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비교사진에 담긴 진실...이재명 대통령, 꼭 보십시오 [최병성 리포트]

[최병성 리포트] 폭우 쏟아진 산청, 벌목했던 곳에서만 산사태 커진 이유... '산림 대개혁'이 필요하다

[최병성 기자]

▲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고, 소나무가 쓰러지며 집을 덮쳤다. ⓒ 최병성

소나무가 쓰러지며 지붕을 덮쳤다. 엄청난 토석류가 쏟아져 내리며 집을 덮쳤다. 건물이 사라졌다. 산으로부터 밀려온 토사와 나무기둥에, 하루아침에 식당 건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하루아침에 멀쩡했던 건축물이 사라졌다. 온통 산에서 밀려 온 토사와 나무 기둥 천지다. ⓒ 최병성

이곳은 지난 16일부터 나흘 동안 쏟아진 폭우에 산사태가 발생한 경상남도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산사태로 사망자들이 발생한 이곳을 살펴보며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페이스북 발언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신속한 복구와 지원,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 등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산사태 발생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에 대한 지시가 없었다.

▲ 21일 산청 산사태 현장을 다녀 온 이재명 대통령. 피해주민에 대한 위로와 신속한 복구와 지원은 있는데, 산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 조사가 빠졌다. ⓒ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지난 3월 연이어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복구와 지원에 대해선 언급했지만, 산불 발생 원인 조사와 방지책 마련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었다.

산사태와 산불이 발생하면, 많은 돈을 투입해 신속하게 복구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해마다 산불과 산사태를 경험해 왔다. 이와 같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많은 예산을 지원해 복구했다.

그렇게 복구비로 많은 돈을 퍼부으면서도,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발생 원인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산사태와 산불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산사태와 대형 산불이라는 산림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발생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통령실 산하에 '산림재난조사기구' 설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산사태 발생 원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걸음에 달려 온 산청 부리마을을 살펴보자. 마을을 빙 둘러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산사태가 발생했을까?

▲ 이재명 대통령이 달려 온 산청 부리마을 산사태 현장 ⓒ 최병성

그 이유를 2013년 구글어스 사진에서 찾았다. 마을 뒤편이 능선을 따라 싹쓸이 벌목됐다. 놀랍게도 벌목된 2013년 구글 사진과 2025년 산사태 발생한 곳이 일치한다.

▲ 구글 어스의 2013년 사진 속 벌목 장소와 산사태 발생 현장이 일치한다. 벌목이 산사태 원인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구글 어스

▲ 산청 부리마을에서 15년 전인 2010년 벌목하고 조림한 현장, 15년이 지났음에도 마치 잔디밭 같다. 산림청이 조림한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 최병성

부리마을 능선 뒤편에 있는 모고리 마을 역시 산사태가 발생했다. 모고리 역시 능선을 따라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했고, 쏟아지는 토사에 휩쓸린 주민 한 명이 실종되었다. 모고리 산사태 현장을 찾은 지난 22일, 소방관과 경찰들이 탐지봉을 들고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 산사태로 밀려 온 토석류가 마을을 덮친 모고리마을 모습 ⓒ 최병성

▲ 산사태가 마을 뒤편 능선을 따라 줄줄이 발생한 산청 모고리마을 ⓒ 최병성

2013년 구글 지도를 살펴봤다. 부리마을보다 더 넓은 면적의 모고리 마을 숲이 싹쓸이 벌목되어 사라졌다.

▲ 모고리 뒤편 숲 전체가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졌음을 2013년 구글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구글어스

부리와 모고리의 산사태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비가 많이 온 것은 부차적인 이유다. 싹쓸이 벌목으로 인해 건강한 숲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부리와 모고리 숲은 왜 10여 년 전에 벌목된 것일까? 마침 산사태 현장에서 약 30년간 부리마을의 이장을 지낸 이용만 어르신을 만나 산사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벌목이 산사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벌목 이유가 산불이라고 했다.

구글지도 등의 연도별 자료를 찾아보니 2009년 말~2010년 초에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2010년 6월 4일 촬영된 국토지리원의 산청 부리와 모고리마을 사진을 찾아냈다. 주변이 산불로 불탔고, 벌목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 산청 부리마을과 모고리의 2010년 산불 피해 상황 사진을 찾아냈다. 산불 피해지역과 이번 산사태 발생지가 일치한다. ⓒ 국토지리원

산불 후 산불 피해목으로 인한 산사태를 예방한다며 싹쓸이 벌목하고 조림한 지 대략 15년이 되었다. 우리 상식에 의하면 조림한 나무들이 뿌리내려 산사태를 막아 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난 3월 21일 산청 시천면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이 두꺼운 낙엽층 때문에 산불을 끄는데 어려웠다며, 산불 진화의 어려움을 활엽수 탓으로 돌렸던 그곳이다.

이번 비로 산청군 시천면엔 산사태가 얼마나 발생했을까? 산림청 주장에 따르면 산불 직후인 시천면엔 엄청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부리마을 산사태 현장에서 3개월 전 산불이 발생한 산청 시천면으로 달려갔다.

