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보호자도 힘든 여름, 산책 꼭 해야할까요?
10년 차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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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의 반려견 더위에 불리한 반려견들이 높아진 기온 탓에 산책조차 힘들어 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
| ⓒ 최민혁 |
모두가 힘든 여름... 더위에 지치는 개들
얼마 전 미용실에서 들은 질문이 그랬다. 미용사 선생님은 내 직업이 반려견 훈련사인지 익히 잘 알고 계셨기에 반려견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하곤 하신다. 그날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선생님과 나눴다. 참 무더운 날이었는데, 미용사 선생님께서 내게 평소와는 다른 조금 색다른 질문을 하셨다.
"반려견 훈련사는 성수기, 비수기가 따로 없으세요? 저희 업종은 계절을 많이 타서요."
나는 미용사 선생님의 질문에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저는 지금이 비수기인 것 같아요. 여름엔 교육할 때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아요."
미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내가 한 대답이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사실 반려견 훈련사에게 비수기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건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10년이라는 세월 가운데 8년을 가정 방문으로 보호자와 반려견을 가르치는 방문 교육을 해왔다.
감사하게도 불경기나 비수기가 있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 않고 이 직업을 유지해왔다. 특별한 홍보를 거치지 않고도 보호자님들이 찾아주셨고, 정말 수많은 반려견과 보호자들을 만나며 활동해왔다. 한때는 오히려 여름이 성수기였던 기억이 박혀있었다. 문을 많이 열어두는 여름에 실내에서 개들이 짖는 문제로 교육 의뢰를 하시거나, 밖에 자주 나오는 시기라 개들이 산책 시 타인이나 다른 개나 동물들에게 달려드는 문제 의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명확히 여름이 비수기다. 왜일까.
반려견과 보호자들이 살아갈 여름을 생각하다
"선생님, 토리가 다른 개보고 짖진 않았어요. 근데..."
지난 6월 초, 토리라는 반려견과 보호자님을 교육으로 만났다. 5kg 남짓 인절미 비슷한 부드러운 털을 가진 토리는 다른 개들이나 동물을 보면 달려드는 문제로 고민이 큰 반려견이었다. 3명의 다른 훈련사님을 거쳐도 해결이 되지 않은 토리 보호자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보호자님께서 담아둔 토리의 산책 시 문제 행동 반응들은 내가 보기에도 꽤 심했다. 스스로를 조절할 줄 모를 정도로 짖는 것은 물론,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을 물고 흔들어 버리는 전이 공격성도 있었다. 그것이 보호자님의 다리일지라도 말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져야 한다. 곧바로 산책을 나가 문제 행동을 힘으로 통제하는 방식은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리의 첫 수업 날이었다. 토리는 흥분도가 평소에도 높았기에 조절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 외부 자극 없는 곳에서부터 보호자가 차분히 이끌며 걷는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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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 생각하게 하기 (Thinking training) 많은 행동 중 앉아서 내 눈을 보는 행동에 간식을 주었다. 이처럼 차분히 기다려주고 반려견이 생각하여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교육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실내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이 있다. |
| ⓒ 최민혁 |
날이 풀리자 토리는 다시 우렁차게 변했다. 날씨 때문인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요즘 들어 외부에서 산책 고민인 반려견 중 지쳐서 짖지 못한다는 사례가 예전보다 더 들려왔다. 그만큼 한여름 기온이 상승한 것이다. 실내에서 교육할 때도 많지만, 가장 많은 의뢰는 외출 시 생기는 짖음, 줄당김 같은 산책 문제들이 차지한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자 자연스레 의뢰는 줄어들고, 보호자들은 반려견의 산책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나는 요즈음 앞으로 한국 도심에서 반려견들과 보호자들이 살아갈 여름에 대해 생각해봤다. 개들은 생각 이상으로 더위에 매우 취약하다. 먼저 개들은 사람에 비해 1~2도 정도 체온이 높다. 게다가 사람에 비해 땀샘이 매우 적고 이마저도 발바닥과 코 주변에만 있어서 헐떡임으로 더위를 달래야 한다.
한여름 아스팔트는 도심의 자동차, 전기 사용 등 때문에 60~70도를 상회할 만큼 덥다. 개들의 온도는 순식간에 급상승하며 탈수나 열사병이 생기는 경우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여름은 반려견 전문가인 나도 산책을 줄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하게 될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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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의 반려견 둘 앞으로는 더 더워질 한국 더위. 이젠 산책이 능사가 아니다. 반려견 관리 및 교육 방법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 ⓒ 최민혁 |
사람도 앉아서 책을 읽거나 집중해야 하는 놀이를 할 때도 에너지 소모가 된다. 반려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반려견의 두뇌를 쓰게 하는 트레이닝 (Thinking training)이나 정해진 도구로 정확히 몸을 쓰게 하여 에너지를 쓰는 독 피트니스(dog fitness) 등 좁은 공간에서도 시원하게 반려견의 에너지를 해소할 수 있는 전문 트레이닝들이 많이 개발돼 있다.
갈수록 사람이나 반려견이나 나가기 힘든 여름이 되는 것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반려견 교육 흐름이 빠르게 변해 늘 더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왔지만, 기후가 영향을 주게 될 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느낄 만큼 반려견 훈련사 뿐 아니라 보호자와 반려견들에게도 여름이 비수기가 된 것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반려견 훈련사로 살며 늘 생각하는 단어는 다같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이다. 한편으로 이 더위가 지구가 아프다고 보내오는 신호 같아 '공존'이란 말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모두 아프거나 힘들지 않고 공존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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