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볼 수 있다면…100만원도 낼게요

“오랜만에 공연을 현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당황했다. 그 비싼 표가 순식간에 팔려 나가는 상황을 보고 더 놀랐다. 중고나라 같은 곳에선 웃돈을 줄 테니 표를 팔라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는 걸 보니, 그나마 B석이라도 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서트, 뮤지컬, 스포츠 경기 등 표 가격이 치솟는 ‘티켓플레이션’ 현상이 한국을 덮쳤다. 티켓플레이션이란 티켓(Ticket)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단어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다. 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뜻으로 쓰인다.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 주요 공연과 스포츠 경기 티켓 가격 상승세가 심상찮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티켓플레이션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연은 한정됐고,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5년 새 44% 상승한 공연 티켓
뮤지컬은 19만원까지 육박
티켓플레이션 현상은 객관적인 지표로 드러난다.
공연예술전산통합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중음악 공연의 평균 티켓 가격은 12만104원. 2020년 8만3540원 대비 약 44.1% 오른 금액이다. 올해는 더 올랐다. 올해 1분기 공연시장은 입장권 예매 수 472만매, 판매액 324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입장권 판매 매수와 판매액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 10.4% 늘었다. 판매 매수 대비 판매액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티켓 평균 가격이 더 올랐다. 실제로 KOPIS 자료를 토대로 올해 1월 1일~7월 20일까지 평균 티켓가격을 조사한 결과 13만1481원이었다.
티켓 가격이 치솟는 배경에는 ‘비싼 공연’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올 들어 20만원 전후 공연이 속속 등장했다. 올해 7월 고양에서 열린 블랙핑크 공연은 가장 비싼 좌석 가격이 27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월드투어를 연 지드래곤 국내 콘서트는 최고가 티켓이 22만원에 판매됐다. 세계적인 록밴드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은 표 한 장당 가격이 25만원으로 책정됐다. 해당 콘서트 VIP 티켓은 108만원이란 가격을 자랑하며 화제를 모았다.
연극과 뮤지컬 티켓 가격도 나날이 상승세다. 2023년 ‘오페라의 유령’ VIP석 가격이 15만원에서 19만원으로 오르면서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최근 ‘알라딘’과 ‘위키드’ ‘위대한 개츠비’ 등 주요 뮤지컬은 VIP석 가격이 나란히 19만원대로 올랐다. 2022년 내한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 가격을 16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고가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티켓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2025년 1분기 연극과 뮤지컬 입장권 판매액은 각각 역대 최고치인 179억원, 1340억원을 기록했다.
비교적 상승세가 덜하던 스포츠 경기 표 가격은 수요 급등 여파로 가파른 상승세를 띤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경우 표 정가 자체는 싸다. 그러나 구단들이 표 가격을 실시간 시세로 결정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정책과, 먼저 표를 예매할 수 있는 ‘선예매권’을 도입하면서 팬들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가격은 올랐다. 다이나믹 프라이싱은 수요가 증가하면 표 가격이 상승한다. 올해처럼 야구 흥행으로 관객이 몰리면 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구조다. 선예매권은 일정 금액을 지불한 고객이 표를 우선 예매할 수 있도록 주는 제도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선예매권’을 주는 유료 회원제를 운영한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KIA 타이거즈 등 5곳은 이보다 비싼 회원제 혜택인 ‘선선예매’를 도입했고, 삼성 라이온즈·KT 위즈 등 2곳은 ‘선선선예매’ 제도도 도입했다. 가입 시 내는 비용에 따라 순차적으로 예매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LG 트윈스는 올해 초 표 선예매를 혜택으로 하는 회원권 가격을 2만원에서 10만원으로 5배 인상했다.
경기 불황으로 내수가 꺾이는 상황, 왜 유독 티켓 가격은 상승할까. 전문가들은 ‘가심비’와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티켓 가격이 객관적으로 보면 비싸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심리적인 만족감을 우선적으로 본다. 가격 대비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크다고 판단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하다. 현재 한국 공연 업계는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공연장 수와 공연 기획·운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1년에 진행할 수 있는 공연 횟수에 제한이 있다. 장성철 가톨릭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기억에 남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한정된 순간을 공유’하는 라이브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티켓플레이션 현상은 앞으로 쭉
일각에선 티켓플레이션 현상이 장기적으로 공연·스포츠 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낸다. 영화 업계 전철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영화관은 표 가격을 무리하게 올린 여파로 관객 발길이 끊긴 상태다.
다만, 다수 전문가가 공연·스포츠 업계는 영화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표 가격이 계속 올라도 시장은 죽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는 주장이다. 수요가 계속 늘면서 티켓플레이션 현상도 지속되리라는 예측이다. 이유가 있다. 공연, 스포츠 등 ‘라이브 콘텐츠’의 특성 때문이다. 현장에서 즐기는 라이브 콘텐츠는 시·공간 제약이 크다. 아무리 공급을 늘리려고 해도 수요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공연, 스포츠 등 실시간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런데 실시간으로 현실의 순간을 공유하는 서비스는 시간, 공간, 인력의 제약으로 공급이 제한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더 내놓을 수 없다. 수요 대비 항상 공급이 부족한 탓에 티켓플레이션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지유진·박환희·양유라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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