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세 가지 지켰고, 진짜 중요한 게 남았다

김종철 2025. 7. 31. 17: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석] '관세 15%, 쌀·소고기, 4500억 달러'에 담긴 의미와 전망...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내용 결정

[김종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AP/연합뉴스
'15%, 쌀과 소고기 그리고 4500억 달러(투자와 구매포함).'

31일 한국과 미국사이에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 가지 열쇳말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도 채 안된 시간과 협상시한을 감안하면 최대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농업 부문에서 쌀과 소고기 등의 시장을 지켜낸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아직 진짜가 남았다. 미국과 협의할 것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2000억달러 투자펀드의 세부적인 운용과 실행계획 등이다. 또 협상의 핵심이었던 1500억 달러의 미 조선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국내 검역 절차와 자동차안전기준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미국 쪽 요구도 그대로다. 이 때문에 오는 8월께 예정된 한미간 첫 정상회담이 더 중요하게 됐다.

피말리는 한미협상... "지킬 것은 지켰다""지성이면 감천"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한미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감세 기조에 따른 재정 악화를 관세 폭탄으로 메우려 한다.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두고, 자국 산업과 일자리 확보로 정치적 기반을 다지려는 의도 역시 숨기지 않는다. 미국과의 무역에서 그동안 큰 이익(?)을 본 나라들이 타깃이 됐다. 중국을 비롯해, 일본, EU, 한국, 베트남, 인도 등이다.

미국 쪽의 요구는 분명하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4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요구했다. 또 미국 쪽 수출품에 대한 관세, 비관세 장벽을 없애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와 쌀 시장을 개방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25%에 달하는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 이미 지난 4월부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25% 관세를 매겼고, 8월 1일부터 모든 제품에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한미간 무역 협상은 언제나 그랬듯 쉽지 않았다. 지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기나긴 협상을 감안하면 그렇다. 특히 협상 시간이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 주요 무역국들과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한국은 내란사태에 따른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까지 겹쳤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초부터 미국과 협상을 진행한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에 쫓기고 충분한 협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과 뉴욕,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했다. 여 본부장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썼다.

국익과 상호 호혜적인 결과 얻었나... 반드시 지켜야할 마지노선 15%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30일 저녁(현지시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 기획재정부
이번 협상 타결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 엄청 집중하셨고, 새벽 2시건, 3시건 워싱턴에서 연락이 오는 대로 보고를 드렸다"면서 "(대통령이) 이번 협상만큼 집중해서 직접 일하신 걸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협상의 기조는 국익과 상호 호혜적인 결과 도출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라"고도 했다. 구 부총리는 "지킬 것은 지켰다"고 했다. 그리고 트럼프발 새로운 무역환경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사업기반을 확충하는데 노력했다고 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한 '지킬 것'은 우선 다음달 1일 전면 시행될 상호관세 25%를 낮추는 것이었다. 이미 일본과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이 15%로 관세 협상을 타결 지었기 때문에 '15%'는 최소한 지켜야 할 '숫자'였다. 물론 정부는 미국쪽에 한미FTA 규정을 들어가며 '12.5%'를 요구했다. 김용범 실장은 "마지막까지 미국에 12.5%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면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EU 등이 각각 55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를 확정한 것 역시 부담이었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에서 "한국이 일본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고 썼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일관계를 언급하면서, 4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미 투자 4500억 달러의 숨겨진 뜻
▲ 트럼프위협저지, 주권을 실현하자!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경제·일자리·먹거리·안보 위협 규탄 및 주권수호를 위한 각계 비상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이정민
정부가 내놓은 금액은 모두 4500억 달러 규모다. 금액으로만 보면 미국 쪽 요구가 상당부분 반영된 듯하다. 하지만 정부 협상단과 대통령실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사뭇 다르다.

우선 대미 투자 패키지의 금액은 3500억 달러(약 486조원)다. 이는 일본의 5500억 달러의 60% 수준이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이른바 조선업에 특화된 투자액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미국의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주요 조선회사와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곳이 한국 기업 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쪽 설명이다.

나머지 2000억 달러 역시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원자력 등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맞춘 투자 펀드로 구성된다. 물론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 이번에 설립되는 투자 펀드에는 한국투자공사 등에서 대출과 보증 등을 통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실장은 "직접적으로 얼마를 (펀드에) 넣을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직접 투자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고, 대부분 대출과 보증이며 2000억 달러는 한도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1000억 달러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사들이는 대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동안 LNG와 석유, 석탄 등이다. 김 실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필요한 에너지 수입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새롭게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중동 지역 등에서 들여오는 원유 등을 미국으로 일부 돌린다는 것. 구 부총리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 구매처를 미국으로 확대 전환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에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고비 하나를 넘었다"... 한미 정상회담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밖에 미국 쪽에선 국내 쌀시장을 포함해 미국산 소고기 등 농축산물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과거 한미FTA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쪽은 한국 쌀 시장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왔다. 여기에 구글 등 미국 IT 기업으로 정밀지도 개방과 플랫폼 시장 규제 완화 등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실장은 "(쌀 시장 개방 등)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미국 쪽 요구가 있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미FTA를 통해 미국산 농축산 제품 가운데 99.7%가 개방돼 있다"면서 "쌀 등 단지 10여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개방돼 있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고 했다. 구 부총리도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이 있었다"면서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 본부장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집회 사진을 직접 준비해, 미국 쪽에 보여주기도 했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율을 얻어냈고, 정치적 민감성이 큰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했다. 아직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부터 진짜 (한미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실행 내용과 계획 등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 부총리도 "향후 미국 쪽과 농축산물 검역절차 개선과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협력 패키지 등 후속 조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관련 부처와 기업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향후 한미간 정상회담에서 추가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8월 예정된 한미간 정상회담은 또 다른, 진짜 협상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일방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일본 국기, 그리고 "관세"라는 단어가 적힌 3D 프린팅 미니어처 모델이 보인다.
ⓒ 로이터=연합뉴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