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영남 권리당원 표심은 왜 정청래에 쏠렸을까
[김지현,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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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오른쪽)ㆍ박찬대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2차 텔레비전 토론회 시작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전국적인 수해로 권역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 일정이 멈춘 현재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가 받은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 성적표(누적 득표율)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권리당원 수는 111만 1442명. 2024년 11월 30일까지 입당하고, 12개월 내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이 그 대상이다(권리행사 시행일은 6월 1일 기준). 충청·영남권의 선거인수가 20만 8444명이었으니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약 90만 권리당원의 표심이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굳히기냐, 역전이냐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반영 비율이 15%인 대의원 투표와 30%인 국민여론조사 결과도 봐야 하지만, 가장 비중이 큰(55% 반영) 권리당원 투표는 핵심 승부처다.
아직 한 표를 행사하지 않은 권리당원 90만 명을 지역적으로 분류해 보면 대략 호남 36만, 수도권·강원·제주 54만 명이다. 이는 지난 4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호남 선거인수 37만 1105명, 수도권·강원·제주 선거인수 54만 1848명을 기준으로 추산한 값이다. 대선 전후로 권리당원 수에 극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니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8월 2일 모든 투표함이 열리기까지는 누가 새로운 민주당의 대표가 될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권리당원 투표의 경우 현재까지는 정청래 후보 쏠림 현상이 눈에 띈다. 167명에 달하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청래 후보보다 박찬대 후보 지지세가 더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권리당원들의 의원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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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전남 나주에서 토마토 줄기 걷어내기 작업을 하고 있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
| ⓒ 정청래 페이스북 갈무리 |
수도권 권리당원인 A씨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를 주목했다. 그는 정청래 후보가 "과거엔 인터넷 매체와 커뮤니티,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적극 활용해 왔다. 20년 동안 뉴미디어에서 밭갈이를 해 온 정청래를 박찬대가 이기긴 힘들다"라면서 "인지도가 '깡패'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권리당원들은 옛날엔 '나는 꼼수다'부터 요새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매불쇼' 등을 즐겨보며 공부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만든다"라며 "정청래는 여기서 그들과 소통하면서 활동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도 몇 년 전부터 뉴미디어를 활용하면서 기반을 다졌지만, 정청래와는 쌓인 게 다르다. 뉴미디어 시청자들은 선명한, 새로운 메시지를 좋아하는데 정청래는 오래 전부터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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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6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문화의마당에서 열리는 동안 지지들이 운집해 있다. |
| ⓒ 이희훈 |
하지만 원내대표를 지낸 박 후보가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평가받는데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힘을 못쓰는 것이 전통적인 계산법이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의원까지는 몰라도 권리당원은 과거처럼 '의원 →대의원→권리당원'으로 이어지는 하향식 줄세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권리당원 A씨는 "한 지역에 권리당원이 50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의원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1000명 정도, 20% 수준"이라면서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예전처럼 거수기가 아니다. 다양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민주당 권리당원의 힘은 점점 세지고 있다. 2022년 당대표 선거 당시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은 40%였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한 2024년 당대표 선거 때는 그 비율이 56%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은 30%에서 15%로 축소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당원권 강화를 목표로 2024년에는 기존 의원만 참여했던 국회의장단 후보자 선거와 원내대표 선거를 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당규를 바꿨다. 2024년 5월 당내 선거에서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뽑히자 추미애 후보 지지세가 강했던 당원들이 반발하며 집단 탈당하는 일이 벌어졌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원주권국 설치' 등 후속 조치를 단행한 결과였다.
결국 권리당원의 숫자와 다양성이 점점 더 확대돼 온 상황에서 강한 개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선호하는 권리당원들이 정 후보의 싸움닭 기질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청래·박찬대 두 후보가 모두 선명한 개혁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원들은 인지도가 더 높은 정청래 후보를 더 강한 '파이터'로 인식하는 모양새다.
권리당원 C씨는 "권리당원들 사이에서는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서 정청래의 '사이다' 메시지, 과거 법사위원장 활약을 기억하며 반응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당내 갈등의 중재 역할을 당대표가 매끄럽게 잘해줘야 하는데, 그 능력이 부족할까 봐 걱정하는 기류도 없지 않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은 지역 의원들의 영향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호남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예전 같은 문법이 안 통하는 핵심 포인트는 내년 선거가 총선이 아니라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역구 국회의원 입장에서 내년 선거는 자기들 선거가 아니다. 남의 선거다. 그러니 활발히 움직이지 않는다"라며 "만약 내년이 총선이었다면 박찬대가 더 유리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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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극한호우 침수피해를 입은 광주광역시 다드리가구 백화점에서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하다가 땀을 닦고 있다. |
| ⓒ 김지현 |
'대통령·당원·국민과 통하는 3통 당대표'를 내세운 박찬대 후보는 "매일매일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다"라면서 "기대해주셔도 좋겠다"라고 막판 뒤집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청래의 굳히기일까, 박찬대의 역전극일까. 이제 남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는 30일부터, 국민여론조사(ARS)는 31일부터 시작한다. 8월 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현장에서 대의원 투표 결과까지 모두 합산해 최종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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