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돌아온다
[옥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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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와 교육계가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의대 총장들이 의대 본과 4학년이 추가로 의사국가시험(국시)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사진은 23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
| ⓒ 연합뉴스 |
날도 더운데 여론은 더 뜨겁다. 7월 25일 오전 교육부는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고, 특혜라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안에 반발해 전공의가 사직하고 의대생이 휴학한 지 1년 5개월이 흘렀다.
교육부는 복귀 의대생들이 압축적으로 수업을 이수해 수업 총량을 채우게 하겠다고 하지만, 복귀를 위한 학칙 허용, 그리고 이수 기간을 단축해 의사 국가시험을 추가로 응시할 수 있게 한 부분에 대해 선복귀 의대생, 타과 대학생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복귀 이전에 의대생들이 사과하고 그들의 책임 또한 따져야 한다는 여론 역시 강하다.
2.
증원 정책은 '주먹구구'였고, '다짜고짜'였으며, '오락가락'했다. 의사 수가 문제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역·필수 의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의대 증원 2000명은 2025학년도 1509명 증원 확정으로 현실화되었다.
그 의사 결정의 핵심 행위자들은 누구였던가? 의사 증원을 관철시키고 말겠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에게 의사는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할 전문직종이 아니라 적이었던 것은 아닐까. 당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나중에 교육부는 "'이긴다'는 표현은 의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전혀 아니며, 그 반대로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의료개혁 추진에 따른 힘든 과정을 극복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하는 자료를 내놨다).
박민수 차관은 무리한 증원으로 인한 의대 부실교육을 우려할 때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의대 간 공유하고 부족하면 수입도 고려한다는 걸 해결책이라고 내놨다.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 치료하겠다고 한 이도 그다.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은 내가 결정한 사안'이라 했다.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차치하고라도 덩달아 춤춘 대학 총장들도 짚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을 담당할 의대 교수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교육부가 써내라는 의대 증원을 강행했다. 특히 지방대로서는 대학의 질을 높이려는 건강한 노력 대신 무너지는 입학생 수를 거기 기대는 것이 더 달콤한 유혹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 등으로 의사에 대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고, 국민과 의사의 신뢰 또한 급격하게 무너졌다. 당시 정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적대감을 동원해 정책을 관철시키려 했다.
3.
17개월은 떠난 이들에게도 병원을 지킨 이들에게도, 또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들에게도, 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의사들을 향한 입에 담지 못할 일부 과격한 이들의 발언 못지않게 떠나있던 일부 의대생들의 발언은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의료공백에서 피해를 본 국민에 대해 더 죽어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한 말이나 먼저 복귀한 동료들을 조롱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리돌림한 행동은 그들의 집단행동에 명분이 있었다 해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다였던가? 의대생은 의대 증원에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었다. 2000명으로 66%가 증원됐을 경우 의대생들은 훼손된 교육환경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이었다. 실제 1509명 49% 증원에 해부나 실습, 나아가 수련환경에서 과밀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건 자명했다.
이들의 집단행동은 본인들 자신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양질의 의사를 양성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정당한 면도 분명 있었다. 적어도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한 이기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논의하고 조율하는 방법에 서툴렀던, 강경했던 태도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더라도, 사태의 모든 책임이 어찌 그들에게 있다고 하겠는가.
개인적으로는, 의대생에게 유급을 유예해주는 것이 정말 특혜인지 묻고 싶기도 하다. 당장 의사 양성에 2년의 공백이 생겼다. '피해복구' 또는 '정상화'를 위한 이번 교육부 발표를 특혜라고만 봐서는 안 되지 않을까라는 게 내 의견이다. 묻자. 의정갈등 사태에 사과해야 한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무섭게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의사 결정 핵심 행위자들이 아니겠는가.
4.
의과대학 6년 과정(의전원)을 마친 의대생은 졸업 후 국시를 치고 합격하면 의사면허를 받아 의사(일반의)가 되고,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된다. 의대생-의사-전공의(인턴 1년 수련의 과정, 레지던트 3~4년)-전문의, 그러니까 전문의 하나를 만드는 데(공보의·군의관 기간 포함) 약 16년이 걸린다.
의대생은 그 의사직군의 맨 끄트머리에서 의사를 향해 가는 이들이고, 전공의는 의사들 가운데 의료계 밑바닥을 떠받치는 값싼 노동력이었다. 의정 갈등 통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을 총받이로 내세운 건 아니었던가?
물론 의대생들이 사회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민이 제기한 특혜 우려가 왜 나왔는지 깊이 듣는 태도, 결과적으로 의료계가 국민들에게 혼란을 끼친 면에 대해 그 예비 종사자로서의 성찰이 사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건넌 환자들에게만큼이라도 말이다.
5.
의대생들이 이제 학교로 돌아간다. 얻은 게 무엇인가? 아직도 그들은(우리는) 모른다, 2000명 증원이 왜 불투명했고 일방적이었는지, 2020 의정합의는 왜 깨졌는지.
공백 2년을 메우려 그들에게 하루도 허용되기 어려울 방학이 기다리고 있고, 이미 복귀한 의대생과 2학기에 돌아올 의대생 사이 빚어질 갈등도 만만찮아 보인다.
의대생들이 제기했던 문제와 요구는 의료개혁에서 의미 있는 질의였다고 생각한다. 과학적 연구에 기반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타산만을 위해 추진한 정책 전면 백지화,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의료사고의 법적 다툼에서 제도적 안전망 구축, 인턴 전공의의 부적절한 수련 환경 개선, 휴학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여전히 불화의 불씨를 남긴 채 그들이 돌아간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의사 결정 행위자들에게 무섭고 분명하게 묻는 한편에서, 의대생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포용력이 발휘되기를 정녕 바란다. 의료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누적된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논의가 참으로 급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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