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계곡도 돈 내야 놀 수 있다"... 사라진 공공의 피서지

제천인터넷뉴스 최태식 2025. 7.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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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텐트 치고 하루 종일 놀다 갔죠. 지금은 아예 들어가질 못해요."

그는 "몇 해 전만 해도 제천 지역 대부분의 계곡에서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텐트를 치면 하루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펜션과 주택이 들어서면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입장 자체가 막히고, 자리를 펴기도 어려워졌다. 옛날이 그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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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공간 침해' 이유로 출입 통제, 평상 설치해 유료 대여하기도... '계곡 무단점유 정비사업' 필요

[제천인터넷뉴스 최태식]

 충북 제천시 봉양읍 옥전천의 피서객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입니다)
ⓒ 제천인터넷뉴스
"옛날엔 텐트 치고 하루 종일 놀다 갔죠. 지금은 아예 들어가질 못해요."

택시업에 종사하는 박아무개씨(69)는 충북 제천 지역 계곡에 얽힌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몇 해 전만 해도 제천 지역 대부분의 계곡에서는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텐트를 치면 하루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펜션과 주택이 들어서면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입장 자체가 막히고, 자리를 펴기도 어려워졌다. 옛날이 그립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제천을 포함한 국내 여러 지역의 계곡은 이제 더 이상 '공공의 피서지'가 아니다. 계곡변 땅들이 펜션, 전원주택 등으로 빠르게 사유화 되면서, 과거 주민과 피서객들이 자유롭게 즐기던 자연 공간은 '출입 금지' 표지판과 철문, CCTV로 가로막히고 있다.

자연은 누구의 것인가

계곡은 법적으로 '하천법' 혹은 '산지관리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 대부분의 하천과 그 주변 일정 범위는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공유지로 분류되지만, 현실에서는 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토지등기상 사유지로 등록된 공간이 하천 주변까지 확장된 경우, 실질적으로 공공의 접근이 제한되기 쉽다.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은 개발과 맞물려 사회적 갈등을 낳는다. 특히 계곡 인근에 펜션이나 전원주택을 소유한 일부 토지주들은 '사적 공간 침해'를 이유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시민의 자연 접근권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제천은 한때 '힐링 관광지'로 각광받으며, 계곡과 산림을 활용한 관광 개발이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될수록 역설적으로 시민들의 '힐링 공간'은 사라져간다.

우후죽순 조성된 펜션과 캠핑장이 계곡 주변을 점령하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됐다. 누구나 와서 쉴 수 있었던 공공의 여름은, 이제 '입장료'를 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지역 주민 송아무개씨(52)는 "요즘은 어디 가도 돈을 내야 계곡에 들어갈 수 있어요. 심지어는 아예 길을 막아놓고 '사유지입니다'라고 써붙인 곳도 많죠. 우리는 그저 옛날처럼 도시락 싸들고 가서 아이들이랑 발 담그며 놀고 싶은 건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점령된 계곡, 회복 가능성은?

제천지역 주요 계곡 일부 사유지들은 평상을 설치해 유료로 대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음식을 주문한 손님에게 무료로 평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평상 임대업으로 전환하면서 4인 기준 6만 원, 5인 이상이면 최대 7~8만 원까지 이용료가 부과된다. 단순히 평상 하나를 이용하기 위해 적잖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이러한 사유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계곡 무단점유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가 대표적이며, 실제로 2020년 이후 수백 곳의 계곡과 하천에서 불법 점유 구조물을 철거하고 시민에게 다시 개방했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은 사유지와 공공 공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일정 범위 내에서는 사유지라도 공공의 이용을 허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앞에서 박씨가 말한 '옛날의 계곡'은 단지 물과 그늘이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 간의 정과 여유, 그리고 자연이 허락한 쉼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공간을 철문과 팻말 너머로 바라보게 됐다.

누구의 땅인가보다, 누구를 위한 자연인가에 대한 질문이 시급한 때다. 계곡이 모두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입과 시민 인식의 변화, 그리고 토지 소유자의 공동체적 책임감이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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