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외면하는 비인기 종목, 한국 스포츠의 불편한 진실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2025. 7. 2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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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육 리셋-기본으로 돌아가야 ②] 경쟁과 보상의 불균형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고대 그리스의 육상 선수
ⓒ `르 스포르 당 라르' 의 한 페이지.
①편 <비인기 종목은 서러운가, 서러워 보이려 하는가>에서 이어집니다.

사회자: 2부 논의를 시작하겠다. 재정적으로도 상당히 국가에 의존하고, 그런데도 종목 단체 내부에서 안주하고, 폐쇄적이며 또 어떤 구별 짓기를 하면서 권력을 누리고 있는 복잡한 상황이 한국 체육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바도 많을 것 같다. 김세훈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한 마디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기록과 싸워야 하고, 국제 성적을 내야 하는 데, 그런 본질이 사라졌다. 경기인들의 자기 고립과 사회 전반의 체육 경시가 합쳐진 결과다. 경기인들의 시선이 높아져야 하고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김세훈: 핸드볼, 배구, 농구 종목들을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에서 이들보다 행복한 이들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기업들이 지금 10년, 20년 동안 수십억, 수백억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엘리트 선수들의 성적은 어떤가. 핸드볼은 지금 올림픽에 나가기도 힘들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성적이 안 좋다. 10대 선수들은 괜찮다. 하지만 성인 선수들은 성적이 잘 안 나온다. 또 프로화하자고 하면 반대한다. 핸드볼에는 지자체 팀이 많은데, 프로화 안 되면 편안하게 갈 수 있지만, 프로화되는 순간 팀 정체성부터 연봉, 승패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국가대표 농구나 배구팀도 아시아에서 지금 8강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대표팀 자원인 프로 선수들의 연봉은 7억~8억 원이다.

육상을 보자. 전국에 팀이 있는데, 대부분 지자체 팀이어서 세금으로 운영한다. 선수들은 기록에 대한 의지가 없다. 지도자들도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을 하는데 바쁘다. 4명 이상이 뛰지 않으면 인정이 안 되니, 투포환 선수가 육상 트랙 선수로 뛰는 등 대회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도 적은 돈으로 선수단을 꾸려서 전국체전에 활용한다.

한 마디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기록과 싸워야 하고, 국제 성적을 내야 하는 데, 그런 본질이 사라졌다. 경기인들의 자기 고립과 사회 전반의 체육 경시가 합쳐진 결과다. 경기인들의 시선이 높아져야 하고 고립에서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비인기 종목을 꼭 키워야 하는 문제도 다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동남아 국가들이 물론 축구도 좋아하지만, 동남아는 탁구, 배드민턴, 세팍타크로 등 자기네들 잘하는 것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종목을 다 잘하게 하려고 한다. 비인기 종목은 경기인들이 잘못했든, 국민이 관심이 없든, 일단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두는 것이 낫다. 국가가 인공호흡기 끼우면서 하지 말고 그냥 둬야 한다.

사회자: 김세훈 기자의 말처럼, 이런 문제들이 축적되면 환경이 되고, 구조가 된다. 최재섭 부회장의 글을 다들 봤겠지만, 한국 체육계의 문제를 개인이냐 구조냐, 문화냐 사회적 인식이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제도나 정책도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돼야 할 것 같다.

전 종목 출전과 지원이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관념이 남아 있는 한 소수 정예의 선수를 실미도 특전사 방식으로 양성하는 것이 이뤄질 텐데, 그런 식의 스포츠 운영을 끝낼 시기가 됐다.

최재섭: 저도 엘리트 스포츠인 출신인데, 국가가 모든 종목에 공평하게 지원하는 방식의 스포츠 운영이 과연 적합한지, 또 전 종목 출전과 지원이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관념이 남아 있는 한 소수 정예의 선수를 실미도 특전사 방식으로 양성하는 것이 이뤄질 텐데, 그런 식의 스포츠 운영을 끝낼 시기가 됐다.

