철 승강장 펜데믹을 거치며 그나마 깨끗해지고 냄새가 덜해진 승강장. 그러나 스크린도어 같은 안전 장치가 없으며 어둡고, 전광판 같은 기본 시설도 부족하다. |
| ⓒ 장소영 |
시민들은 지하철 플랫폼으로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광경이나 지하철 차량 내부에 물이 차 승객들이 의자 위에 올라서는 영상을 SNS로 공유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승객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자 뉴욕 시민이 '응, 너는 정확하게 뉴욕을 찾아온 거야. 이게 뉴욕이지' 하고 농담 하는 영상도 보였다.
악명 높은 뉴욕 지하철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뉴욕 지하철이 단지 침수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시와 도시 기반 시설은 시간이 지나며 노후화 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뉴욕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때에 맞는 적절한 관리와 시설 보수가 필수지만, 뉴욕 지하철은 시민들의 현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설 보수는커녕 위생과 안전 문제로 악명이 높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딸과 함께 맨해튼에 다녀왔다. 냉방 시설이 없는 플랫폼에서 땀을 흘리며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 갑자기 "서울이라면 (지하철역이) 이렇게 덥지 않겠지?"라고 했다. 봄방학을 이용해 우리는 짧은 서울 여행을 하고 온 터였다. "뉴욕 MTA 공무원은 서울에 가서 연수를 받고 와야 해"라는 딸의 농담을 시작으로 우리는 뉴욕의 지하철이 서울을 닮을 수 있을지 이야기 하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뉴욕의 지하철은 '불친절'하다. 탑승을 위해 지하로 내려가면, 안내 표지판에는 업타운(맨해튼 북쪽), 다운타운(남쪽)이라는 방향과 간략한 주요 지역명만 쓰여있다. 역에는 대부분 출구 번호가 없고 '32번가 북쪽' 정도로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역사 바닥에는 화살표도, 방향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 깨끗하기만 해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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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역 바닥 안내문 뉴욕의 지하철 역에는 볼 수 없는 서울 지하철 역 바닥에 프린트 된 플랫폼 안내이다. 뉴욕의 지하철 역은 바닥이 깨끗하기만 해도 고마울 지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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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에 붙은 표지판 대다수의 역은 노후된 표지판이나 타일을 사용중이다. 차량 내부에서 쉽게 알아볼 수가 없어 도착역이 어딘지 확인하려는 승객들의 두리번 거림을 종종 목격한다. |
| ⓒ 장소영 |
간혹 안내 방송이 또렷한 차량도 있지만, 다수의 차량은 전광판도 없고, 방송 볼륨도 작은 데다 잘 녹음된 음성 파일이 아니다. 기관사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웅얼거리다 끝나곤 해 알아듣기가 힘들다. 서울 지하철에서 환승역에서 들리는 시그널 노래 <풍년> 같은 알림 노래도 없고, 플랫폼에는 열차가 도착한다는 알림 신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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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후된 뉴욕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도 없고, 차량 규격과 문의 위치가 달라 출입문 위치를 알리는 표식도 설치할 수 없다. 기둥에 작게 역명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
| ⓒ 장소영 |
MTA도 스크린도어 추진 계획을 가지고는 있다. 그러나 현재 운행 중인 차량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역에 정차할 때 문의 위치가 서로 달라 일괄적인 스크린도어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뉴욕 플랫폼에는 문의 위치, 출입 지점을 표시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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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된 나무 의자와 철 구조물 뉴욕 지하철 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나무 벤치다. 홈리스가 눕지 못하도록 혹은 승객들이 붙어 앉아 발생하는 범죄 우려가 없도록 간막이를 세웠다는 설명도 있다. |
| ⓒ 장소영 |
플랫폼 내의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 곁에 앉는 승객 몇 분에게 서울의 지하철 역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말을 걸어 보았다. 한국 서울이라고 미리 일러뒀지만, 안내 방송을 듣더니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되묻는 승객이 있었다.
