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맛있어서 기절한다고? 여름에 먹으면 끝내주는 이것

여운규 2025. 7. 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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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규의 집밥혼밥] 맛있고 간단한 가지밥 만들기

[여운규 기자]

 동네 마트에서 제철을 맞은 가지를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 여운규
퇴근길에 동네 마트에 들러보니 가지를 쌓아놓고 팔고 있다. 진한 보랏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다섯 개 천 원! 놀라운 가격이다. 역시 가지는 여름이 제철이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가지밥 만들어 먹을 궁리를 해본다.

여름이 제철인 가지

가지는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였다. 옛날부터 가지는 삶아서 무친 나물의 형태로 주로 먹었고, 그 가지나물이라고 하는 게 그렇게 호감 가는 음식이라 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식감은 흐물흐물하고 색깔도 그렇게 먹음직스럽진 않다. 이따금 톡 쏘는듯한 특유의 아린 맛도 선뜻 젓가락을 가져가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어른들이야 그래도 식탁에 오르면 한두 번 집어먹지만, 아이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가지를 오해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가지는 기름과 만났을 때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발산하는 채소였다. 가지를 튀기거나 볶아 먹으면 삶거나 찔 때보다 훨씬 더 맛있다. 튀겨서 맛없는 게 뭐가 있겠냐만, 가지 속살은 기름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해지는 이른바 '겉바속촉'이 정말 제대로 일어난다. 또 기름과 만난 가지는 아린 맛도 사라지고 특유의 풍미가 극대화돼서 삶거나 찔 때보다 훨씬 풍부한 맛을 느끼게 해 준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 먹는 다양한 가지 요리를 살펴보면 주로 오일을 뿌려 굽거나 튀기는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튀르키예의 전통 가지 요리인 '이맘 바이을드(Imam Bayıldı)'는 '이맘(이슬람 성직자)이 기절했다'라는 뜻인데, 속을 파낸 가지를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두르고 구운 다음 그 속에 양파, 마늘, 토마토 등을 볶아 양념과 함께 넣고 그 위에 다시 올리브 오일을 뿌려 오븐에 구워낸 음식이라고 한다. 기름에 구운 가지가 얼마나 맛나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싶다.

가지요리라고 하면 중국식 가지튀김을 빼놓을 수 없다. 이건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먹게 된 음식이다. 대략 10년쯤 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 음식점 '하하(哈哈)'에서 대표 메뉴인 가지튀김을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큼직하게 썬 가지를 튀겨내서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렸는데, 바삭한 외피와 크리미한 속살의 조화에 그야말로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로 가지가 이런 맛이었다고? 이 달콤함은 뭐지? 가지 자체도 맛있었지만 매콤새콤한 소스와 어울리니 더 기가 막혔다. 탕수육 양장피만 알던 중국요리 리스트에 가지튀김이 새롭게 등재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 주변에 많이 생기기 시작한 양꼬치 집에 갈 때면 '어향가지'를 빼놓지 않고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물론 어디를 가더라도 첫 만남의 감동을 다시 느끼기란 어려운 일이긴 했다.

맛있고 간단한 가지밥 레시피
 가지는 숨이 죽을때까지 볶아준다.
ⓒ 여운규
그러던 어느 날, 가지밥 레시피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당시 한창 전국적인 인기를 끌던 요식업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에서다. 간단하고 맛있는 한 끼 메뉴를 찾던 내게 만들기 쉽고 맛도 좋은 가지밥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음식이었다. 가지튀김이 맛있긴 하지만 집에서 하기엔 번거롭다. 하지만 가지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만드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원래 레시피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데 역시 고기가 조금 들어가면 더 맛있다.
- 가지는 3, 4개 정도 잘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썬다. 어차피 나중에 밥과 함께 섞게 되므로 어떤 모양으로 썰든 상관없다.
- 팬을 잘 달궈서 기름을 두르고 잘게 썬 파를 넣고 볶아 파기름을 낸다. 거기에 돼지고기 간 것 300그램 정도를 넣고 같이 볶는다. 여기까진 중불.
- 센불로 올려 간장 두 스푼에 굴 소스 한 스푼 정도를 넣고 섞어서 향을 입힌 다음, 썰어둔 가지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만 볶는다.
- 전기밥솥에 쌀을 씻어 넣고 물을 평소보다 적게 잡는다. 볶은 가지와 고기를 쌀 위에 얹어서 취사한다. 평소 밥 짓는 거랑 다르지 않은데, 가지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물의 양을 적게 잡는 게 중요하다.
- 밥이 되는 동안 간장, 참기름, 고춧가루, 다진 파 등을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 다 된 밥을 잘 저어서 섞으면 완성. 여기에 계란 프라이를 따로 해서 올리고, 양념장을 얹어서 먹으면 된다.
▲ 완성된 가지밥 양념장을 얹어서 먹으면 된다.
ⓒ 여운규
정말 맛있다. 가지는 밥과 완전히 섞여서 형체가 없어지는데, 가지와 고기가 합쳐진 밥은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폭발한다. 이건 사실 누가 만들어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소개한 사람도 이렇게 말했다. "이거 만들어 보니 맛있다고 해서, 내가 음식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안 돼요." 나는 가지밥을 만들어서 가족들과 나눌 때마다 이 말을 한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소 가지를 좋아하지 않던 아이들도 이 가지밥만은 맛있게 잘 먹는다. 요즘같이 높은 물가에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는 식재료가 있다는 건 축복이다. 제철 가지 먹으며 건강한 여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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