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열매에 비트코인으로 기부…그게 가능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최근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비트코인 5개를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고 밝혀 화제다. 예전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과거에는 비영리법인이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현금화하는 데 법적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금융위원회에서 밝힌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 따라 비영리법인의 디지털자산 거래가 허용되면서 길이 열렸다. 그 첫 사례가 바로 국제구호 개발 비영리기구(NGO)인 월드비전이다. 월드비전은 보유 중이던 0.55ETH를 업비트를 통해 매각해 198만 원의 원화를 확보했다.
이처럼 비영리법인이 코인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이번 두나무 기부의 핵심이다. 두나무는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부하지만 사랑의열매 역시 조만간 직접 가상자산을 기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지갑 주소 대신 QR코드를 활용해 기부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1년 국내 법정기부금 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기부받았다. 이후 기부 참여자에게 기부증서 NFT를 주는 ‘그린 열매 NFT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며 젊은 층의 관심을 끌었다. 월드비전은 2022년 9월 국내 비정부기구(NGO) 최초로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페이지를 열기도 했다.
두나무는 2023년 3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에 가상자산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쳐 총 14BTC, 기부 당시 약 4억 4000만 원을 모았다. 기부자들이 기부를 증명하는 NFT를 받는 등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적극 활용했다. 또한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멸종 위기 식물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NFT 판매대금과 수수료 전액을 멸종 위기 식물 복원에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가상자산을 기부 활동에 접목해왔다.
미국에서도 관련 기부는 활성화된 상황. 2023년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기빙블록(The Giving Block)에 따르면 2022년 가상자산 기부액은 1억 2500만 달러(약 1630억 원)를 넘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비영리법인에게 허용된 코인 거래가 매도뿐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것이 현장목소리.
한 비영리법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코인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데 다른 코인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현재는 현금화를 위한 매도만 허용돼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라고 밝혔다. 코인을 이용한 다양한 기부 활동과 연관 서비스 개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장우 한양대 겸임교수(업루트컴퍼니 대표)는 “글로벌 사례를 보면 미국 비영리 단체는 IRS 규정에 따라 코인 기부를 받아 보유하거나 매도할 수 있고, 매수 금지 같은 엄격한 제한은 거의 없어 오히려 활용을 장려한다”며 “유럽연합(EU)에서도 비영리 단체가 코인을 자체 지불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고, 규제가 느슨해 다양한 활동에 활용된다”고 말했다. 이런 국제 추세를 반영한다면 한국도 매수 허용을 포함한 균형 잡힌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게 비영리 부문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코인 기부가 양성화됐을 때 이를 악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명 비영리법인 사칭이나 일회성 등록 후 잠적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사기꾼들이 실제 유명 비영리단체를 가장하거나, 임시로 비영리법인을 등록해 가상자산 기부를 유도한 뒤 잠적하는 위험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의 익명성과 비가역성, 그리고 아직 미비한 규제로 인해 이런 사기 피해는 복구가 어려울 수 있어 기부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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