럭비 얘기를 하자면, 실제 경기가 많지 않다. 작년까지 코리안리그를 시행했는데, 올해 집행부가 바뀐 뒤 대학이나 실업팀 가운데 올해 상반기까지 공식 경기를 한 번도 안 한 팀이 세 팀이 있다. 연봉이 작은 것도 아닐 텐데 현실이 그렇다. 그렇다고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는 것도, 국가대표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소속 학교나 사회를 위해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누가 없애겠다고 하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위기의식을 갖지 못하면 종목은 더 작아지고, 비인지 상황이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사회자: 미디어가 관심을 갖는 것을 싫어하거나, 공개될수록 불편함을 느낀다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최재섭: 공기업 팀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1년에 경기 몇 번 안 한다. 이들은 국가대표팀을 강화하는 것보다 전국체전의 지역대표로 나가 우승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직원이나 국민이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말 걱정스럽다.

공공성의 문제도 있다. 협회 부회장이었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지만 공공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지자체 팀이건 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만든 팀이든 공공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개의 스포츠가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런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공공성 의식이나, 책임성, 의무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저는 느낀다.

사회자: 뉴질랜드와 영국 생활 경험이 있는 탁민혁 교수나 일본 문화를 잘 아는 오태규 연구원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어릴 때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를 당연하게 여기고, 꾸준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인간 성장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었다.

탁민혁: 스포츠 육성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보자. 한 나라가 모든 스포츠를 다 잘할 수도 없고, 그 나라의 모든 스포츠가 굉장히 훌륭한 참여 기반을 갖추기도 어렵다. 인구에 한계가 있고, 문화적 차이도 있다. 어릴 때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를 당연하게 여기고, 꾸준한 스포츠 활동을 통해 인간 성장을 이룬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었다. 이런 환경에서 럭비가 인기 스포츠가 되기는 굉장히 어렵다. 정부 입장에서도 초중등 아이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스포츠를 밀어준다고 할 때, 럭비가 우선순위는 아닐 것이다.
이제 개별 스포츠가 각각의 방식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종목의 매력을 발산하고, 고객이라고 말하면 좀 그렇지만 참여 기반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체육계가 말하는 '변화', 말의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사회자: 럭비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가.
예산이 없어서 해당 스포츠가 죽는 것은 아니다. 그 종목을 통해 먹고사는 경기인들이 죽는 것이지, 진짜 30명이나 50명밖에 안되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하면 된다. 돈을 벌든 못 벌든 굴러가고,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탁민혁: 아이디어 차원인데, 럭비의 경우 배타적인 스포츠로 키우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진짜 좋은 사립학교들에서는 럭비를 한다. 그런 학교에서 사회 지도자들이 많이 나온다. 럭비를 정말 큰 종목으로 키우고 싶다면 그렇게 특별한 스포츠로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다른 방법은 럭비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남성성과 교정, 교화의 역할이다. 사회적으로 혈기왕성한 10대들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조금씩 확산해 나간다면,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럭비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활로를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의 스포츠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스포츠의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참여 기반이 없다고 해서, 또는 예산이 없어서 해당 스포츠가 죽는 것은 아니다. 그 종목을 통해 먹고사는 경기인들이 죽는 것이지, 진짜 30명이나 50명밖에 안되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하면 된다. 돈을 벌든 못 벌든 굴러가고, 명맥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아까 선수들은 있는데, 경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경기가 없다면 스포츠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지원하더라도 그것이 선수들이 성과를 향상하고, 헌신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냥 돈 던져주고 지원이라고 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결국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자기 삶을 선택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데서 파생되는 여러 부조리가 있다.