서울의 지하철 차량에서는 4개 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안내 방송이 나온다고 설명해 주었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인 뉴욕은 4개 국어는커녕 또렷한 영어 안내 방송조차 없다. 어깨를 잠시 으쓱하던 그는 휴대전화 충전기를 갖춘 이른 바 '엉뜨(온열)' 벤치를 보더니 "이런 의자가 실재한다고? 여기만? 모든 역에 전부?" 하며 웃음밖에 안 난다고 했다.
또 다른 승객은 차량 내부의 전광판을 보더니 비둘기 고갯짓을 흉내 내며 "한국에선 이런 사람 없겠네?"라고 했다. 고개를 상하좌우로 흔들며 객차 밖 표지판을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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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지하철 승객이 감탄한 내리는 문 안내등 '서울에서는 길을 잃지도, 내릴 문을 찾아 허둥대지도 않겠다'며 뉴욕에서 만난 승객 한 분이 감탄을 했다. 뉴욕의 지하철 차량은 규격이 저마다 달라, 플랫폼에 차량이 도착하면 문 앞으로 우르르 승객들이 몰려가고, 내리는 방향을 빨리 찾지 못해 허둥거리는 승객들을 자주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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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MNY 시스템 MTA는 올 해안에 기존 티켓형 메트로카드를 폐지하고,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며 모든 역에 전자결제 장치인 옴니(OMNY) 설치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
| ⓒ 장소영 |
뉴욕 교통국(MTA)은 2017년부터 새로운 교통 결제 체계인 OMNY(옴니)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대에 못 미친 초반 이용률에 애를 먹던 옴니는 모바일 앱 결제가 가능해지고 타 지역 이용객이 늘면서 최근에는 승객의 65%가 옴니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옴니 이용률이 상승하면서 MTA는 올 가을까지 472개 전 지하철 역에 옴니 시스템 설치를 완료하고, 올해 안에 티켓형 메트로카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여행을 했던 우리 아이들에게 뉴욕이 서울처럼 됐으면 하는 시설을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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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메트로)카드 발매기와 메트로카드 메트로카드는 일회용과 충전식 카드가 있으며 올해 안에 옴니(OMNY)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디자인이 이쁘고 키링스타일도 있는 서울의 교통카드와 대조된다. 지하철 역 내 교통카드발매기의 한글 안내문. |
| ⓒ 장소영 |
한 아이는 농담처럼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설치 확대'를 말했다. 다른 아이는 '사람들(이용객)'을 꼽았다. 엉뚱한 대답을 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딸은 무임승차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우리 모녀는 뉴욕의 지하철역에서 종종 개찰구를 넘어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승객들을 본다.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경관을 투입하기도 하고, 신형 개찰구를 설치한 역도 있다.
MTA 발표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 승차율은 10% 정도로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무임승차 시도를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허술한 개찰구를 뛰어넘거나 가족 세 명이 티켓 한 장으로 결제한 후 바짝 붙어서 개찰구를 통과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들어가기만 하면, 나오는 건 훨씬 쉽다. 대다수 역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 밀면 그냥 통과되는 회전문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딸은 서울과 부산의 개찰구 주변에서 친절히 안내해 주시던 어르신들 이야기도 꺼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공공시설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데, 한국 지하철 역에서 안내하시는 어른들을 만나니 딸에게 인상 깊었던 듯싶다.
어르신들이 도심에서 안전하게 일하신다는 것, 그분들의 말을 승객들이 잘 듣는다는 것, 시설을 깨끗하게 잘 이용하고 함부로 낙서하거나 파괴하지 않는다는 것, 임산부 좌석 또한 '한국 사람들의 시민 의식과 배려 문화'를 알 수 있는 부분이란다.
딸은 투명한 재질의 시설도 대부분 깨끗한 데다 스크린도어에 프린트된 좋은 글조차 벗겨진 부분이 없더라고, 뉴욕 지하철엔 왜 그렇게 튼튼한 금속 소재 시설만 많은지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욕 지하철은 서울 지하철처럼 될 수 있을까. 안전한 스크린도어를 위해 차량의 통일된 규격이 필요하듯, 다양한 구성원들 사이에 자리 잡는 도덕적 표준도 절실하다. 시설은 승객의 편의를 생각하고, 승객은 시설을 아껴 사용하는 당연한 풍경을 뉴욕에서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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