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 원 숙소' 선착순 알베르게의 괴담 [은퇴하고 산티아고]
2025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산티아고 길 걷기를 다녀왔습니다. 중년 한국인들이 많아 놀랐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열풍을 넘어 '산티아고 현상'이 되었음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기자말>
[김상희 기자]
로그로뇨(Logroño)에서 공유형 숙소를 구해서 이틀을 묵었다. 둘째 날은 걷기를 중단하고 온전히 하루를 쉬었다. 하루 휴식으로 피곤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잠은 방해받지 않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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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그로뇨를 나서던 새벽길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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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 산토 도밍고 데 칼사다 부근에서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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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바라(Navarra)주의 '바람 많은 들판길'은 라 리오하(La Rioja) 주로 들어서자 '붉은 포도밭길'로 바뀌었다. |
| ⓒ 김상희 |
선착순 알베르게의 괴담
순례길을 떠나기 전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숙박이었다. 산티아고 순례는 동에서 서로, 한 줄의 길을 따라 이동하는 '선(線) 여행'이다. 우리는 40일을 잡았다. 40일을 걷는다는 것은 40일을 다른 곳에서 잔다는 것이다. 40개의 숙소가 필요하다. 매일 얼마나 걸을지 모르니 미리 예약할 수도 없다.
떠나기 전 정보에 의하면 숙박은 침대 1개만 받아 자는 도미토리형 숙소, 알베르게를 이용하게 된다고. 알베르게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뉘는데 공립은 시(市), 교구나 종교 협회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침대 수가 많고 예약이 안되고 당일 선착순 입실이 원칙이다. 사립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 예약 가능하며 규모는 작으나 공립에 비해 시설이 더 좋다고 한다.
문제는 공립 숙소에 자려면 같이 걷는 사람들과 경쟁하게 된다는 것이다. '길에서 걸음이 빨라지고 중간에 맘 놓고 쉬지도 못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날이 갈수록 점점 일찍 출발하게 된다는...' 이것이 내가 들은 선착순 알베르게의 괴담이다. 만약 선착순에 못 들었다면? 최악의 경우 그 동네 숙소가 만실이라면 다음 마을까지 한 두 시간 더 걸어가거나 택시를 불러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신성한 순례길에서 빨리 걷기 경쟁이라니. 젊은 친구들에 비해 나이도 많고 체력도 떨어지는 우리는 공립 숙소는 아예 글렀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공립 숙소 중 예약을 받는 곳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동안 몇 차례 공립 숙소를 예약해 묵었다.
그런데 오늘 가려고 하는 나헤라 숙소는 예약 불가의 100% 선착순이라고 한다. 걷기에도 탄력이 생겼고 나헤라 공립 숙소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 숙소가 아니라는 정보를 믿고 우리도 선착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선착순 알베르게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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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바위 사이의 도시, 나헤라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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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헤라 숙소 앞에서 체크인을 기다리는 순례자들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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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헤라 공립 알베르게 내부 |
| ⓒ 김상희 |
둘째, 배정받은 침대에 가서 짐을 푼다. 이때 체크인 때 받은 일회용 침대 시트를 침대와 베개에 씌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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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용 커버로 침대 매트와 베개를 씌운다.(비아나 숙소에서) |
| ⓒ 김상희 |
넷째, 인근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구입해서 다음날 조식과 간식을 준비한다.
다섯째, 저녁 식사를 한다. 주방에서 조리해 먹거나 숙소 또는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는다.
여섯째, 10시경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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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의 정열적인 태양은 빨래도 정열적으로 말려준다. 단 두 시간 만에 건조 끝! |
| ⓒ 김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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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순례자들(에스테야 알베르게) |
| ⓒ 김상희 |
나헤라 숙소는 지금까지 묵어본 알베르게 30곳 넘은 곳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다. 90인실 최대인원 다인실에 숙박료도 6유로로 가장 저렴했다. 재난용 임시대피소처럼 생겼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샤워실에, 조리 가능한 주방에, 차 마실 공용 공간과 빨래 널 수 있는 바깥 공간까지. 오히려 6인실이니 10인실보다 익명성도 높고 덜 답답했다.
샤워 후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이거야말로 '6유로의 행복, 만원의 행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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