오태규: 일본에서는 럭비가 상당히 인기 종목이다.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하고, 많은 사람이 럭비를 상당히 존경하는 것 같다. 기업 경영에서도 럭비의 매너나 정신 같은 것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최 부회장이 쓴 몇 개의 글을 보니까, 인상적인 대목이 입구와 출구다. 스포츠의 출구가 너무나 좁고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입구로 들어가는 사람들 자체가 적다는 식으로 읽었는데,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자기 삶을 선택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데서 파생되는 여러 부조리가 있다. 스포츠가 인기든 비인기든 상관없이 즐거워서 하다 보면 엘리트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또 공부가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직업을 갖고 운동을 하겠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인기, 비인기를 따지지 않고 스포츠 기반을 넓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포츠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단계마다 많은 선택지가 있어, 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당구 PBA 10구단인 '하림' 선수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프로 종목이지만 출범 5년 사이 가장 성공적으로 팬과 시장을 확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사회자: 장익영 교수의 말을 듣겠다.
스포츠 안에서도 종목 간의 불평등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스포츠가 공공재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언제까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장익영: 기본적으로 사회 불평등이 있다는 요소를 봐야 한다. 스포츠 안에서도 종목 간의 불평등은 존재한다. 그렇다면 스포츠가 공공재로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언제까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의 부분도 어느 정도 자본주의 시장에 맡겨놔야 할 것 같다. 한계기업이 퇴출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스포츠는 굉장히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체육대학에 근무하는데, 학교에서도 예산이 계속 줄어들게 되고, 그러면 그 안에서 끊임없는 예산 투쟁들이 발생한다. 어떤 운동부를 없애자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 우리 스포츠가 다 같이 살아야지 하는 인지상정도 그 안에서 보인다. 이런 문화들이 기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체육인이 끊임없이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이나 이해관계 속에 있다. 혹은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제 그런 부분들도 잘 판단하고 구분해야 한다. 사회적 감시망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사회자: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현실에 안주하면서 고인 물이 되지 않고, 미래 지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 같다. 다른 한편 국가의 스포츠 지원이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스포츠 단체에 대한 통제권 강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규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늘 주제와 결이 다른 국가의 스포츠 통제 문제는 다음 토론회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출구와 입구 얘기가 나왔는데, 출구가 좁은 이유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고, 그 책임은 경기인들에게 있다. 경기인들이 대회 위주로, 엘리트 위주로 경기를 해왔으니까 시장이 작은 것이다. 경기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립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김세훈: 각 종목 단체들의 운영비는 대부분 대회 관련 비용이다. 대회 중심으로 운영비를 받고, 그 이상을 안 한다. 아까 출구와 입구 얘기가 나왔는데, 출구가 좁은 이유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고, 그 책임은 경기인들에게 있다. 경기인들이 대회 위주로, 엘리트 위주로 경기를 해왔으니까 시장이 작은 것이다. 경기인들이 정신을 차리고, 자립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종목을 알리고, 동호인을 늘리고, 기업들 찾아다니면서 비즈니스도 하고, 정치권에 로비도 해야 한다. 정부도 대회 위주로 지원하지 말고 저변 확대나 팬 동원,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해야 한다.

사회자: 경기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데, 경기인 혹은 체육인의 자성을 요구하고, 혁신을 촉구하는 것으로 들린다.

김완태: 최 부회장께 묻고 싶은데, 럭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는가. 럭비의 매력이나 스포츠적 가치를 리그 운영에 반영하고 있는 일본이나 호주 등과 어떤 협력 작업을 검토하거나 추진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학습권이 제한되면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다. '너 여기서 나가면 다른 건 못 하잖아'라는 식의 관념이 주입될 수 있다. '학습된 무기력의 학습'이 된다. 우리는 이제 그런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최재섭: 럭비라는 종목 자체는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럭비 선수 출신들이 은퇴 후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색해 보면 럭비 선수 출신 의사나 정치인, 기업 경영자 등 저명 인사들이 많고, 일본의 경우 주요 기업 경영자 중 럭비선수 출신이 많다고 한다. 직원 채용 시에도 선수경험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럭비 선수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큰 역할을 한 인물들이 있었고, 그분들이 창단 등으로 남긴 유산 덕분에 지금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산을 만든 이들은 체육특기자도, 국가대표도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럭비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이들이 만든 유산과 성과라는 점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 럭비인 끼리'라는 관념에 동의하기 어렵다. 여전히 '럭비를 하면 연대나 고대를 갈 수 있다'는 수준의 동기부여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럭비는 점점 더 축소되고 있다.

