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제대로 하려면
[최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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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후보자(낙마)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 남소연 |
이진숙 장관 후보자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중앙선대위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을 맡았었기에 장관으로 취임하면 이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필자는 이진숙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이 무산에 그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며, 아마도 다음 장관이 누가 되어도 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구호 이상으로 잘 다듬어져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정책은 하기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처음 공론화한 분은 김종영 경희대 교수입니다. 이분은 2021년에 이 제목으로 책을 집필하셨고, 지역의 거점 국립대 등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 정책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서울대 수준의 대학이 10개 생기면 우수한 학생이 수도권 명문대학으로만 몰리지 않고 지역으로 분산되어, 수도권 편중을 막을 수 있고 명문대학의 증가로 입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지역 거점 대학들을 서울대 수준으로 예산을 지원해서 키워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환영하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위험 요소
그러나 이 정책은 바람직해 보이면서도 많은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예산 지원을 확대하면 좋은 교육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2023년 기준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6059만 원인 반면에, 지역에 위치한 소위 거점 국립대학들의 경우는 평균 2437만 원으로 서울대의 4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1년 기준으로 고등교육의 OECD 평균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2만499달러임에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1만3573달러로 OECD 평균의 66%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국립대학들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예산을 대폭 증대시킬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수도권 사립대학들을 살펴보면 꼭 그렇다고 만 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소위 10여 개의 수도권 명문 대학 중 학생 1인당 교육비가 3천만 원이 넘는 경우는 3개 대학에 그쳤으며, 최고치도 4084만 원에 그쳤고,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이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수한 대학이 되는데 많은 예산 투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예산만 증대한다고 그냥 '서울대'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학들이 서울 수도권의 명문 대학들과 경쟁하려면 이 대학들보다 더 큰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거점 국립대학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립대학들이 지역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진정으로 서울대 수준 이상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산학 협력 및 지역사회 기여에서 몇 단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여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 대학들이 지역의 맹주로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하며, 그 성과에 대해 대학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이러한 변화는 각각의 대학 차원의 노력으로만 이루어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새롭게 취임하게 되는 교육부 장관은 지역 거점대학의 변화와 혁신을 유도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해서 지원하고 성과를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체제 변화를 통한 성과 도출이 예산 지원과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여 선순환적인 대학의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거점대학에 대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또 다른 위험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급격히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많은 지역대학들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 거점대학만 살아남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면 결국 이 거점 대학들까지도 모두 경쟁력을 잃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개의 대학이 존재하던 지역에 다른 대학들은 경쟁력을 잃어서 사라지고 거점 대학 하나만 존재하게 된다면 그 지역은 활기를 잃게 될 것이며, 결국 그 한 개의 대학까지도 위태로워지게 될 것입니다. 가수 양희은씨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다가 한 마리가 죽게 되니 결국 물이 썩어 다른 한 마리도 죽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지역대학들의 상황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 대학은 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상호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주인공인 거점 대학이 다른 대학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책임성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 대학 간의 관계는 갑을, 상하 또는 주종 간의 관계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수평적인 네트워크로 거점대학이 자원을 공유하고 배분하여, 네트워크 내의 다른 대학들이 그 대학의 존재 이유를 밝힐 수 있는 특성화로 거듭나서 모두가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대 100개 만들기'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인재 양성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꿈꿔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밭대학교 교수이자 전 한밭대학교 총장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닝 충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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