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주관하다 보니 [김선걸 칼럼]
20여년 전 언론사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 전에 대기업과 투신사도 공채로 입사해 잠깐씩 다녔다.
또래 친구들 대부분 공채를 거쳤다. 대기업, 은행, 증권사, 공공기관은 물론 중견기업도 공채를 했다. 삼성이나 현대가 그룹 공채로 2000명 넘게 뽑아 체육관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열면 장관이었다. 대기업 입사 첫날엔 계열사인 카드사에서 나와 ‘그룹 패밀리 카드’를 만들게 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만들었다. 입사 동기가 수백 명이고 군대 동기 같은 느낌이었다. 성별도 늘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았다.
올해 들어 회사에서 직원을 몇 차례 채용했다.
면접을 주관하다 보니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요즘 능력 있는 인재는 이직·전직에 거부감이 없다. 육아휴직 제도화 등으로 인해 결원이 잦아져 단기 대체 인력 수요도 많아 단기 근로도 관심이 높다. 20대 초반과 40대가 함께 면접에 들어오기도 했다. 성별, 나이, 학력 등의 채용 장벽이 허물어진 걸 느낀다. AI가 발달하면 장벽은 더 낮아질 것이다.
채용이, 아니 인재란 개념 자체가 급변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산업화 인재 채용의 키워드는 ‘표준화’였다. 베이비부머세대가 수천명씩 학교와 군대, 기업이라는 커다란 벨트 컨베이어 위에서 움직였다. 교실마다 70명씩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했다. 수천 명의 비슷한 대졸자들이 대기업 공채 시험을 치렀고, 비슷한 일을 하며 비슷한 인재가 됐다. 기업은 이들을 기계처럼 투입해 표준화된 유무형의 생산품을 만들었다.
요즘은 다르다. 인구 구조는 역전되고 산업은 폭발적으로 세분화됐다.
면접 때 보니, 생소한 나라에서 공부한 유학생, 도전적인 인턴 경력, 다양한 커리어가 학력보다 눈길 끄는 인재도 많다. 대학 학력을 맞추고 필기와 면접을 거치는 전통적인 채용으로는 인재의 다양성을 감당하기 힘들다.
사실 핵심은 벨트 컨베이어처럼 똑같이 노동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실제, 기업은 ‘원포인트 채용’을 많이 한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경력사원 채용 비율은 전체의 58%를 넘어섰다. AI 시대에 규격화된 스펙으로 단순노동을 위한 인재를 뽑는 기업은 없어졌다.
정부 여당이 만 65세의 정년 연장 입법을 밀어붙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취지인지는 알겠다. 인구 수축 시대니 건강하면 65세가 아니라 90세까지도 일해야 하는 것은 맞다.
단지, 필요한 인력이 필요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 하루 종일 통나무처럼 앉아 월급받는 회사에서 은퇴를 미루는 구실이 되면 곤란하다.
법정 정년이 늘어나면 결국 또 ‘철밥통’ 소리를 듣는 곳의 나이 든 직원만 혜택 볼 가능성이 높다. 정작 필요한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에 직결되니 반대한다. 특히 청년들이 속이 끓는다. 정년 연장에 대해 20~34세 미취업 청년들의 61%가 ‘채용 감소가 염려된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00인 이상의 사업장 35.5%가 ‘정년 이후 계약직 채용’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짜 일할 사람’은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아도 이미 기업들은 이렇게 하고 있다.
19세기 벨트 컨베이어식의 철 지난 지식으로 AI 시대를 규제하려니 엇박자가 난다. 굳이 정년 연장을 법으로 규정하고 싶다면 일본처럼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몇 가지 선택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똑같게’ 시대는 지났다. 제한 없는 유연성, 그게 답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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