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MZ세대의 갈등? 교사와 졸업생이 감정싸움 한 이유
선거를 치를 때마다 세대 간의 정치 성향 차이는 큰 화두가 됐습니다.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왜 그 사람을 찍을까'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했고, 갈등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른 세대를 말하다' 기획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세대 간의 화합과 연대'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서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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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교 교문 |
| ⓒ 연합=OGQ |
갓 스물이 된 그들의 입에선 온통 불안과 절망의 단어만 튀어나왔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학벌 구조의 최정점이라는 의치대생과 서울대생부터 지방대생까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에게 미래의 다짐이나 포부는 생경한 단어였고, 사는 걸 '견뎌내는' 거라고 표현했다.
'의치대' 광풍... 집단 불안의 결과
"요즘 세상에 적성을 따져 의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과연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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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 |
| ⓒ 연합뉴스 |
'첨단 과학기술의 요람'이라는 국립 과학기술원이 지역마다 설립되어 있지만, 의치대에 밀려 제구실을 못 하는 모습이다. 대전(KAIST)을 비롯해 광주(GIST), 대구(DGIST), 울산(UNIST) 등 어느 한 곳 예외가 없다. 한때 대한민국 과학 영재의 산실로 불렸던 포항공대(POSTECH)의 위상도 예년만 못하다.
재학생들의 '반수'를 막기 위해 입학할 때 휴학 조건을 내거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른바 '의치대 블랙홀 현상'을 막아내기란 역부족이다. 과학기술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 공대와 지방 사립대 의대에 동시 합격한 경우, 100% 후자를 선택한다. '미래 노벨상 수상의 꿈'은 개나 줘야 할 판이다.
중학생들의 과학고 선호 현상도 일찌감치 꺾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고 진학을 서울대 합격 못지않게 뿌듯해하며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인기 추락의 변곡점 역시 과학고생의 의치대 진학이 제한되면서부터다. 듣자 하니, 지금은 최상위권 중에 과학고 진학을 문의하는 경우조차 드물다고 한다. 당장 장래 희망이 과학자라는 아이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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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모습 |
| ⓒ 연합=OGQ |
'기필코 서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맹목적인 바람도 아이들이 지닌 불안과 절망의 짙은 그림자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그들끼리의 '신분'을 이렇게도 가른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입에서 '인 서울'에 성공하면 '성골'이고, 대학 졸업 후에 서울로 가면 '진골'로 구분된다는 거다.
지방대에 다니거나 졸업 후에도 지방에 남게 되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6두품' 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고는 '6두품'과 '5두품', '4두품'이 다를 게 뭐냐며 이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다. 그들에게선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의외로 강고하다.
명색이 인문계고인데도 대입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고 '마냥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태반인 이유다. 성적 분포를 보면, 가운데가 볼록한 대칭의 정규분포곡선은 하위권이 두툼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 학교마다 별 차이도 없다. 상위권 일부를 제외하고 다수가 아예 공부에 담을 쌓아 버렸다는 뜻이다.
애초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이미 진로가 결정되어 있다는 인식도 팽배해 있다. 의치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무리 늦어도 중1 때까진 '성적이 남달라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의치대는 말할 것 없고, '인 서울'이 가능한 범주와 한계를 고1 아이들조차 모르지 않는다. 자신의 미래가 대입이 아닌, 이미 고입으로 결정된다는 거다.
아이들이 의치대나 명문대도 아닌 '인 서울'에 목매다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방대에 견줘 취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말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건, 그들에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속담이 아닌 현재진행형 경구다.
그러나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에게 취업은 먼 미래의 일이다. 아직 지역별, 대학별 취업률 격차까지 따져볼 겨를이 없다. 그런데도 '인 서울'을 위해 'N수'까지 불사하는 건, 지방대생이 느끼는 좌절감과 열패감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누구 말마따나,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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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립된 청년들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 ⓒ 연합뉴스 |
그러나 지금은 무수한 지방의 사립대들과 뭉뚱그려져 지방대의 하나쯤으로 여겨진다. 대학의 수준이 전통과 역사, 교수 역량과 시설 등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소재지가 어딘가에 따라 서열화하는 황당한 현실이다. 누군가 다니는 대학 이름을 물으면, 그냥 지방대라고 답하거나 숨기기 일쑤다. 급기야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내몰렸다.
기실 의치대 선호 현상 등으로 'SKY, 서성한중경외시…'라고 외워대는 대학 서열화는 완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신 '인 서울'과 지방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졸업 후 은사를 만나기 위해 모교를 찾는 것조차 주저하게 되더라는 한 지방대생의 고백이 안타깝다.
지방의 의대생과 서울대 공대생에게조차 좌절감을 안기고, 지방대생이 스스로 낙오자로 낙인찍는 현실에서 공교육 붕괴의 징후를 읽는다. 오늘도 학교에선 자퇴 행렬이 줄을 잇고, 이는 전염병처럼 대학에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의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서울대생 이야기가 낯설기는커녕 '국룰'이 돼가고 있다.
지방대는 '인 서울'로, '인 서울'은 명문대로, 명문대는 의치대로 옮겨가는 연쇄적인 '엑소더스'의 승자는 오로지 사교육뿐이다. 대입이 어떻게 바뀌든 사교육비는 해마다 최고를 경신 중이다. 외국어로 번역하기조차 민망한 '4세 고시'까지 생겨난 마당이니 더 말해서 무엇 할까.
오로지 성적순으로 의사가 되고, 모두가 서울만 향해 내달리는 사회가 두렵다. 이젠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이라는 말로 우리 교육을 설명하던 시대도 갔다. 전국 수백만의 아이들을 줄 세우는 걸로도 모자라 '인 서울'과 지방으로 갈라치기 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이미 획일화를 넘어 차별을 공고히 하는 파시즘의 단계로 접어들었다.
꽃다운 스무 살 청년 세대의 불안과 절망은 파시즘적 교육의 산물이다. 졸업생 아이들은 연애와 취업, 결혼 등을 모두 포기한 'N포 세대'라는 세간의 규정조차 사치스럽다고 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그들 모두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한 아이가 이렇게 대화를 매조지었다. 기성세대로서 딱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은 오래전에 버렸어요. 그저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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