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호 바닥에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니 충격이었다

김교진 2025. 7. 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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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새만금호 수질조사 결과, 심각한 상황

[김교진 기자]

"살아있는 것이 없네요."

마지막 채니기를 열어본 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김형균 단장의 살짝 떨리면서 아쉬운 말 한마디가 다른 사람의 가슴도 아프게 했다. 종일 뜨거운 뙤약볕을 맞으며 좁은 배 위에서 수질 측정과 저서생물 조사를 했는데 살아있는 것을 찾지 못하다니!

118㎢ 크기라는 넓은 새만금 호수 바닥에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새만금 호수는 어떻게 죽음의 호수가 되었을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 6월 22일 새만금 호수에 작은 배를 띄우고 회원들이 수질조사와 새만금 저서생물조사를 했다. 전날에는 많은 비가 내려 새만금호 수위가 높아졌다. 비가 많이 오면 새만금호에 새로운 물이 들어와 조금 깨끗해지기 때문에 수질측정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평상시 그대로의 새만금호 수질을 측정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잠시 갖기도 했다.
 수질조사를 하려고 배를 타기 위해 포구에 왔다.
ⓒ 김교진
회원들은 선외기라고 부르는 작은 배를 탔다. 선장은 새만금에서 평생 물고기 잡이를 한 어부다. 오늘 선장은 고기잡이 대신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태우고 새만금호를 한 바퀴 돌 예정이다. 요즘은 고기잡이가 안 되어 배를 못 띄우고 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고기잡이를 나가 봐야 기름값도 못 벌고 있다고 한다. 아침 시간인데도 포구에 묶여있는 배들이 여러 척 보였다.
배가 포구를 나올 때는 천천히 가다가 포구를 나오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가 물살을 가르며 날아오르듯이 달린다. 배 안으로 파도가 들이쳐 옷과 물건이 젖었다. 배가 포구에서 나온 지 십여 분을 달려 새만금호 어디인가에 도착했다. GPS에서 경·위도를 확인했다. 어군탐지기에 수심 5m라고 떴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사가 시작되었다.
 호수 바닥에서 퇴적믈과 저서생물을 캐는 채니기를 사용해 바닥 생물을 조사하고 있다
ⓒ 김교진
채니기를 새만금호 바닥에 내려놓고 진흙을 캐는 일과 수질 측정 센서를 바닥까지 내려놓고 끌어올리면서 미터별로 용존산소(D.O)를 측정하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채니라는 말은 캘 '채'. 진흙 '니'를 써서 붙인 말이다. '진흙을 캐다'라는 말이다. 해저시료채취기라고도 한다. 해저퇴적물과 저서생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기다.

배 위에서 채니기를 바닥에 내려서 바닥에 닿으면 양옆으로 벌어졌던 채니기가 진흙을 물고 닫힌다. 채니기를 사람이 줄을 당겨 배 안으로 끌어올리는데 물과 진흙을 담은 채니기의 무게는 매우 무거워진다. 이것을 보통 10미터 이상 줄을 당겨서 배 안으로 끌어올려야 해서 몇 번 하면 지치게 된다.

