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쫓아가 성폭행 시도한 남성 구속영장 기각…강력범죄 사각지대 여전 [디케의 눈물 347]
울산·의정부·대전 등지에서 여성 대상 강력 범죄 빈발…우려 커져
'접근금지' 제도 헛점 발견…법조계 "안전가옥 제도 활성화·적극 수사 필요"

알지도 못하는 여고생의 집 근처까지 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한 20대 대학원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기각됐다. 최근 스토킹 범죄나 교제폭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이 잇달아 살해당한 상황에서 재범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인천 부평구 한 도로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강간미수)를 받는 20대 남성 대학원생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10시40분쯤 A씨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피의자 주소지가 일정하고 증거가 확보됐으며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장 기각은 최근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등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울산에서는 한 3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중태에 빠뜨렸고 이에 앞서 26일에는 경기 의정부에서 스토킹 피해를 호소해온 50대 여성이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지난 29일 한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도주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피해자가 살고 있던 곳 인근 편의점에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소란을 피웠고 112에도 여러 번 신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자가 남성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 지급도 거절했던 점을 강조하며 책임 회피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여성 대상 강력 범죄에 대해 아직 법률이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민선 변호사(법무법인 혜인)는 "범죄의 특수성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나 교제 폭력의 경우 다른 범죄보다 피해자에 대한 강한 보복을 할 가능성이 큰데 아직 법적으로는 그 사실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그냥 다른 범죄와 동일한 기준에서 구속 적부심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 보호 대책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여성 대상 강력 범죄 중 이미 한 차례 사전에 유사 범죄가 일어나 가해자를 상대로 피해자 접근금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토킹범죄의 경우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1호부터 4호까지 잠정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이 중 2호부터 4호는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직접 격리시키는 제도인데 2호의 경우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금지를 내린다. 3호는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4호는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잠정조치에도 헛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 전담 부장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법률사무소)는 "처음 신고가 들어가면 접근금지하는 결정문이 통지되고 조치가 시행되는데 통상은 접근금지 조치를 한 번 더 어기면 구금을 바로 시킨다"며 "최근 범죄들은 최초 범죄와 이후 범죄 간 간극을 메꾸지 못해서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토킹 범죄나 교제 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상당히 높고 재범 시 최초 범죄보다 더욱 심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격리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법조인들은 이미 벌어진 사건을 사후에 해결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선제적으로 예방 조치에 대해 익숙하지가 않다"면서도 "검찰이나 경찰에서 강력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안전가옥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력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와 달리 교제 폭력의 경우 아직 유지되고 있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할 수 없는 범죄) 원칙이 유지되고 있는 이 또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민선 변호사는 "아직도 피해자들이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서 합의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더욱 여성 대상 강력 범죄가 심해지고 있는데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기 보다는 빠른 판단을 통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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