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면 관세 협상 없다" 태국-캄보디아 압박 나선 트럼프

박정연 2025. 7.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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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3명, 피난민 15만 명 발생… 유엔안보리 대응 미흡한 가운데 트럼프, 무역 압박으로 휴전 촉구

[박정연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SNS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에 “태국과의 전쟁을 중단하는 문제로 캄보디아 총리와 막 대화했다”며 “나는 격렬하게 진행 중인 전쟁의 휴전을 요청하기 위해 캄보디아 훈센 총리와 태국 총리 대행에게도 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 SNS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무력 충돌이 어제까지 사흘째 이어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중재에 나섰다. 그는 "양국이 계속 싸운다면 미국은 어느 한쪽과도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태국과의 전쟁을 중단하는 문제로 캄보디아 총리와 막 대화했다"며 "나는 격렬하게 진행 중인 전쟁의 휴전을 요청하기 위해 캄보디아 훈센 총리와 태국 총리 대행에게도 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도 우리는 현재 양국 모두와 무역 협상을 하고 있지만, 싸운다면 어떤 국가와도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겠다.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양국에 각각 3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으며, 양국은 이를 완화하기 위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었다. 또한 그는 이번 분쟁을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을 연상시킨다"며 "당시에도 무역을 지렛대로 갈등을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린 글에서는 "태국 총리 대행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양국 모두 즉각적인 휴전과 평화를 원하고 있다. 곧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간인·불교사찰 피해 확산… 전선 남부까지 확대
▲ 불타는 세븐일레븐 편의점 태국 국경 반푸(Ban Phue)의 주유소내 편의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캄보디아군의 포격으로 최소 6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 태국 왕립군
이번 전투는 지난 24일 캄보디아 오다 민쩨이주와 태국 시사껫주 접경에서 시작됐으나, 현재는 국경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된 상태다. 무력 충돌 사흘째인 26일에는 캄보디아 남서부 뜨랏 접경 지역까지 교전이 확산됐으며, 일부 태국 언론은 자국 군이 캄보디아 뽀삿주에도 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태국군은 F-16 전투기와 스웨덴산 그리펜(Gripen) 전투기를 출격시켜 캄보디아 포병 진지를 공습했고, 캄보디아군도 다연장 로켓과 드론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양국은 서로가 민간 지역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군이 학교와 사원을 포격했다"고 비난했고, 태국은 "캄보디아가 민간인을 방패 삼아 공격을 유도했다"고 맞섰다. 캄보디아 측은 불교 사찰 붕괴 사진을 공개했고, 태국 시사껫주에서는 병원과 편의점이 로켓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25일에는 태국군이 드론으로 캄보디아군 무기고를 타격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며 충격을 더했다.

15만 명 피난… 양국 모두 휴교령, 태국 700여 개교 폐쇄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국경도시 포이펫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아직 이곳까지 포격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언제 이 도시에도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대피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경 지역에서는 대규모 피난이 발생하고 있다. 태국 내 피난민은 약 13만 8천 명, 캄보디아 내 대피 인원은 3만 5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씨엠립이나 우돈 지역까지 이동 중이다.

태국 교육부는 시사껫, 수린, 싸깨우 등 6개 주의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700여 개교에 전면 휴교령을 내렸다. 일부 교사들은 피난소로 변한 체육관에서 학생들을 돌보고 있다.

캄보디아도 오다 민쩨이주와 반떼이 민쩨이주 등 국경 인접 지역 공립학교에 임시 휴교 조치를 내렸다. 교육부는 "학교를 피난민 수용소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실제로 바트카오 초등학교와 인근 중학교는 현재 수백 명의 주민을 수용하고 있다.

