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쪽지] 행복은 사라진 후에야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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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 진단을 받은 지인은 말했다.
역시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나중에서야 '행복은 사라진 후에야 빛을 낸다'는 속담에 가슴을 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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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암 진단을 받은 지인은 말했다. 암병동에 갔더니 세상 온 천지가 암환자더라고. 암에 걸리기 전에는 암환자가 그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했노라고. 우리는 자신이 겪지 않는 어려움은 모른다. 세상에 그런 어려움이 있는 줄 상상도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말한 것일 터이다. 인간은 고통은 느끼지만 고통이 없음은 느끼지 못한다고.
인간은 자신이 겪는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을 가지고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고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들이 들으면 그 정도 고통은 명함도 내밀지 말라고 할 고통이어도 당사자에게는 힘겹기 그지없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힘들어하는 그 일이 객관적으로 그렇게까지 불행감을 느껴야만 하는 일이라는 보장은 없다. 역시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그 사람이 무엇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누군가가 세탁소에 잘못 맡긴 옷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유쾌 상쾌 통쾌하게 사는데 나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착각은 곤란하다. 행복은 전시되지만 고통은 전시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당신만 아는 당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꺼내 놓을 수 없는 당신만의 고통을 말이다. 모두가 고통을 껴안고 산다. 모두가 다른 사람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껴안고 타인을 만나면 먼저 웃고 본다. 그러면 상대방은 ‘저 사람은 웃을 만해서 웃고 사나 보다’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돈 문제가 없으면 사람 문제가, 사람 문제가 없으면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게 인생살이다. 내 문제가 없으면 가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심지어는 그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일어나기도 한다.
대학에 있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과제를 내주곤 했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기 위해 자신을 특징짓는 자기만의 상처와 그 상처가 자신을 어떻게 변하게 했는지에 대해 쓸 것을 주문했다. 늘 천사처럼 웃으며 다녀서 정서적 환경이 좋은 가정에서 자란 학생인가 보다 생각했던 학생의 과제를 읽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대 초반의 학생이 겪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겪은 학생이었다. 부모가 좋은 정서적 환경을 제공해주기는커녕 부모의 정서적 문제까지 껴안아 버린 학생이었다. 그 학생의 과제물을 읽으며 그야말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의 많은 고통과 슬픔은 목소리를 얻지 못한다.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장면만을 보고서는 ‘나는 왜 저렇게 살지 못하나’ 하는 한탄을 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혹시 삶이 재미없고 권태로운가? 권태로울 만큼 아무 일 없는 일상은 고통에 빠진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평범한 일상이다. 고통 없음은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니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 지금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누군가를 부러워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나중에서야 ‘행복은 사라진 후에야 빛을 낸다’는 속담에 가슴을 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박은미 철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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