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슴한 '판타스틱 4' 보니 '평양냉면' 생각났습니다
[유정렬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 개봉했다. 이름처럼 '판타스틱'한 역사를 가진 시리즈로, 이번 영화는 무려 세 번째 리부트작이다.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시리즈가 번번이 엎어진 이유는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첫 번째 리부트였던 < 판타스틱4 >(2005년 개봉)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제시카 알바와 크리스 에반스가 출연해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2년 뒤 개봉한 속편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은 기대에 못 미쳤고, 결국 시리즈가 중단됐다.
2015년 조시 트랭크 감독의 두 번째 리부트가 세상에 나왔지만, 팬과 평론가 모두의 혹평 속에 '마블 흑역사'로 자리 잡는다. 성의 없는 스토리, 어설픈 연출과 액션, 원작을 무너뜨린 설정까지. '역대급 망작'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으며 흥행에도 참패했다.
이번 작품은 세 번째 리부트이자, 마블이 직접 제작한 첫 번째 리부트다. 공교롭게도 전작으로부터 또다시 10년이 흘렀다. 과연 마블의 손을 거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 판타스틱4는 과연 '판타스틱'하게 되살아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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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형적인 디즈니식 가족영화 |
| ⓒ 디즈니마블 |
그래서인지 예상보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것 같다. 마블 전성기 시절의 통쾌하고 짜릿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실버 서퍼와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이 볼만했고, 세계관 최강자 갤럭투스는 크기만 컸지, 전혀 매력 없는 빌런이었다.
그가 지구를 침공했을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 떠올랐다. (해당 작품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영화 초반, 행성을 집어삼키는 어마무시한 존재로 묘사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정작 본 대결에서의 갤럭투스는 덩치만 큰 짐승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게 갤럭투스라고?" 하는 의문이 절로 들었다.
주인공들이 갤럭투스를 물리치는 방식도 허술하다. 엄청난 기술 '브릿지'를 통해 지구를 먼 우주로 보낸다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리드 리처드가 아무리 천재 과학자라 해도, 며칠 전엔 겨우 달걀 하나를 몇 미터 이동시키는 것이 전부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갑자기 행성 이동? 물론, 그마저도 실버 서퍼에 의해 계획은 좌절된다.
결국 '플랜 B'로, 갤럭투스를 지구 대신 먼 우주로 보내는 기지를 발휘한다. 덫 놓고 야생 짐승을 유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장면에선 실소가 터질 정도였다. 거의 신급의 존재인 갤럭투스의 지능을 한참 무시한 설정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더 아쉽다. 전형적인 디즈니 식 '가족주의'가 덧칠되어 있었다. 물론 이 팀 자체가 부부, 형제자매, 친구로 구성되어 있어 가족애는 피할 수 없는 테마다. 1961년, 스탠 리와 잭 커비가 창조한 마블 최초의 팀 히어로이기도 하니 원작 충실성 측면에선 납득 가능하다.
문제는 '가족애' 그 자체가 아니라, 디즈니식 '가족주의'의 과도한 강조다. 어릴 적 보았던 디즈니 가족 영화에 세련미를 덧입힌 느낌이랄까. 마블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 흥행 실패와 팬들의 기대 하락이 반복되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그 중심에는 디즈니의 영향이 있다. 인수 전후로 마블 영화의 색깔은 많이 바뀌었다. '페미니즘'을 앞세운 지나친 PC주의로 비판받은 데 이어, 이제는 '패밀리즘'의 진부함까지 더해진다. 이 디즈니스러운 색채가 히어로 장르 본연의 재미를 해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갤럭투스가 "아기 프랭클린을 넘기면 지구를 살려주겠다"고 협박하는 장면은 디즈니 스타일 가족주의의 결정판이다. 주인공들은 단호하게 아기를 지키기로 한다. '전 인류 vs. 내 아기'라는 초유의 윤리적 딜레마 앞에서도 고민조차 짧다. 특히 엄마인 '수'는 단호하다.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가족의 개념은 훨씬 더 확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혈연 중심의 고전적 가족관을 고집하며 답답함을 준다. 결국 영화는 모두를 지켜내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야말로 '판타지'다. 쿠키 영상은 두 개지만, 첫 번째만 보면 충분하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첫 쿠키에 소름 돋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어벤져스 : 둠스데이>로 연결하려는 억지스러운 연출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의 장점도 분명 있다. 기존 마블 시리즈와의 접점이 없다는 점이다. 어벤져스가 활약하던 지구와는 다른 차원의 '지구 828'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 마블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관객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레트로한 미장센이다. 지구 828은 1960년대의 정서를 지닌 공간이다. <완다비전>에서 복고풍 연출을 보여줬던 맷 샤크먼 감독답게, 이번에도 감각적인 연출이 빛난다. 특히 판타스틱4의 상징 컬러인 블루를 촌스럽지 않게 활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OST도 귀에 꽤 남는다. '판타스틱4'를 반복하는 단순한 합창 멜로디는 수능 금지송처럼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입에 맴돌았다. 결론적으로, 감각적인 시청각 경험을 선사한 레트로 감성과 달리, 디즈니식 가족주의 메시지는 진부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세 번째 리부트마저도, 기대만큼 '판타스틱'하지는 않았던 영화 <판타스틱4: 새로운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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