오늘 12군데 지점에서 조사하게 되면 최소 12번에서 20번은 끌어 올려야 해서 끝날 때쯤에는 매우 힘이 든다. 거기다가 내리 쬐는 햇볕을 맞으면 몇 번 하다가 포기하고 싶지만 좁은 배 안이라 도망갈 곳도 없다. 배 안에 꼼짝없이 잡힌 몸이다. 그에 비해 수질측정은 힘쓰는 게 없으니 조용하다. 줄을 당기 것은 같아도 무게가 가벼워서 쉽다. 하지만 측정값을 잘 읽고 기록해야 해서 노련한 경험자가 맡고 있다.
 생물조사 채니기에서 떠올린 진흙을 채질한 후 남은 잔여물에서 생물 흔적을 찾고 있다
ⓒ 김교진
제1지점의 진흙을 바닥에 펼쳐놓고 그 속에 어떤 생물이 있는지 조사했다. 눈으로 봐서는 조개껍데기만 몇 개 보였다. 눈으로 진흙을 조사할 때는 진흙의 색과 형태, 냄새를 평가했다. 색이 검은지 회색인지,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 제1지점은 수심이 얕아서 심하게 썩지는 않아 색은 회색이고 냄새가 나지 않았다. 눈으로 보는 조사가 끝난 후에는 진흙을 고운 채에 넣고 바닷물에 씻어서 남은 생물체를 조사했다. 역시 작은 조개껍데기밖에는 없었다. 살아 있는 생물은 없었다. 죽은 생물체라도 비닐 백에 담았다. 그리고 비닐 백에 1번이라고 표기를 했다.
이런 식으로 12군데 지점을 조사해야 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조사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조사를 10여 년 해왔다. 제대로 한다면 한번 할 때마다 뱃삯과 인건비 등 몇 백만 원이 들어가지만 우리는 뱃삯만 빼면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이루어지기에 아주 저렴하게 할 수 있다.
 생물조사 채니기로 떠 올린 퇴적물을 살펴보고 있다. 산소가 부족한 곳의 퇴적물은 냄새가 나고 흐물흐물하고 생물 흔적도 없다.
ⓒ 김교진
제2지점, 제3지점, 더 가도 밑바닥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살아있는 것은 갯지렁이 빼고는 없었다. 6월초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정기 조사에서는 상시 바닷물이 들어오는 정상적인 갯벌의 흙을 캐서 생물량을 조사했다. 백합, 바지락, 분홍접시조개, 개량조개, 개맛, 고둥류, 갯지렁이 등 살아있는 여러 생물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방조제에 막힌 새만금호 바닥에는 살아있는 생물이 하나도 없다니 충격이었다.
새만금호에 생물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철에 따라 전어, 꽃게, 장어, 숭어가 방조제 배수갑문을 통해서 드나든다. 그러나 이들은 표층을 따라 이동하는 생물이다. 새만금의 제한적인 해수유통으로 새만금의 표층수는 어느 정도 맑아졌다. 그러나 수심 5미터 이상 깊은 곳은 물이 정체되고 산소가 부족하여 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퍼온 진흙을 바닷물에 헹궈 고운 잔여물만 남게한다
ⓒ 김교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수질측정결과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을 알 수 있었다.
1) 수심이 깊어지면 산소 농도는낮아진다.
2) 수심이 깊어지면 염분 농도는 높아진다.
3) 염분농도가 높으면 용존 산소는 낮아진다.
▲ 용존산소 새만금호 수심별 용존산소량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이 표를 보면 표층수 부분은 용존산소가 비교적 많았지만 수심 6-7m 이상으로 깊어지는 수심에서는 일반적인 해양 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5mg/L 이하로 나타났다. 수심 8~9m 이 정도 깊은 곳에서는 대부분의 일반 생물들이 살 수 없는 1mg/L 이하로 무산소에 가깝게 나타났다.

지금 새만금호는 민물(담수)과 짠물(바닷물)이 공존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안으로는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민물이 내려오고 있고 방조제 밖 바닷물이 하루 두 번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물이 섞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성질이 다른 물은 쉽게 섞이지 않는다. 방조제가 없을 때는 조수간만의 차이에 의해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일 수 있었는데 방조제에 갇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지 못하니까 무거운 바닷물은 밑에 가라앉고 가벼운 민물은 위에 있게 되는 성층화 현상이 나타난다.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새만금호 밑에 가라앉아 있으니 새만금 밑바닥은 산소가 부족하게 되어 생물이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새만금호의 염분 성층화 현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알린 것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다. 조사단은 매년 새만금호의 수질조사를 하면서 성층화 현상을 발견하였고 언론에 이를 알렸다. 수질교과서에 나오는 호수 성층화 현상은 계절에 따른 물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새만금호에서는 수심에 따른 염분 차이로 성층화가 생겼고 새만금호 하층은 산소가 부족하여 생물이 살 수 없는 산소 부족 지역이 되었다.
▲ 새만금호 바닥 퇴적물 새만금호의 퇴적물을 채니기로 끌어올렸다. 왼쪽 검은색 퇴적물은 산소가 부족한 깊은 곳에서 채취한 것으로 냄새가 심하게 났고 끈적했다. 오른쪽 밝은 색 퇴적물은 수심이 얕은 곳에서 채취한 것으로 종패나 실지렁이가 가끔 나타났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그럼 이런 산소부족 현상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면적인 해수 유통을 하는 수밖에는 없다. 현재 새만금은 하루 두번, 한달에 이십 일만 배수갑문을 열어 해수 유통을 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만큼 해수 유통을 시키고 있다. 하루 두 번 배수갑문을 여는 것만으로는 거대한 새만금호에 바닷물을 들여 물갈이를 할 수 없다. 시화호처럼 내부 갑문을 모두 열어 썩은 물을 배출하고 바닷물을 들여야 새만금호를 살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할 수 없다.

이날 조사를 총괄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공동대표는 새만금호 수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위적으로 수문을 여닫는 방식으로는 바다생물의 폐사를 일으키는 산소 부족 상태를 막을 방법은 없다. 매일 물때에 따라 자연이 스스로 해수를 교환할 수 있는 '상시수문 개방형 새만금 복원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1.5미터 관리수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이 관리수위 정책 때문에 천문학적인 수질 개선 비용이 들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새만금의 수질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알려준다.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인위적이고 지속적이지 않는 해수유통방식은 생태계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음을 말해주는 결과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이날 조사에서 살아있는 갯지렁이 몇 마리와 쇄방사늑조개 종패 몇 개를 확인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호수인 새만금호에서 살아있는 저서생물을 이 정도밖에 찾을 수 없다니, 새만금호는 죽음의 호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가 죽은 호수를 보러 오겠으며, 죽은 호수 옆에서 살고 싶겠는가? 새만금호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새만금의 산업도 관광도 어업도 수변도시도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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