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출입문 잡아주는 김독자, '전지적 독자 시점'에 담긴 의미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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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공동체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전지적 독자시점' |
| ⓒ 챗GPT |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세계, 누군가가 예측한 소설 속 이야기대로 흘러가는 세상.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원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주인공 김독자(안효섭 분)가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서사를 바탕으로 인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려 나가는 판타지 영화다. 무너져가는 도시, 존재의 위협 앞에서도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서, 공동선과 시민적 덕성을 강조하는 '자유공동체주의'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자유공동체주의를 통해 "공동체가 공유하는 좋은 삶과 시민의 덕성, 그리고 개인의 자유 간의 균형"을 주장한다. 자유주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자유공동체주의는 개인이 속한 공동체,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정체성과 책임에 주목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김독자는 수동적 '독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이끄는 '주체'로서 자리한다. 그 변화의 여정은 샌델이 말한 공동체주의적 삶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초반, 김독자는 퇴근길에서 뒷사람들을 위해 회사 출입문을 잡아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작은 배려 같지만, 이는 공동선의 가치를 내면화한 시민적 행위다. 이런 장면은 단지 성격 묘사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연결성으로 그 의미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샌델은 이러한 시민적 습관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도덕적 자본이라고 말한다. 김독자는 처음부터 그런 자질을 지닌 '덕성 있는 시민'으로 출발하며, 이후 공동체의 리더로 나아가는 서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도깨비와 같은 존재들이 나타나며 세계가 붕괴된 이후, 김독자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게 된다. 자유공동체주의는 인간의 정체성이 단순히 개인 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된다고 본다. 영화 속 김독자는 타인과의 신뢰, 희생, 책임을 통해 '독자'에서 '등장인물'로, 나아가 공동체의 영웅으로 성장한다.
시민적 덕성과 적극적 참여
극한 상황 속에서 김독자는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 개입자다. 그는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때로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동체를 함께 지켜낸다. 그로 인해 마치 자본주의와 사회계약설의 철저한 신봉자 같은, 충무로역을 지배하는 '건물주 연합'의 수장 공필두(박호산 분)마저 최전선으로 나아가는 순간, 이들의 전투 장면은 단지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투입하며 '시민적 덕성'을 함께 실천하는 모습으로 승화된다. 샌델이 강조한 바와 같이, 민주 사회는 단지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이 아니라 공공의 문제에 책임 있게 참여하는 시민들을 통해 유지된다.
극 중에서 김독자와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자원봉사와 공동선 운동이 지니는 의미와 닮았다. 물리적 생존을 위한 협동이지만, 이는 서로에 대한 신뢰, 상호 규범, 협력의 문화, 즉 '사회자본(social capital)'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독자가 유상아(채수빈 분), 이현성(신승호 분), 이길영(권은성 분), 정희원(나나 분), 이지혜(지수 분), 그리고 유중혁(이민호 분) 등과 연대함으로써 영웅은 결국 개인이 아닌 함께한 우리가 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연대의 복원 가능성까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묻는다. '혼자 살 것인가, 함께 살아갈 것인가.' 김독자는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타인의 생존, 공동체 전체의 삶을 고민한다. 자유공동체주의는 이처럼 개인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사회적 책임과 공동체적 가치가 양립 가능함을 전제로 한다. 이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전체 서사 구조와 맞닿는다. 이 영화는 그저 한 명의 생존기가 아니라, 공동선이라는 이상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구현되는가에 대한 실험적 탐색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단지 픽션의 세계를 넘어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영화 속 세계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능력이나 운명이 아니라, 신뢰와 헌신, 공동선(common good)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는 자유공동체주의의 핵심이자, 현대 사회가 회복해야 할 사회자본의 근간이다. 결국 이 영화는 공동체의 힘이 한 개인을 어떻게 변화 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공동체를 어찌 지탱하게 하는가를 보여주는, 철학과 사회가 만나는 생생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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