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름 앞에 떡하니 '의대맘'... 기이하고 경악스런 장면

이슬기 2025. 7. 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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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자녀의 대학 배지를 훈장처럼 달고 방송 출연하는 엄마들... 격렬한 비판 휩싸인 <일타맘>

[이슬기 기자]

 <일타맘> 자막 중에서
ⓒ 더 라이프, tvN story
더 라이프·tvN story에서 6월 26일 방영을 시작한 <일타맘>이 비판 여론에 휩싸였다. 이 프로그램은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일타맘 군단과 입시 컨설턴트가 나와 학부모의 교육 고민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 시민단체는 이 방송이 학벌주의를 조장하고 과잉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방영 중단을 촉구했다.

학벌주의 조장, 과잉 사교육 유발... 맞다. 그런데 내가 가장 경악한 부분은 전문가 패널 역할을 맡은 '일타맘 군단'이 자녀의 대학 타이틀로 불리는 것이었다. 'S대' ,'Y대' 등이 적힌 배지를 착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들이 발언할 때마다 'Y대맘', 'Y대&S대 의대맘', '미국P대맘', 'S대&미국M대맘' 등의 자막이 반복해서 뜬다. 자녀의 성적표는 부모의 성적표가 아니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이 기이한 장면을 보면서 의문이 일었다. 일타맘 군단은 어떻게 관찰 솔루션 예능의 '솔루션(해결책)'을 책임지는 전문가가 됐나?

기이한 장면

이 '문제적' 프로그램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돌연변이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큰 인기를 끈 관찰 솔루션 예능 프로그램의 계보 아래 있다.

육아·교육 분야로 한정하면,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가 관찰 카메라를 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스튜디오·출연진 역할 등을 그대로 본딴 듯한 채널A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아래 티처스)는 사교육 전문가들이 등장해 출연 학생의 공부 고민을 해결해주는 포맷이다(시즌2 2회부터는 공교육 교사도 등장한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티처스>와 <일타맘>으로 갈수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문가가 전문의에서 사교육 강사로, 그리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부모로 '확장'되는 현실은 전문가주의가 해체되는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사회학자 이영희는 전문가주의를 '중요한 공적 의사결정을 전문가들에게만 맡겨야 한다는 믿음 체계'라고 설명한다). 공인된 자격을 가진 전문가 한 명의 권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가진 여러 명이 발언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은 모두가 성취할 수 없는 한정된 재화이기에, 명문대 진학을 위한 정보는 사적이고 경쟁적인 측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언은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나마 <티처스>는 공부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 공부의 기쁨을 느낄 여지가 있지만, <일타맘>은 철저히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에 모든 조언이 집중된다. 그러니까 <금쪽같은 내 새끼>부터 <티처스>, <일타맘>으로 흐르는 동안, 전문가는 확장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사적 이익에 복무하는 존재로 축소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일타맘 군단'이 전문가 역할을 하는 근거가 자녀의 성취라는 점은 문제적이다. 2회에 등장한 출연자는 초등학교 5학년인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기 위해 심야까지 빡빡한 공부 스케줄을 강행한다. VCR을 본 입시 컨설턴트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아이에 대해 갖는 과잉 기대가 있어요. 아마 아이가 받는 성적표가 엄마의 성적표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러나 스튜디오에 앉아있는 일타맘 군단은 자녀가 받은 성적표로 인해 방송에 출연하는, 아예 자녀의 대학 이니셜이 쓰인 배지를 훈장처럼 달고 있는 이들이 아닌가. 이 프로그램이 구성·출연진·자막 등을 통해 드러내는 메시지는 '아이의 공부는 엄마 하기 나름이고, 아이의 성적표가 엄마의 훈장'이라는 것이며, 이 일관된 메시지 앞에서 다른 발언은 힘을 잃는다.

일관된 메시지 : 아이의 성적표가 엄마의 훈장
 <일타맘> 2화 중에서
ⓒ 더 라이프
엄마들이 자녀의 성적표를 자신의 성적표로 착각하기 쉬운 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엄마는 자녀의 성취를 통해서 사회적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부장제와 학벌주의가 맞닿은 지점에서 그간 아동의 과도한 학습노동, 놀 권리 박탈, 엄마 자신의 삶 부재, 가족중심주의의 확산 등의 문제가 양산됐다. 이 프로그램은 이를 외면한 채 일타맘 군단을 동원해 낡은 이데올로기를 더욱 부추긴다.

양육의 책임을 엄마에게만 지우고 자녀의 명문대 진학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강조할 때, 엄마의 양육 부담과 아동의 학습노동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물론 일타맘 군단은 '쉬어야 창의성이 나온다', '아이의 불안과 우울이 큰 상태다'라며 출연 아동의 과도한 학습노동을 우려한다. 이 우려는 생명을 길러낸 존재로서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조언이 명문대 입학을 위한 수단적 성격을 지니는 한, 그리고 이들의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얻은 훈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동의 학습노동은 줄어들기 힘들다(아동학대 수준의 공부 스케줄을 소화하던 2화 출연아동을 향한 조언은 '공부의 주도권을 넘겨주라'와 '칭찬을 많이 해주라' 정도에 불과했다).

자녀의 대학 타이틀을 달고 여러 패널들이 노하우를 전수하지만 정작 과도한 학습노동을 줄여줄 의지는 보이지 않는 세계, 바로 <일타맘>이 보여주는 기이함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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