경제적 영향: 국경 무역 90% 감소, 관광 산업 직격탄

이번 무력 충돌은 양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국경 무역의 마비다. 태국 상무부는 태국과 캄보디아 간 주요 국경 검문소 3곳이 폐쇄되면서 양국 교역량이 약 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캄보디아는 태국으로부터 연료와 식품 등 생필품을 상당량 수입하고 있어, 국경 폐쇄는 캄보디아 경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캄보디아는 태국으로부터의 연료 및 식품 수입을 중단하고 국경 검문소 두 곳을 영구 폐쇄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며 국경 무역 활동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는 국경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분쟁은 양국 관광객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태국 관광청(TAT)에 따르면, 캄보디아 시장에서 태국 방문객 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국경 검문소 폐쇄 이후 감소세가 더욱 심화됐다. 캄보디아도 태국발 여행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안전 문제와 이동의 어려움으로 많은 관광객이 베트남 등 인근 국가로 발길을 돌리는 추세다. 이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양국 경제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반의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항공편 경로 우회… 유엔 안보리 긴급 대응

전투가 격화되면서 항공기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태국과 캄보디아 항공 당국은 전투 지역 상공을 지나는 민항기 항로를 우회하도록 지시했으며, 일부 국제선 항공편은 경로를 수정하면서 지연 운항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되자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사태 대응에 착수했다. 회의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초안이 논의됐고, 양측 모두 자제를 촉구하는 공동성명 채택이 시도됐다. 캄보디아는 "조건 없는 즉각적인 정전"을 요청했으나, 태국은 "캄보디아가 진정성 있는 태도와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안보리의 이번 대응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의안 채택은 거부권 행사 등의 이유로 불발됐고, 구속력 있는 조치나 중재 계획도 제시되지 않아 분쟁 해결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실효성 있는 외교적 압박이나 평화유지 방안이 부족했고, 오히려 양국 간 입장 차이만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안보리 내에서는 문제 해결을 아세안(ASEAN)에 떠넘기는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된다. 아세안은 태국과 캄보디아 모두 회원국으로서 지역 내 문제에 직접 개입할 역할을 기대받고 있으나, 회원국 간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로 적극적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전직 태국 총리 탁신 친나왓은 우본랏차타니 지역 피난소를 찾아 "작전이 마무리 되어야 협상이 가능하다"며 군사적 우위 확보 후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재확인했다.

도화선은 고대 사원 영유권… 전문가 "트럼프 압박, 제한적 효과"

이번 무력 충돌의 도화선은 따 모안 톰 사원과 프레아 비히어 사원을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다. 이 사원은 과거 12세기 경 크메르 제국 시절 건립된 힌두사원이지만, 태국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08년에도 국경지대 영유권을 두고 유사한 분쟁을 겪었으나, 이번 사태는 더 넓은 지역과 더 큰 병력 투입으로 확산되면서 실질적 전면전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사망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자국 군인 7명, 민간인 13명 등 20명이 숨졌다고 밝혔고, 캄보디아 측은 군인 5명, 민간인 8명 등 13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양국 합쳐 1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부 국제 NGO들은 "캄보디아 측 사망자 수가 축소 보고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 중재'가 실제 휴전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위기그룹(ICG) 동남아 담당자 샤릴 와난디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 압박은 일정 부분 심리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실질적인 중재 수단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현지 언론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도 싱가포르국립대 아세안연구소의 탄 키엔 이 박사를 인용해 "트럼프는 강경한 발언으로 주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압박이 아니라 실무 중심의 외교"라고 전했다.

다른 전문가들 역시 "전투가 장기화될수록 미국과 유엔의 개입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양국의 정치적 계산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관세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당장 전선을 멈추게 할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7월 27일 오전 11시(현지시각) 기준, 트럼프의 중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태국군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태국군은 캄보디아 영토인 따 모안 톰과 따 크라베이 사원 일대를 향해 "비처럼 포탄을 퍼부었다." 말리 소치아타 중장은 기자회견에서 "태국은 상황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전 6시 30분부터 11시까지 태국군은 보병과 전차를 동원해 프놈 까엥, 필 인뜨리, 안 셋, 쁘람 자나라 지역을 연이어 공격했다"며, 이는 명백한 침공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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