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하루, 정규교사 책임져야 …그게 공교육 핵심”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 1년만 회사 안 다니고 나 좀 도와주면 안되냐’고 하더라고요. 20여년이 지나 이 아이들이 이제 부모가 될 나이가 됐고 사회는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공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전제로 설계돼 있어요.”
지난달 책 『초등 전일제가 답이다』를 펴낸 장윤숙(사진)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은 29일 “저출생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전 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저출산고령사위 초대 사무처장 등을 지내며 교육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책 제목과 같이 장 전 처장이 주장하는 공교육 혁신의 핵심은 ‘초등 전일제’다. 초등학생의 하루를 온전히 공교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초등 공교육은 오랫동안 오전 수업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고, 이때문에 그 이후 시간은 아이와 부모가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돌봄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가정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아이들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7.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44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1% 넘게 올랐다.
장 전 처장은 현행 방과 후 돌봄 정책인 ‘늘봄학교’에 대해선 “사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육보다는 돌봄에만 초점이 맞춰진 부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장 전 처장은 “정규 교사의 지도 아래 오전과 오후 정규수업부터 예체능이나 외국어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몇몇 사립학교의 전일제 시스템을 참고할 만 하다”며 “이후 자율학습이나 독서 등 다양한 학습 관련 활동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학교가 학생들에게 일관된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 전 처장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각 학교에 배치되고 남은 교사, 즉 ‘과원교사’를 활용하면 예산이나 인력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반일제 수업을 유지하는 나라는 남아공과 우리나라 단 두 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를 전일제로 전환하면 사교육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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