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난 학교 숲에서 '위장' 중인 교수가 있습니다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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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원 뒷밤재 고갯길 어귀 느티나무 터널 숲. (25.7.26. 오전 11:10) |
| ⓒ 이완우 |
지난 26일 한낮, 무더위가 한창이었다. '딱따구리 아빠'로 알려진 김성호 생태작가가 이 둥지를 드나드는 호반새의 번식 과정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새를 관찰할 때 꼭 지키는 자세가 있다. 푸른 나뭇잎 무늬의 파라솔을 펴고, 그 아래에 가림막을 또 두르고, 고요히 없는 듯 그 안에 들어가서 새를 관찰한다. 망원경 장착 카메라도 나뭇잎 무늬 덮개를 푹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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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류 관찰 파라솔과 가림막 장비. (25.7.26. 오전 11:35) |
| ⓒ 이완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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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자리를 새끼의 먹이로 물고 와서 양버즘나무 둥지 옆 가지에 앉은 호반새. (24.7.5. 오후 5:29) |
| ⓒ 김성호생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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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까시나무 둥지에서 호반새가 부화한 알껍데기를 물고 나오는 모습. (24.6.28. 오후 6:53) |
| ⓒ 김성호생태작가 |
"어르신들, 이 나무가 언제 크나요?"
"나무는 심기가 힘들 뿐이죠. 한번 심으면 잘 큽니다."
지름 5cm, 키 1.5m의 작은 느티나무가 뒷밤재 도로 양쪽에 줄 섰다. 20년 후, 여름에 잎이 무성해질 때 길 양쪽 나뭇잎이 약간 닿을 듯하더니, 30년이 지나니 무성한 터널 숲이 되었다. 김성호 교수의 자연 사랑은 이곳의 느티나무의 성장처럼 나이테가 35년 동안 굵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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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나무 둥지에서 갓 이소한 어린 소쩍새. (23.7.30. 오전 8:28) |
| ⓒ 김성호생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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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밤재 고갯길 끝나는 곳에 핀 배롱나무 꽃. (25.7.26. 오후 12:48) |
| ⓒ 이완우 |
김성호 생태작가가 뒷밤재 고갯길을 수없이 넘나들면서 딱따구리 둥지를 찾아볼 때 항상 되새기는 태도가 있었다. 숲속의 여러 생명을 하나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자.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자연을 간섭하거나 훼손하지 말자. 자연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특별한 선물이기도 하다. 자연이 연출하는 공연에 함께하자. 정숙하고 겸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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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실 대말방죽 호반새가 둥지 튼 왕버들나무 고사목. (25.7.26. 오후 1:06) |
| ⓒ 이완우 |
남원 뒷밤재 고갯길을 내려와서 전주 남원간 국도를 달렸다. 임실의 대말방죽 제방에 차들이 머문 모습이 국도에서도 환히 보였다. 대말방죽 옆 정자, 농로와 제방 곳곳에 수십 명의 탐조객이 고사목 왕버들나무의 호반새 둥지를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었다.
김성호 생태작가는 자신이 찾은 새 둥지만 찾아간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는 알려진 장소는 으레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마련이었다. 올해에 처음으로 그 원칙을 한 번 깼다. 남원의 김태윤 사진작가가 찍은 딱따구리 둥지의 사진 배경에 비슷한 둥지가 몇 개 보였다.
남원과 지리산 지역에서 새 둥지가 있는 웬만한 큰 나무는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새 둥지 구멍이 일곱 개나 있는 나무를 몰랐다니, 자존심도 좀 상했고 궁금하기도 했다. 찾아가 보니 밤나무 고목이었다. 그가 익숙하게 다니던 도로에서 시야가 가려진 후미진 샛길에 있었다. 아! 딱따구리의 세상도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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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따구리 아빠 김성호 생태작가. (구)서남대 캠퍼스 옆 뒷밤재 어귀의 느티나무 그늘. (25.7.26. 오전 11:47) |
| ⓒ 이완우 |
- 탐조의 기본은 정숙이다.
- 사적 대화는 금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꼭 필요한 경우 둘만 들릴 정도로 작고 짧게 말한다.
- 새의 최소 경계 거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 새가 놀라서 날아갈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 번식 둥지를 중심으로 반경 5m 안으로는 접근을 금한다.
- 번식 둥지 반경 5m 밖에서도 시야의 방해를 이유로 자연물(풀, 나무 등)을 훼손하지 않는다.
- 번식 둥지에 대한 일체의 간섭을 금한다.
- 번식 둥지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위적 빛을 비추지 않는다.
- 먹이나 소리로 새를 유인하여 촬영하는 것을 금한다.
- 가능한 자연의 계절 색깔에 가까운 복장을 갖춘다.
'딱다구리보전회'는 전국에 딱따구리 탐사대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다. 남원의 딱따구리 탐사대로 활동하며 생물학 박사를 꿈꾸는 한 학생(초등학교 6학년)이 있다. 이 학생은 지난 5월 남원 뒷밤재 산책로에서 적극적으로 조류를 탐사하였다. 탐구심이 남다른 그 학생에게 김성호 생태작가는 약속했다고 한다. 올해 소쩍새가 이 나무의 둥지로 돌아오면, 함께 와서 소쩍새를 탐사하자고.
반갑게도 소쩍새가 기대했던 그 둥지를 찾아왔다. 오색딱따구리가 번식을 치르고 떠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월 27일에 소쩍새가 입주했다. 김성호 생태작가는 그 어린 학생과 함께 소쩍새를 만나야 하는데, 머뭇거려진다고 한다. 소쩍새 사진을 찍으려는 어른들의 무질서한 모습을 어린 학생이 어떻게 볼까? 생명 존중이나 자연 사랑이라는 구호보다, 탐조를 위해 갖춰야하는 마음가짐과 그 기본 태도가 되는 탐조 수칙의 실천이 우선이라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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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실 대말방죽 왕버드나무 둥지로 미꾸라지를 물고 돌아온 호반새. (24.06.30. 오후 4:48) |
| ⓒ 김성호생태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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