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그 이름 모르는 사람 없어요, 베트남에서 온 부녀회장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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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옥천군 군서면 동산리 부녀회장 딘티마이씨 |
| ⓒ 월간 옥이네 |
모두가 인정하는 부녀회장
동산리 경로당 앞 벤치에 앉아있는 딘티마이씨를 마주치자, 지나던 주민들이 한마디씩 인사를 건넨다. 반갑게 다가와 옆에 앉더니 덥석 손을 잡는 이도 있다. 오전에 김치와 관련된 소동이 한바탕 있었던 모양인지, 자초지종 설명하더니 그는 "이따 김치를 좀 가져가라"고 당부한다. 딘티마이씨 이전에 13년간 동산리 부녀회장을 맡았던 권상순(71)씨다.
"(딘티마이씨가) 얼마나 마을 일을 잘하나 몰라요. 음식도 잘하고, 손님들 오면 그렇게 잘 챙겨줘요. 그거 보고 내가 (딘티마이씨) 시어머니 따라다니면서 '부녀회장 좀 해보라고 얘기해달라'고 3년을 부탁했어요(웃음)."
시어머니 고 김희석씨는 딘티마이씨가 낯선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이에서 챙겨주던 인물이다. 처음엔 고개를 저었지만 계속된 주민들의 설득에 시어머니도 부녀회장직을 권유했다. 그러던 2019년 7월, 심장질환으로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참 좋은 분이셨어요. 제가 힘들어할 때 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해주시기도 하고... 지금도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나요. 너무 갑작스레 돌아가셨어요."
시어머니의 부재는 딘티마이씨에게 큰 슬픔이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준 것은 쌍둥이인 두 딸 한유리(18)·한유정(18)씨의 응원과 마을에서의 일상. 어머니와 함께하던 고추·마늘·양파 등 밭농사를 도맡고 마을과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바삐 다니다 보니 어느새 6년이 훌쩍 지났다.
"엄청 바빠요. 농사도 짓고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밭에 가서 일손을 도와요. 우리 마을에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서로 도와야 해요. 어버이날이나 행사 땐 국수도 삶고 순대, 부침개 같은 음식 만들고요. 포도·복숭아 축제(8월 1일~3일 개최예정)도 이제 곧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곧 비가 쏟아진다. 비가 더 오기 전 할아버지 밭에 감자를 캐야 한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 밭으로 향하는 딘티마이씨. 밭에 가보니 주민들이 마무리 작업 중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 홀로 혹은 부부 두 사람이 농사하기에 돌아가며 일손을 돕는다는데... 딘티마이씨도 여기에 힘을 보태 캐낸 감자를 옮긴다.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농촌 주민이다. 그의 등장에 주민들은 '우리 딸'이라며 어깨를 두드린다. 그의 노고는 옥천군에서도 인정받아 2019년 새마을회 우수지도자 지회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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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상순씨가 딘티마이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 월간 옥이네 |
"집안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말하는 것 연습했어요. 아기 낳고서는 집으로 선생님이 찾아오셔서 한국어 가르쳐주셨고요. 처음엔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좀 무서웠어요. 꼭 화를 내는 것 같아서요."
한국어도, 한국음식을 요리하는 법도 일상생활을 하며 서서히 익혀나갔다는 딘디마이씨. 고향 베트남이 그리운 순간도 있었지만, 농사일과 자녀를 키우는 일에 집중하며 살아온 지난날이다.
'슬프면 슬퍼해. 슬픔을 이겨냈을 때도 우린 네 곁에 있어.' 그가 이동할 때 꼭 들고 다니는 가방에 쓰인 문구다. 딸 한유정씨가 직접 글씨를 써 넣어 선물한 것인데, 두 딸이 어느덧 고등학생이 돼 엄마의 마음을 살핀다고. "딸들이 참 착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 찾아서 대학에 갔으면 좋겠어요." 딘티마이씨가 두 자녀에게 바라는 점이다.
그에게 한 가지 소원이 또 있다. 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일. 20년 한국에 거주하며 두 자녀를 키우고 농사를 지으며 부녀회장으로서 봉사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 취득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고.
"지금까지 시험(TOPIK, 한국어능력시험)을 두 번 봤는데 떨어졌어요. 마지막 시험은 2010년일 거예요. 시험 너무 어려웠어요. 시험 안 보고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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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딘티마이씨는 딸이 글씨를 써 넣어 선물한 천가방을 소중히 몸에 지니고 다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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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을 주민들을 도와 농사를 짓는 딘티마이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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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딘티마이씨와 마을 주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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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조건은 ▲ 혼인 후 2년 이상, 한국에 계속 거주한 경우 혹은 ▲ 혼인 후 3년이 지나고, 그 중 1년 이상을 한국에서 계속 거주한 경우여야 한다.
또한 ▲ KIIP(한국이민자 사회통합교육) 프로그램 이수 또는 TOPIK 3급 이상 성적을 보유해 한국어 능력을 갖춰야 하고 ▲ 은행 잔고, 배우자의 소득증명서, 재산 또는 고용 증명 제출 등 경제적 능력을 증명해야 하며 ▲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하고 ▲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한국인 배우자와의 결혼 사실 및 계속된 혼인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혼인관계증명서, 거주증명, 한국어능력 증명, 경제능력 증명, 무범죄증명서 등 서류가 준비되면 국적 취득을 위해 관할 출입국·외국인청 또는 하이코리아에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심사 및 인터뷰를 진행한 후 허가 통지를 받는다. 여기까지 6개월~1년가량 소요된다.
옥천군가족센터에서는 매주 주말 오전에 한국이민자 사회통합교육을 진행 중이고, 주중 TOPIK 시험 대비반도 운영 중이다. 심사 및 인터뷰 준비 또한 이뤄진다. 사회통합교육은 '법무부 사회통합정보망'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043-733-1915(옥천군가족센터)로 하면 된다.
월간옥이네 통권 97호(2025년 7월호)
글·사진 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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