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화해와 문학의 연대... 육사와 남주가 만났다
[완도신문 정지승]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두 구절의 울림 있는 시가 만났다.
이육사의 상징과도 같은 '절정'과 김남주의 '자유'가 시대를 뛰어넘어 전남 해남에서 만났다.
12일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서 '뜨거운 상징_육사와 남주' 특별교류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영호남 혁명의 상징인 이육사와 김남주라는 두 저항 시인을 내세워 양 지역 간 문화연대를 시도한 역사적 기획이었다.
행사 당일, 100여 명의 문인과 행사 관계자, 가족들이 모였다.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와 김남주 시인의 부인 박광숙 여사가 행사 무대에 선 특별한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시인 황지우와 김형수의 사회로 펼쳐진 토크쇼는 시대를 관통한 문학정신의 계승과 지역 간 화합이라는 과제를 다시 조명하게 했다.
'뜨거운 상징_육사와 남주' 전시는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의 재개관을 기념해 열렸다. 전시기획은 두 시인의 작품과 시인들이 살아온 시대와 문학의 길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평가다. 문학관 2층 전시실에 마련된 공간은 각각의 시 세계를 보여면서도 하나의 문학적 저항이라는 공통분모를 드러내는 구조로 꾸며졌다.
해남군과 안동 이육사문학관은 이 날 지역 간 문학 발전과 교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 내용에는 문학자료 발굴과 사업 공동 추진, 문학교육 및 연수프로그램 공동 운영, 출판 및 학술정보 공유, 전시협력과 상호 기관 인프라 활용 등이 포함됐다.

이옥비 여사는 "자신의 이름 '옥비(玉非)'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았다.
"기름질 옥에 '아닐 비', 아버지는 제 이름을 기름지지 말라고 지으셨죠. 아마 사는 방식도 문학도 검소하길 바라셨던 거겠죠."
황 시인은 "그 이름에서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며 "시인의 언어란 이렇게 일상 너머의 진실을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주 시인의 부인 박광숙 여사 토크는 보다 감성적인 울림으로 다가왔다. 신동엽문학관장이자 <김남주 평전>의 저자인 김형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 토크에서는 뜻밖의 우연한 역사가 언급됐다.
"김남주 시인의 광주교도소 수인번호가 2164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평전을 다시 보다가 알게 됐는데, 거기서 1만 빼면 이육사 시인의 수인번호인 264가 됩니다. 너무 놀라웠어요. 수십 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은 숫자의 기호는 마치 두 시인을 이어주는 상징 같았습니다."
육사의 264번, 남주의 2164번. 감옥에서 번호로 불렸던 두 시인은 이제 문학사에서 이름 석 자로 다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절정과 자유', '광야와 '진혼가, '청포도와 노예의 꿈'. 이육사와 김남주의 시들은 그 시대의 억압에 맞선 목소리이자, 오늘 우리에게 투쟁과 인간 존엄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드는 시적 언어다.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두 분은 시대의 저항 시인이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자유를 말했고 그 자유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깊은 감명을 줬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영호남 특별교류전은 문학을 매개로 한 지역문화의 화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와 공연에만 머물지 않고 이육사와 김남주라는 두 시인의 정신을 통해 한국 문학이 지닌 저항과 이상, 그리고 삶의 울림을 상기시킨다고.
적어도 해남은 안동과의 교류를 통해 폭넓은 문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문학과 문화예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기록이다. 육사와 남주의 만남은 시대를 뛰어넘은 시인의 연대이자 지역이 만들어 낸 문학적 기적이었다.
이번 영호남 교류전은 특별한 작가의 시선이 결합된 의미 있는 행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영호남의 교류,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완도군도 인지하고 지역의 문화자원을 시대적 상황으로 이끌어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와 우암 송시열의 시대적 대결 구도가 아닌, 역사의 화해구도를 재현해도 좋겠다. 더불어 한 시대의 사상적 혁명을 논했던 신지도 원교 이광사와 해남의 공재 윤두서와의 문화연대 등 교류를 통해 지역의 자원이 시대에 부응한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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