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부적인 재능 물려받은 화가” 선언 [배철현의 ‘카라바조로 보는 인생’]

2025. 7. 27.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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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도마뱀에 물려본 적이 있습니까?
1. 도마뱀에 물린 소년, 카라바조(1571~1610년) 유화, 1596년, 65×66㎝, 런던 국립미술관.
뱀은 영물이다. 뱀은 경전과 신화에서 우주의 모든 비밀을 아는 신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아마도 살아남기 위해 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껍질을 정기적으로 벗어, 항상 새롭게 성장하고 태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우리에게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뱀은 그리스도교 교리에서 인간을 타락으로 이끈 사탄으로 잘못 해석되어왔다.

인류 최초의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길가메시가 바다 한가운데서 목숨을 걸고 채집한 불로초를 훔쳐 먹고 자신의 껍질을 남긴 동물은 뱀이었다. 길가메시는 이 껍질을 잡고, 그가 목숨을 걸고 지하세계와 바다 멧부리까지 목숨을 건 여행을 감행한 것은 저 뱀 때문이었다고 울부짖는다.

카라바조는 ‘뱀에 물린 소년(1595년)’에서 뱀을 등장시킨다. 뱀에 물린 소년은, 화가로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뱀에 물린 소년이란 은유는, 자신이 화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부여받은 존재란 사실을 의미한다. 뱀은 인간을 죽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인간을 치유한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모든 병을 치유하는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는 지팡이를 휘감은 뱀으로 종종 등장한다. 이 모티브는 아마도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모세의 지팡이를 휘감은 뱀에서 따왔을 것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전염병에 걸렸지만, 누구든지 이 지팡이를 보면 치유되었다.

카라바조는 1593년 로마에 도착한 후, 카발리아 다르피노가 운영하는 체사리 미술학교에서 지내면서 과일과 꽃을 주제로 한 정물화를 그렸다. 카발리아 다르피노는 카라바조 같은 자신의 수련생들을 혹사시키면서 로마 미술시장에서 잘 팔린 그림을 밤낮으로 그리도록 강요하였다. 카라바조는 체사리 미술학교를 떠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담은 그림을 그려 팔고 싶었다. 그 후에 후원자인 고위 성직자 페트리지아니 집에 잠시 머무른 후, 그는 완전한 자립을 결심하였다. 그가 이제 정물화가 아니라 인물화를 그려야 했지만, 모델을 구할 돈이 없었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그렸다. 그 자화상이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다.

카라바조는 ‘도마뱀에 물린 소년’이란 주제로 두 점의 그림을 그렸다. 하나는 피렌체 로베르토 롱기 재단 그림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 국립미술관 그림이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 롱기 재단 그림이 더 대담하고 붓놀림이 서툴다. 카라바조는 롱기 재단 그림을 1594년에 창작했고, 1595년 후반에 런던 국립미술관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이렇게 연대를 추정하는 이유는 1595년 후반에 그가 후원자 델 몬테 주교의 집에 정착하면서, 독특한 서명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카라바조는 왼편에서 들어오는 조명으로 밝혀진 실내에 있는 한 인물을 그렸다. 그는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을 뱀에 물려 고통스럽게 몸 전체를 움츠린다. 입에서는 ‘악’이란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키에라스쿠로(chiarascuro), 즉 명암대비화법을 어김없이 발휘하였다. 소년은 느슨하고 눈부신 리넨 상의를 입고 식탁에 앉아 제철 과일인 붉은색 체리, 무화과, 포도를 즐길 참이다. 오른손을 과일 쪽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과일 안에 숨어 있던 도마뱀이 등장해 그의 오른손 중지의 포동포동하게 살찐 부분을 물어 독아를 깊숙이 박았다. 이것은 소년이 숨기고 싶은 죄에 대한 형벌이 아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처럼, 영물인 뱀이 화가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과 지혜를 물려주기 위한 의례다. 그는 더 이상 외부를 모사하는 화가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담는 예술가다.

2. 정물화, 덧없는 인간 삶에 대한 은유, 네덜란드 화가 하르멘 스텐베이크(1612~1656년), 유화, 1640년, 39.2×50.7㎝, 런던 국립미술관.
3.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 1세기 로마 시대, 242㎝, 로마 바티칸 피오-클레멘티노 미술관.
도마뱀이 남긴 야생의 통증, 장미가 속삭인 삶의 허무

소년은 처음에는 놀랐다가 점점 손가락으로 퍼지는 아픔으로 얼굴색이 달라졌다. 그의 입도 너무 아파 자신도 모르게 벌려졌다. 도마뱀이 그의 중지를 물고 놓지 않고 매달린다. 도마뱀이 냅다 중지를 물고 뜯고 있어 꼬리도 좌우로 요동친다. 가운뎃손가락은 종종 서양에서 남성의 성기를 의미한다. 도마뱀이 거친 숲에서 살아남은 야생적인 아우라를 소년에게 주입했다. 소년이 너무 놀라 갑자기 그의 느슨한 옷이 벗겨져 오른쪽 어깨가 조명을 받아 찬란하게 드러났다.

소년의 빨개진 오른쪽 귀에 빛바랜 핑크빛 장미와 짙은 초록색 잎사귀가 걸려 있다. 장미는 쉽게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버려 인간의 허영을 상징한다. 소위 ‘바니타스(vanitas)’, 즉 순간적인 쾌락과 영원한 죽음을 상징하는 꽃이다. 네덜란드 화가 하르멘 스텐베이크가 그린 ‘정물화, 덧없는 인간 삶에 대한 은유(1640년)’란 그림에서도 장미는 영원할 줄 알았던 젊음이 시간 앞에서 이내 시드는 것을 의미한다. 장미는 우리에게 젊음이 있다면, 당연히 늙음과 죽음이 있기에,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항상 겸손하라는 경고다.

소년 앞 테이블엔 물이 4분의 3정도 찬 투명한 꽃병이 놓여 있고, 그 안에 핑크빛 장미와 개화한 자스민 꽃줄기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꽃병 안에 소년이 살고 있는 거실 창문이 보인다. 물에 의해 굴절되고 왜곡됐다. 카라바조는 이 꽃병으로 로마 예술 시장에 자신의 거장다운 기술을 보여주고 싶었다. 빛이 꽃병 안 물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굴절되는지를 동시대 화가들에게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방울이나 핏방울을 통해 실재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하는 기법은 후에 얀 반 에이크, 로지어 반 데 웨이덴과 같은 플랑드르 화가가 완성했다. 카라바조가 물의 반영과 굴절을 이용한 기법은, 그가 얀 브뤼겔과 같은 플랑드르 화풍에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도마뱀에 물린 소년’에서 주목한 대목은 소년의 표정이다. 도마뱀이 그의 중지를 물었을 때, 몰려온 공포와 고통을 몸과 얼굴을 통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카라바조는 이 얼굴 표정을 로마에서 1506년에 발굴된 1세기 로마 시대 조각인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은 바다뱀에 감겨 죽어가며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카라바조는 ‘도마뱀에 물린 소년’에서 자신이 도마뱀이 상징하는 신으로부터 인간의 내면까지 그릴 수 있는 천재성을 부여받았다고 선언하고 있다.

[배철현 더코라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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