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에 밀린 한국…관세 부과 전날에서야, 미국과 담판

26일(현지시간)로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일(8월 1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의 협상은 물리적으로 촉박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당분간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경제 규모가 큰 교역 상대와의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서다.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무역 협상 담판의 장을 갖는다. 미국과 2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EU 간 무역 협상은 9부 능선을 넘은 상태인 것으로 관측된다. EU산 제품에 자동차를 포함해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간 회담에서 타결 여부가 결정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미·EU, 스코틀랜드서 무역 협상

미국은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 회담도 앞두고 있다. 관세를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던 미ㆍ중 양국은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 무역 회담에서 서로 100% 넘게 부과하던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90일간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두 번째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와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H20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각각 해제하기로 합의했었다.
28~29일은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

이렇게 연이은 일정을 감안하면 8월 1일 전까지 현실적으로 미국과 고위급 통상 협의가 가능한 시일은 이달 30일과 31일 이틀뿐인 셈이다. 미국 백악관은 한ㆍ미 협상 상황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25일 “한국과 생산적인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미국이 양국 무역 협상 국면에서 ‘생산적’이라고 분위기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 “한국과 생산적인 협상 중”
백악관은 그러면서도 “(양국 간) 다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최종 결정 사항이 된다는 점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했다. 8월 1일 전까지 한ㆍ미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공개한 이른바 ‘관세 서한’ 내용대로 내달 1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는 8월 1일 이전에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로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 워싱턴 DC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25일 러트닉 장관의 뉴욕 사저에 초대받아 밤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이들은 주말인 26일 대통령실과 협상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 전략을 숙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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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구윤철 부총리-베선트 장관 회담
상호관세 발효를 하루 앞둔 31일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베선트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당초 25일 갖기로 했던 한ㆍ미 재정ㆍ통상 분야 수장의 ‘2+2 회담’이 베선트 장관의 갑작스런 ‘일정 충돌’을 이유로 연기됐었는데, 엿새 만에 첫 대면 회담이 성사되는 셈이다. 같은 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을 만나 비관세 분야 협력 방안을 협의하며 측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협상 시한 마감이 임박할수록 강도를 한층 끌어올리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까지는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협상을 끝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시간에 쫓기는 한국 정부를 긴장케 했다.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호주가 미국 소고기 수입 제한을 완화하기로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호주는 훌륭했다. 미국 소고기를 개방하지 않는 나라는 두고 보겠다”고 한 것도 월령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에 제한을 두고 있는 한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 사례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며 한국에 과감한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율과 자동차ㆍ철강 등 품목별 관세의 최대한 완화를 요구하면서 일단 일본과 같은 상호관세율 15%를 1차 기준선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 통상 분야 전문가는 “상호관세 15%는 미국의 관심이 큰 한국의 조선 분야 협력, 국방비 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닌 듯하다”며 “다만 현행 25%인 자동차 관세를 일본과 같은 15%로 낮추려면 한국이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8월 1일 이후 유예기간 추가 연장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27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8월 1일에 관세는 즉시 적용되며, 세관은 징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8월 1일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여전히 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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