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여행 가방 속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한여름, 휴식의 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업의 리더들이다. ‘매경이코노미’는 매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주요 CEO들이 추천한 도서를 통해 그들의 경영 철학과 시대 인식을 들여다본다.
올해 추천 목록에서 특히 눈에 띄는 흐름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성찰’이다. ‘먼저 온 미래’ ‘듀얼 브레인’ 등 인공지능을 다룬 책이 여럿 등장했다. CEO들은 입을 모아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할 현실”이라고 강조한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는 목적도 도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니어 산업을 다룬 ‘에이지테크’, 자영업 성공기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지배구조 개혁을 다룬 ‘평생 투자자’ 등은 복잡해진 경제·사회 환경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려는 고민이 담겼다. 또한, ‘성공은 하루 만에 잊어라’나 ‘TSMC 반도체 제국’처럼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도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문학의 힘을 믿는 리더도 여전하다. 이어령의 문장을 곱씹은 CEO가 있는가 하면,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욕망의 본질을 성찰한 CEO도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혼란한 시대일수록 내면을 돌아보는 힘이 리더의 진짜 자산”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에 들린 책은 각기 다르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기술 공부가 곧 생존 전략” 한목소리
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기업 경영자에게 AI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날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신기술 파고에 올라타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CEO가 적잖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먼저 온 미래(장강명 지음)’를 열독했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을 통해 AI를 가장 먼저 경험한 바둑계가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고, 이후 다른 분야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상한 책이다. 진옥동 회장은 “바둑을 경영에, 프로기사를 금융인에 대입해 읽다 보면, AI 전환기 속에서 기업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통찰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AI가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은 그 분야에서 쓸 만한 AI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만 할 수 있다”는 책 속 구절을 인용했다. 한 분야에 AI가 등장하면 그 분야 규칙 자체가 바뀌며, 그때부터는 ‘영향’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진 회장은 평소에도 “리더는 기술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능숙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7월 1일에는 경영진이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를 각자 업무에 접목해보는 경영포럼을 진행했고, 포럼에 앞서 6주간 모든 경영진이 온·오프라인으로 집중 교육을 받게 하는 등 ‘AI 잘 아는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도 같은 책을 집어 들었다. 박 사장은 “알파고가 바둑계 정석, 기사 랭킹, 전략 등을 통째로 폐기시켰듯, 카드업도 AI 앞에서 예외일 수 없다”며 “기존 관성을 빠르게 떨쳐내고 시장과 고객에 철저히 집중해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사장은 AI가 ‘비용을 줄이고 가치를 높이는’ 패러독스 혁신의 열쇠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책의 핵심은 AI 시대에 기업과 국가 생존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다. 과거 성장동력이었던 노동이나 자본이 아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능력’, 즉 창의력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 애플 사례처럼 독창적인 아이디어 하나가 수천만명의 노동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송 회장은 “AI 등장으로 기존 성공 공식이 무너지는 대전환의 시기에 이 책을 통해 모방형 인재와 조직에서 벗어나 창조형 기업으로 거듭나는 전략적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과 AI의 협업을 철학적으로 다루고 활용 전략을 제시한 경영서 ‘듀얼 브레인(이선 몰릭 지음)’도 CEO들 손에 들렸다.
강석훈 율촌 대표변호사는 ‘듀얼 브레인’을 읽고 “AI는 인간의 제2의 뇌가 될 것이며, 결국 AI 활용 역량이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서비스 분야에도 AI 도입이 불가피하며, 변호사 고유의 공감력·판단력과 어떻게 시너지를 낼 지가 관건”이라며 “듀얼 브레인 방식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감상평이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AI 에이전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듀얼 브레인’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들려줬다. AI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료처럼 협업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고 체계로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정 행장은 “AI 시대 성공은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지성(AI)과 얼마나 조화롭게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시스템, 서비스 고도화는 AI 중심으로 추진하고 중요한 사업 전략과 의사 결정에는 우리 조직의 경험과 집단지성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듀얼 브레인’을 추천 도서로 꼽았다. 최근 생성형 AI 활용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던 차에 책을 보게 됐다고. 임 회장은 인상깊은 구절로 “지금의 AI를 앞으로 사용하게 될 최악의 AI라고 생각한다”라는 문장을 꼽았다. 그는 “AI의 비약적인 발전을 알려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AI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은 경계해야 하지만,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준비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9호 (2025.07.23~07.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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