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에 살아도 되는 아동은 없다
'모두를위한탈시설행동연대'는 아동·청소년·장애인·홈리스·노인·이주민·동물 등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존재들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의 주거권과 성원권 보장을 위해 연대해 온 단체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존재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령 제정과 접근 가능한 주거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만들기 위한 8화의 연속기고를 기획했다. <기자말>
[마한얼 기자]
지난 6월 18일, 보건복지부가 '보호대상아동 초기보호체계 시범사업'의 추진 지방자치단체로 인천광역시를 선정하고 올해 3분기부터 본격 시행을 발표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아동복지 연구자와 전문가, 시설 퇴소 당사자, 시민사회에서는 즉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 시범사업이 시설 중심으로 아동을 수용하는 체계를 확대하고 있어 아동의 시설 보호가 폐지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며, '특수욕구아동'의 시설화를 정당화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특수욕구'라는 것이 정말 있다면 오히려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한데, 집단생활에서는 이런 개별화된 필요를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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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총회는 2014년 총회 결의를 통해 아동의 자유박탈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진행했고,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2020년 동일한 지표를 활용해 별도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
|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는 아동의 시설보호제도를 폐지하고 가정위탁이나 입양, 청소년 주거지원 등의 대안적인 보호를 중심으로 서비스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문화나 제도가 유사한 일본의 경우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유아의 75%, 학령기 아동의 50%를 지역내 위탁가정에서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정책과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열악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불가리아, 르완다 등의 국가도 시설을 이미 폐쇄하였거나, 수용인원을 대폭 축소한 상황이며, 최근 인도네시아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시설보호를 폐지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여전히 보호대상아동 대부분이 생활시설에 수용되고 있다(2023년 말 기준, 1만2806명의 아동이 아동양육시설과 그룹홈을 포함한 952개 생활시설 입소). 또한 2009년 제64차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아동의 대안양육을 위한 지침'(A/64/434)에서는 '일시적이고 단기적 보호'를 원칙으로 제시했지만, 국내에서는 보호가 시작된 후 만 18세~24세까지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는 소위 '만기 퇴소'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년 전부터 '보호아동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최근에는 위탁가정을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그 방향을 틀어 오히려 시설 중심 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모한 것이다. 아동의 초기단계 보호를 가정형보호가 아닌 '시설'에서 하겠다는 계획은 국제적인 흐름에 반할 뿐 아니라 정책적 일관성도 훼손한다.
누군가 시설에 살아도 된다는 생각
2025년 5월 23일 보건복지부는 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설명하면서(한국아동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이 사업의 주요 배경을 '특수욕구아동'의 증가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학대 피해, 지적 장애, 경계선 지능,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행동·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조기 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 시범사업의 시행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에서는 전문적 도움을 초기에 연계하고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서비스가 아니라 시설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시설에 남겨져도 된다'는 생각은, '누군가는 시설에 남겨져야 한다'는 생각과 사실상 큰 차이가 없고, 이것이 바로 시설화의 시작점이 된다. 결국 시설이 사람들을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구분하는 제도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거리의 아동, 빈곤아동, 보호대상아동, 탈가정청소년을 구별해 분리한 역사가 있고, 오늘날 이러한 과거에 대해 반성적인 검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 특수욕구아동에게 시설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 시민'과 '저 시민'으로 구분선이 옮겨가는 것일 뿐이다. 과거에는 거리의 아동(부랑아)이나 장애아동에게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후에는 미혼모의 아동, 가난한 가정의 아동이 시설에서 자라야 한다고 여기던 시대가 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특수욕구아동)에게 '가정이 아닌 시설'에 수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특수한 욕구'라는 것이 존재하더라도 시설 내부의 집단생활이 오히려 아동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이다. 보건복지부가 나열한 행동·심리·정서적 어려움은 개별화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집단생활에서 개인별로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에서는 교대근무로 아동을 돌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친밀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점도 '특수한 욕구'가 있는 아동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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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5월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탈시설 행동연대의 기자회견 |
| ⓒ 박상환 |
이와 관련해, 아동·청소년탈시설공동행동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아동·청소년 탈시설 로드맵 요구안'을 발표했고, 앞서 언급한 초기보호센터 사업에 대한 공동성명에서도 시설 중심 보호를 폐지하도록 정책방향의 전환을 요구한 바 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공동성명에서는 모든 아동이 지역사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기반 돌봄을 위한 자원과 역량을 실질적으로 확충할 것을 마지막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수한 욕구로 인해 아동·청소년이 지역을 옮기는 대신, 지역에 기반한 자원과 역량을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것이다.
저출생으로 인해 연간 신규 보호대상아동의 수는 2020년 5503명에서 2023년 2796명으로 줄었고, 이 중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하는 아동 역시 2020년 1131명에서 2023년 524명으로, 3년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연간 500여 명을 위해 시설이 아닌 보호 방법을 찾는 것이 한국의 경제수준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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