운동선수의 학습권 문제도 다르지 않다. 학습권이 제한되면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다. '너 여기서 나가면 다른 건 못 하잖아'라는 식의 관념이 주입될 수 있다. 학습권 제한은 곧 '학습된 무기력의 학습'이 된다. 우리는 이제 그런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자: 김완태 단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해달라.

최재섭: 협회에 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럭비를 직접 경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태그 럭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은퇴한 선수들도 남아 역할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경기 외적으로는 넷플릭스에서 '최강 럭비'를 방영했고, 지상파 드라마 제작에도 후원하며 럭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다.

과거 '열악하고 비인기이자 위험한 스포츠'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럭비를 알리는 데 많은 노력과 자원을 들였다. 그것이 결국 참가자 유입, 선수 양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보여주기식이다', '홍보만 잘한다'는 식의 반응이 돌아와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권투 선수
ⓒ `르 스포르 당 라르' 의 한 페이지
스포츠만큼은 정말 퍼포먼스에 근거해서 지원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오히려 사회가 스포츠화(경쟁화)하는 것이 문제이지, 스포츠가 스포츠(경쟁화)다운 것이 문제는 아니다.

탁민혁: 오늘 토론에서 비인기 종목은 인기가 없어도 되고, 재정 지원 못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싶다.

저는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불공평해도 되는 게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다 불평등하고 해서, 그래서 스포츠도 불평등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스포츠만큼은 정말 퍼포먼스에 근거해서 지원받고 평가받아야 한다. 오히려 사회가 스포츠화(경쟁화) 하는 것이 문제이지, 스포츠가 스포츠(경쟁화)다운 것이 문제는 아니다.

다시 말해, 경쟁과 보상이 함께 가야 한다. 경쟁 능력보다 과도한 보상이 주어지니까 쓸데없는 관료제가 생겨나고, 문제들이 나온다. 일반 노동에 비해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특권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진정한 노동의 가치를 알도록 하려면 분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결코 불평등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성과에 기반해서 지원받는 것은 불평등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확산이 쉽게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트랜스플랜트(이식) 과정이 있다. 그러니까 종목 확산을 위해 어떤 제도를 들여오면, 그냥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장익영: 비인기 종목의 확산을 말할 때, 럭비의 경우는 태그 럭비나 터치 럭비 등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확산이 쉽게 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트랜스플랜트(이식) 과정이 있다. 그러니까 종목 확산을 위해 어떤 제도를 들여오면, 그냥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어떤 확산력을 갖고, 어떤 목적에 따라,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그것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것이 문제다. 마치 모든 것이 다 외국에서 되는 것처럼 우리도 될 것이라는 가정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 같다. 물론 럭비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스포츠 일반을 보면,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토양이 다르면 그 토양에 맞는 식물을 가져다가 심거나 혹은 그렇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부분들이 조금 아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회자: 얘기를 들으면서 미디어를 생각해 본다. 미디어가 언어를 다루는데 사실 지금 제기된 체육인, 경기인, 비인기 종목, 스포츠의 본질, 국가 스포츠, 학습권 등 여러 개념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고 출발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디어도 관성화된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그 구조를 확대 재생산했다는 반성을 한다.

오늘 럭비라는 주변부 종목, 잉여 종목의 현상을 통해 부분에서 전체를 보고, 한국 스포츠가 원점에서부터 리셋해야 한다는 대안 제시까지 여러 통찰을 얻게 됐다. 새로운 희망을 찾는 노력을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토론을 통해 지속해 나가자. 토론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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