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우는 줄만 알았는데... 조선 선비들이 달리 본 곤충
[박성호 기자]
- 이전기사 매미에 빠져산 세월이 20여년인데 또 벌인 연구에서 이어집니다.
조선시대, 여름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는 단순한 곤충의 울음이 아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린 김극기(15세기)의 시, "요란한 매미 소리에 저녁 노을 붉어 오고"는 매미가 여름 풍경의 중심에 있음을 보여주고,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의 <소서팔사>(消暑八事)에 등장하는 '동림청선'(東林聽蟬)은 매미 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잊는 선비의 피서법을 묘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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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재 정선의 매미 그림 <홍료추선> 여뀌에 매달린 매미를 그렸던 정선 선생의 그림, 비록 신사임당, 김인관, 정선, 심사정, 김인관, 정황, 이우 등이 그림 속에 매미를 그렸지만 화조도나 초충도에서 매미가 등장하는 경우가 그리 많다고 하기는 어렵다. |
| ⓒ 겸재정선미술관 |
조선 선비들이 공부하는 방식는 중국 유교와 유학의 문헌, 특히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사서삼경>에 깊이 의존해 이치를 터득하려는 과정이었다. 선비들의 학문은 중국 경전을 충실히 따르며 그 틀 안에서 사고를 전개하는 데 머물렀다. 이러한 중국 유학의 과도한 영향은 선비들의 독창적 사고와 창의적 표현을 제한하는 한계로 작용했다.
조선 선비들의 매미철학의 두갈래- 매미 오덕과 고선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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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규경의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 이규경의 오주연 문장전선고에는 매미 5덕 뿐만 아니라 매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
| ⓒ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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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미가 우화를 하고 난후 나무에 매달리게 되는 매미껍질들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에 등장하는 매미 우화 후 나무에 매달려 있는 매미껍질 선퇴의 모습으로 이 모습이 결국 고선포목으로 표현되었다 |
| ⓒ 박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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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원, 홍대용, 이덕무, 박제가 등 북학파 실학자를 일컫는 백탑파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으로 구성된 실학자 집단으로 조선 영조, 정조 때 서울 사대문 안 탑골 백탑에서 시문과 선진 사상을 논하였다고 한다 |
| ⓒ AI가 생성한 이미지 |
한편 북학파의 실학자 박지원(1737~1805)은 고선포목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봤다. 연암체로 유명한 문장가인 그는 <답홍덕보서>에서 홍대용에게 보낸 답장에서 "安可責人如枯蟬抱木, 竅蚓飮泉而已哉"라고 썼다.
이는 "어찌 사람에게 마른 매미가 나무를 붙잡거나 지렁이가 샘물만 마시듯 살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박지원은 벗들 이덕무와 박제가의 관직에 나가게 됨을 유쾌하게 축하하며, 유교적 이상이 강요하는 빈한한 삶의 부담을 자조적으로 비판했다.
조선매미 철학의 뿌리 – 고려 이규보의 <방선부>
조선 선비들의 매미 철학의 뿌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중기의 대표적 문인 이규보(1169~1241)는 <방선부>(放蟬賦)(13세기)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이가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놓아준 이야기를 통해 매미의 성품을 형이상학적으로 탐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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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이규경의 방선부 거미줄에 걸린 매미를 놓아주는 이야기를 전하며 매미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이규경의 부 |
| ⓒ 어이무사의 게으른 공부방 |
중국 문헌에서 찾은 매미 인식의 뿌리
도가 사상서 <장자>(기원전 4세기)는 '枯蟬抱木, 不隨風而墜'라며 고선포목으로 매미의 허물이 나무를 붙잡는 모습을 절개와 끈기의 상징으로 그렸다. 당나라 공영달의 <오경정의>(7세기)는 <시경>의 '蟬鳴于樹, 聲聲相和'를 주석하며 '蟬, 餐露而鳴'이라 하여 매미의 이슬 먹는 모습을 맑은 성품으로 그렸고, 후대 유학자들이 이를 청렴의 상징으로 재해석했다.
유한준과 박지원이 사용한 고선포목이라는 표현이 중국 고전 <장자>에서 유래했듯이 조선의 매미오덕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문헌은 중국 진나라 문인 육운(262303)의 <한선부>(34세기)로 추정된다. 한선부에서 육운은 "蟬有五德: 文, 其翼如黼黻; 淸, 餐風飮露; 廉, 不害於物; 儉, 夏生秋死; 信, 不失其時"라며, 매미의 다섯 덕목을 제시한다. 이는 조선의 <오주연문장전산고> 오덕과 매우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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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액을 먹기 위해 주둥이를 나무에 박고 있는 말매미 다큐멘터리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에 나오는 매미의 식생활 모습-매미는 이슬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나무 수액을 먹고한다 |
| ⓒ 박성호 |
결국 조선이든 중국이든 학자들이 추구한 것은 사람의 바른 도리나 덕목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에서 발견되는 고귀해 보이는 존재를 설정하고, 그 존재의 외형 혹은 성정을 통해 이상적 인간상을 구현하려는 비유적 사고의 결과인 듯하다. 이러한 중국 문헌은 고려와 조선 선비들의 매미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매미에 대한 인식은 비록 과학의 관점에서는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현대에도 의미가 있다. 매미의 오덕은 현대 공직 사회에서 청렴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의 모델로 재해석되며, 조선의 매미 인식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맥락을 드러낸다. 여름이 오면 들리는 매미 소리. 그 속에는 500년 조선 역사와 선비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참고자료>
박성호(2016), 독립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감독 박성호, 98분)
박성호(2004),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글 박성호, 그림 김동성), 사계절출판사
황혜영(2025), 한국과 프로방스에서의 매미의 문화적 상징, 비교문화연구, 74권, 263p-287p
박수밀(2017), 이규보 문학에 나타난 생태 정신과 생태 글쓰기, 동방학 37권, 227p ~ 255p
한국고전종합DB 원문과 번역문 다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드가의 다큐맨터리 이야기>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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