▲ 지난 3월 21일 산청 산불로 고사된 나무들로 숲이 붉게 변해있다. 그런데 불타 죽은 나무들이 있는 곳엔 그 어디에도 산사태 위험이 보이지 않고, 산불 이전에 벌목하고 편백을 조림했던 자리에만 작은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 보일 뿐이었다. ⓒ 최병성

▲ 산불로 불탄 나무들은 이 극한 호우에도 산사태 위험이 없다. 산사태는 인간이 건드린 숲에서 주로 발생했다. ⓒ 최병성

이곳은 산사태가 발생한 부리마을과 동일한 폭우가 쏟아진 산청군 시천면이다. 시커멓게 불탄 나무들이 그대로 서 있었다. 산불 피해목이 쓰러져 산사태가 발생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이 골짜기, 저 골짜기 산불이 지나간 골짜기와 능선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새까맣게 불탄 나무들은 그 엄청난 폭우에 멀쩡했다.

산불 직후 여러 언론을 통해 산불로 나무 뿌리까지 불타서 산사태 위험이 높아, 긴급 벌채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과 산림학 전문가들의 발언은 산불 현장 그 어디에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산불로 인한 산사태를 예방한다며 나무를 벌목하고 조림한 곳에서 모두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것도 산불 피해 복구 조림한 지 15년이 되었음에도 말이다.

▲ 산불 피해지 복구한다던 벌목과 조림, 그리고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 최병성

▲ 산불 복구라며 15년 전 벌목하고 조림한 곳에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했다. ⓒ 최병성

산림청의 주장, 왜 문제인가

왜 산림청의 주장과 정반대로 나타난 것일까? 답은 산청군의 또 다른 산사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부리마을로부터 직선거리 1km 떨어진 산청 병정리 마을이다. 이곳 역시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가 도로를 덮쳤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매몰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구글 지도를 보니 2017~18년경 벌목과 임도 건설 공사가 진행되었다.

▲ 벌목지에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 최병성

이 산사태 현장으로부터, 좌측과 우측 병정리 마을에 많은 토사가 덮쳤다. 이곳에 2008년 벌목이 이뤄진 것을 구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5년 바로 그 벌목지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어 마을을 덮친 것이 확인된다.

▲ 병정리에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을 덮쳤다. 산사태가 시작한 지점이 2007년 벌목한 곳이다. ⓒ 최병성

▲ 2025년 7월 산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2008년 싹쓸이 벌목했던 장소임을 구글어스 지도가 입증하고 있다. ⓒ 구글어스

병정리는 벌목하고 조림한 지 벌써 18년이 되었다. 조림한 나무가 산사태를 막아 줄 만도 한데 산사태가 발생했다. 조림한 나무들이 대부분 고사하거나 살아 남은 나무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8월 28일 자 <사람 죽인 무덤? 더 이상 억울한 죽음 만들지 말라>
기사에 밝힌 바와 같이 해외 논문들에 따르면, 벌목한 지 5년이 지나면 잘린 나무 그루터기의 뿌리들이 썩기 시작하고, 10~15년이 지나면 뿌리가 썩어 토심을 잡아주는 힘을 잃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논문들은 조림한 나무는 아직 뿌리가 어려 산사태를 막아 줄 힘이 없고, 조림한 지 20년 정도가 되어야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리와 모고리의 산사태 원인도 이 때문 아니었을까? 2010년 산불 피해목을 벌목하고 조림한 지 약 15년이 지나 잘린 나무 뿌리가 썩었고, 새로 조림한 나무들은 아직 어려 산사태를 막을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리와 모고리 산사태 현장은 15년 전 조림한 나무 대부분 고사했다. 초록 풀밭으로 보이는 곳이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인 것이다.

산청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어김없이 벌목했으며, 임도가 있는 곳이었다.

▲ 임도에서 산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 최병성

▲ 산사태가 발생한 곳 모두 벌목 후 조림한 곳이다. 조림한 나무들이 잘 자라는 것 같아 보이지만, 20년은 자라야 산사태 위험을 막아줄 수 있다. ⓒ 최병성

이재명 대통령의 산림 대개혁을 기대한다

이번 폭우의 특징은 기후변화로 좁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이런 기후 상황에 벌목은 마치 지뢰를 매설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산림청은 벌목과 조림 이유를 경제림 조성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30년 동안 키운 나무를 팔면 1ha에 겨우 100만 원을 받는다. 그후 새로 조림하려면 산림청 공인 조림 비용이 1ha에 1095만 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어린 조림목을 뒤덮는 풀을 자주 베어줘야 한다. 풀베기 비용이 1ha에 200만 원이다. 어린나무가 자라는 동안 최소 3회 풀베기를 해줘야 한다. 3회 풀베기 비용이 최소 600만원 으로 30년 동인 키운 나무를 판 돈보다 더 많다.

이렇게 30년을 키워 나무를 팔면 1ha에 수천만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여기에 임도와 사방댐 공사가 뒤 따른다. 보통 임도 1km 건설비가 3억 원이고, 사방댐 공사비도 3억 원이다. 임도와 사방댐 공사비까지 계산하면 1ha에 수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경제성만 없는 게 아니다. 탄소 흡수원이던 숲이 벌목과 조림으로 인해 탄소 배출원이 된다. 숲의 제1 역할은 빗물을 저장하는 녹색댐으로 홍수를 막아주는 것이다. 그러나 벌목과 조림을 하면 홍수 유출량이 급증한다. 곳곳에 벌목으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는 지금까지 우리가 수없이 경험한 바다.

산청 부리마을의 산사태 현장들은 산림청의 산불 피해지 긴급 벌채가 오히려 산사태를 조장하는 더 큰 위험임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제 산림재난을 부르는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 정책들을 바꾸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사명이다. ⓒ 최병성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과 취임 일성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벌목과 조림, 산불 피해지 복원, 숲 가꾸기 등 산림청의 산림 정책들이 오히려 산불과 산사태 재난을 초래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대한민국 산림정책의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