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 세 가지 지켰고, 진짜 중요한 게 남았다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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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 ⓒ AP/연합뉴스 |
31일 한국과 미국사이에 타결된 관세협상의 세 가지 열쇳말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도 채 안된 시간과 협상시한을 감안하면 최대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농업 부문에서 쌀과 소고기 등의 시장을 지켜낸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아직 진짜가 남았다. 미국과 협의할 것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제공하기로 한 2000억달러 투자펀드의 세부적인 운용과 실행계획 등이다. 또 협상의 핵심이었던 1500억 달러의 미 조선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국내 검역 절차와 자동차안전기준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미국 쪽 요구도 그대로다. 이 때문에 오는 8월께 예정된 한미간 첫 정상회담이 더 중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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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미국 쪽의 요구는 분명하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한국에는 4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요구했다. 또 미국 쪽 수출품에 대한 관세, 비관세 장벽을 없애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와 쌀 시장을 개방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25%에 달하는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 이미 지난 4월부터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25% 관세를 매겼고, 8월 1일부터 모든 제품에 전면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한미간 무역 협상은 언제나 그랬듯 쉽지 않았다. 지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기나긴 협상을 감안하면 그렇다. 특히 협상 시간이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세계 주요 무역국들과 동시 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했고, 한국은 내란사태에 따른 대통령선거와 새 정부 출범까지 겹쳤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초부터 미국과 협상을 진행한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에 쫓기고 충분한 협의 기회를 갖지 못한 불리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워싱턴과 뉴욕,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했다. 여 본부장은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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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30일 저녁(현지시간)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통상협의 결과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
| ⓒ 기획재정부 |
협상의 기조는 국익과 상호 호혜적인 결과 도출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당하게 협상에 임하라"고도 했다. 구 부총리는 "지킬 것은 지켰다"고 했다. 그리고 트럼프발 새로운 무역환경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사업기반을 확충하는데 노력했다고 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한 '지킬 것'은 우선 다음달 1일 전면 시행될 상호관세 25%를 낮추는 것이었다. 이미 일본과EU 등 주요 무역 상대국이 15%로 관세 협상을 타결 지었기 때문에 '15%'는 최소한 지켜야 할 '숫자'였다. 물론 정부는 미국쪽에 한미FTA 규정을 들어가며 '12.5%'를 요구했다. 김용범 실장은 "마지막까지 미국에 12.5%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면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EU 등이 각각 5500억 달러와 6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규모를 확정한 것 역시 부담이었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에서 "한국이 일본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고 썼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일관계를 언급하면서, 4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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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위협저지, 주권을 실현하자!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주최로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열린 '트럼프 경제·일자리·먹거리·안보 위협 규탄 및 주권수호를 위한 각계 비상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
| ⓒ 이정민 |
우선 대미 투자 패키지의 금액은 3500억 달러(약 486조원)다. 이는 일본의 5500억 달러의 60% 수준이다. 이 가운데 1500억 달러는 이른바 조선업에 특화된 투자액이다. 이른바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는 미국의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주요 조선회사와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곳이 한국 기업 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쪽 설명이다.
나머지 2000억 달러 역시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원자력 등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서 미국 시장에 맞춘 투자 펀드로 구성된다. 물론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로 집행하고 있다. 이번에 설립되는 투자 펀드에는 한국투자공사 등에서 대출과 보증 등을 통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김용범 실장은 "직접적으로 얼마를 (펀드에) 넣을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직접 투자 비율은 매우 낮을 것이고, 대부분 대출과 보증이며 2000억 달러는 한도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1000억 달러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사들이는 대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동안 LNG와 석유, 석탄 등이다. 김 실장은 "그동안 국내에서 필요한 에너지 수입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새롭게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중동 지역 등에서 들여오는 원유 등을 미국으로 일부 돌린다는 것. 구 부총리도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 구매처를 미국으로 확대 전환하는 것으로 우리 경제에 추가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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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김용범 실장은 "(쌀 시장 개방 등) 농축산물 개방에 대한 미국 쪽 요구가 있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미 한미FTA를 통해 미국산 농축산 제품 가운데 99.7%가 개방돼 있다"면서 "쌀 등 단지 10여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에 대해 개방돼 있는 점을 적극 설명했다"고 했다. 구 부총리도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이 있었다"면서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여 본부장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집회 사진을 직접 준비해, 미국 쪽에 보여주기도 했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국 언론들은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율을 얻어냈고, 정치적 민감성이 큰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고 했다. 아직 여러 고비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로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부터 진짜 (한미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대미 투자의 구체적인 실행 내용과 계획 등도 마련해야 한다. 또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구 부총리도 "향후 미국 쪽과 농축산물 검역절차 개선과 자동차 안전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폐지 등 기술적인 사항에 대해 협의를 계속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조선업 협력 패키지 등 후속 조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관련 부처와 기업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향후 한미간 정상회담에서 추가로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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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일본 국기, 그리고 "관세"라는 단어가 적힌 3D 프린팅 미니어처 모델이 보인다. |
|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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