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新내수 시장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5. 7.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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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 2.5%p ‘UP’…자영업 ‘햇살’
의료관광·K뷰티 외국인 지갑 여는 ‘매직’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전 세계적 흥행이 화제다. 작품 속 한국의 도시 풍경·문화에 매료된 외국인들이 연일 소셜미디어(SNS)를 달구고 있다. 비슷한 시기 ‘코리아니즘’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한국 정서가 글로벌 문화로 확장되는 세계관을 뜻한다. 과거 한국 인기곡 ‘아파트’를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재해석해서 글로벌 히트송으로 만드는가 하면 해외 기업이 토종 K푸드 브랜드를 인수하고 ‘한국산’임을 강조하며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의 ‘원형(original)’ ‘현재’ 모습 그 자체를 연구하고 즐기고 재해석해서 확산시키려는 문화가 전 세계를 휩쓰는 게 요즘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도 뚜렷하게 늘고 있다. 이들을 기반으로 ‘신(新)내수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세가 안정화된 이후 K컬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이 대거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신(新)내수 주도 경제로 재편될 수 있다.”

최근 만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내놓은 전망이다. 단순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를 넘어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활발한 소비 활동이 국내 내수 시장 핵심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단 분석이다. 이런 실마리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5월 누적 기준 방한 외래객 수는 720만67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다. 상반기 기준 외국인 관광 소비 금액은 4조4468억원으로 역시 뚜렷한 증가세(9.5%)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일회성이 아닐 듯싶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고치인 2009만명에 달하고, 이에 따른 관광 수입은 202억5000만달러(원화 약 29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년 명목 국내 소비 규모 2.5% 수준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국내 소비를 2.5%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국인 국내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 증가는 전반적인 내수 경기 진작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면세점·백화점 등 주요 업종 소비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외국인 소비의 물결이 서울 주요 인기 지역을 넘어 여타 수도권과 지방으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인도 새로운 곳 선호

성수는 기본…힙지로·힙당동 열광

하나카드와 LG유플러스의 빅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그동안 통상 방한 외국인이 방문하거나 돈을 쓰는 곳은 서울 명동, 홍대,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인천 운서동 등이 주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외국인 관광객의 새로운 핵심 상권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성수동은 2025년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 증가 순위에서 전체 지역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카드 사용액 증가에서도 성수(성수동2가)는 전체 외국인, 중국인, 미국인, 일본인, 동남아시아인 관광객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팝업스토어, 패션·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트렌디한 카페 등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해외에 알려지면서 이를 직접 경험하려는 젊은 외국인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덕분이다.

명동 중심이던 서울 중구 관광 지도도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시청, 광화문 등 역사 문화 지역을 거쳐가던 동선에서 최근에는 을지로, 충무로, 신당동 등 독특한 분위기의 골목 상권과 신흥 맛집, 예술 공간으로 외국인 방문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런 미묘한 변화는 향후 외국인 대상 사업을 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공간 구성, 업종 선택을 해야 할지 등 사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의료관광 신성장동력

K컬처 타고 뷰티·건기식 각광

외국인이 지갑을 열고 있는 업종 분석도 흥미롭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택스리펀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하는 글로벌텍스프리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해봤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텍스프리 총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외국인 소비액이 가장 많은 업종은 ‘의료용역’이다. 의료용역은 성형·피부 시술을 포함하는, 쉽게 말해 의료관광 분야 매출을 뜻한다. 올해 상반기 의료용역 총 판매 금액은 5931억원을 기록,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화장품(약 3649억원), 백화점(약 2554억원), 의류·잡화(약 2478억원)가 이었다. K뷰티와 패션, 그리고 백화점을 통한 프리미엄 쇼핑이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큰 매력 포인트임을 나타낸다.

여기에 더해 눈여겨볼 업종은 판매 금액 증가율 상위권 업종이다. 건강기능보조식품(약 69.5%), 시계주얼리(약 52.2%), 외국인 전용 판매장(약 51.2%), 호텔(약 42.5%) 등이다. 관련 업종 종사자라면 외국인 대상 마케팅을 좀 더 강화해야겠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울 명동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내수 활성화, 과제는 없나

언어 장벽·교통 불편 해소해야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려면 몇 가지 과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언어 장벽, 교통 불편, 부족한 정보의 표지판, 바가지 요금, 불친절한 서비스 등은 외국인 관광객이 겪는 주요 불편 사항으로 지적된다.

정부와 관광 업계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하는 외국인 관광객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한목소리다.

외국인이 서울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게 유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장(경희대 호텔관광대학장)은 “결제 편의성을 높이고 교통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지역 관광 인프라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외국인 수요를 전국 단위로 분산시켜 균형 있는 관광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인력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은 “관광 스타트업에 대한 창업 지원을 확대해 혁신적인 관광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독려하고, 청년,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의 관광 산업 일자리 고용 확대를 통해 경제적 파급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즉 ‘신내수’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통신·카드사 데이터로 국적별 방문·결제 조사
방한 외국인 방문·소비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데이터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먼저, 외국인 방문 지역은 LG유플러스 단기 체류 외국인 데이터를 제공받았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 3사 중 외국인 로밍 사용자가 가장 많은 기업이다. 로밍 데이터를 추적해 해당 지역에 30분 이상 머무른 외국인 수를 집계했다.

외국인 소비가 많은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하나카드 외국인 결제 데이터를 활용했다. 외환카드를 전신으로 하는 하나카드는 외국인 결제 데이터를 대량 보유했다. 외국계 메이저 카드사인 비씨, 비자, 마스터카드와 모두 연동이 돼 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결제 합산 금액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 행정동별 결제액을 분석했다.

외국인 방문과 결제 데이터 분석은 빅데이터 전문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 도움을 받았다. 일본·중국·미국·동남아·유럽 등 외국인 국적별 방문과 결제 흐름을 분석했다. LG유플러스와 하나카드, 나이스지니데이타 3사 모두 2022년 출범한 민간 주도 데이터 얼라이언스 데이터아이(DATAi) 위원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지역과 업종별 외국인 결제 추이는 글로벌텍스프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봤다. 글로벌텍스프리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택스리펀드 사업자로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하는 해당 분야 국내 1위 업체다. 관광객 실제 소비 중 세금 환급이 가능한 구매액을 집계해 택스리펀드가 이뤄진 품목 내 판매액 총액을 산출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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