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웃기고 생각 외로 따스한 '좀비딸'의 매력
[김건의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엑시트>와 <파일럿>으로 티켓파워를 증명한 배우 조정석이 좀비가 된 딸의 아버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걸 안 순간, 관객들은 이미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각색한 영화 <좀비딸>은 좀비라는 장르적 외피를 빌려 가족주의와 사회적 관용에 대한 우화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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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비딸> 스틸 |
| ⓒ (주)NEW |
이윈창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실사화 과정에서 설정 몇 가지를 바꾼다. 주인공 정환의 직업을 프리랜서 번역가에서 맹수 사육사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좀비가 된 딸을 '훈련'시킨다는 설정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호랑이도 길들이던 남자가 좀비가 된 딸 앞에서 허둥대며 필사적으로 자식을 훈육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미디가 되는 동시에 부성애의 절망적 몸부림을 보여준다.
물론 웹툰의 방대한 서사를 113분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손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원작이 긴 호흡으로 쌓아 올린 캐릭터들의 심리적 변화가 영화에서는 다소 성급하게 처리된다. 특히 좀비를 숨기고 기르는 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위험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축소된다. 웹툰은 이런 윤리적 딜레마를 캐릭터 간 관계성을 오래 다루면서 설득력을 가졌지만, 러닝타임 한계가 분명한 영화에서는 그걸 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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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비딸> 스틸. |
| ⓒ (주)NEW |
동명의 웹툰 원작은 연재 당시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는 중이었다. 이를 미루어 보았을 때 <좀비딸>이 품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는 팬데믹을 경험한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족을 숨기고 보호하려는 정환의 모습은 감염자를 배제하려는 사회와 달리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조건 없는 사랑과 보호가 가능한 마지막 공간처럼 보인다. 집단을 위한다면 마땅히 정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정환은 자신의 딸과 소통하고 좀비 기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족이라는 관계에서만 해낼 수 있는 모순이자 마법이다.
영화는 가족에서만 작동하는 특별한 논리를 보여준다. 할머니에게 좀비가 된 수아는 위험한 감염체가 아니라 그저 '말 안 듣는 손녀'일 뿐이다. 효자손으로 타이르고, 밥을 먹이고, 잠자리를 챙기는 일상적 돌봄의 연속 속에서 좀비라는 정체성은 희석된다. 이는 사회적 합리성을 뛰어넘는 가족만의 논리다. 객관적으로는 위험한 존재이지만 가족에게는 조건 없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비합리적이면서도 숭고한 믿음. 정환이 딸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는 이런 가족애의 맹목성을 비판하지도, 찬양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담담히 기록할 뿐이다.
<좀비딸>은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충실히 하면서도 원작 팬들을 위해 핵심 서사는 보존한다.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가족 영화라는 측면에서 정말 '안전한' 영화다. 가족애라는 보편적 정서에 집중하면서 좀비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 예를 들어 개인의 선택이 공동체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 소수자 보호와 다수의 안전 사이의 긴장 같은 딜레마들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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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좀비딸> 스틸. |
| ⓒ (주)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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