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무력충돌…배경엔 33년 우정 탁신·훈센 불화있다

24일(현지시간)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이 교전을 벌여 태국 민간인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십여명이 부상했다. 인접국 사이의 영토 분쟁으로 보이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탁신 친나왓 가문과 훈센 가문의 30여년에 걸친 얽히고설킨 애증이 도사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20분쯤 태국 동부 수린주의 따 모안 톰 사원 인근에서 캄보디아군이 캄보디아군 병력 6명이 태국군을 향해 총격을 가하면서 전투가 개시됐다. 캄보디아군이 다연장로켓포 등을 동원해 민가를 포격하며 인명 피해가 커졌다. 태국군은 첫 피격을 당한 직후 F-16 6대로 공습하며 반격을 가했다.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이 먼저 캄보디아군 진지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11세기에 크메르 왕국이 건립한 것으로 추정되는 따 모안 톰 사원에선 지난 2월에도 두 나라 군대의 충돌이 있었다. 태국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는 자신들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는 사원이어서다. 국경 긴장이 고조되자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지난 6월 직접 수습에 나섰다.
패통탄 총리는 캄보디아의 실질적 지배자인 훈센 상원의장(전 총리)을 “삼촌”이라고 부르며 달랬다. 패통탄 총리가 “우리는 국경 충돌을 바라지 않는다”며 캄보디아 접경지를 담당하는 태국군 사령관을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촌’ 훈센 의장은 17분간 이어진 ‘조카’와 통화를 고스란히 녹음해서는 지인 80여명에게 돌려버렸다. 졸지에 자국군을 모욕한 꼴이 된 패통탄 총리는 정치적 위기에 몰려 헌법재판소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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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까웠는데…배신에 충격”

2011년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이, 2024년 탁신의 딸 패통탄이 태국 총리에 오르고 훈센 의장 역시 2023년 아들 훈마넷에게 총리직을 물려주며 우애는 가문 간 연대로 발전했다. 아플 땐 병문안을 가고, 서로 생일잔치를 챙겼다. 훈센 의장의 자택엔 탁신 전 총리 일가를 위한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탁신 전 총리가 실각했을 때도 훈센 의장이 그를 캄보디아 경제고문에 임명하며 우대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카지노 사업이 위협을 받은 게 불씨가 됐다. 올해 초 영토 갈등이 빚어지자 태국이 캄보디아로 가는 국경을 폐쇄했는데, 이 때문에 태국인 고객을 받을 수 없게 된 캄보디아 카지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다. 카지노는 훈센 의장의 재정 기반 중 하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국 경찰이 캄보디아에 근거를 둔 보이스 피싱 사기단을 수사한 게 훈센 의장의 격노를 초래했다고 태국 언론들은 전했다. 하필 이 사기단에 훈센 의장의 ‘진짜’ 조카가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탁신 전 총리는 훈센 의장에게 충격을 받은 듯 “정말 가까웠는데 내 딸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줄 거라 상상을 못 했다”고 언론에 토로했다. 그러자 훈센 의장은 “탁신이 나를 먼저 배신했다”며 묻어뒀던 과거를 꺼내 들었다. 1990년대 초 캄보디아의 훈센 정권을 뒤집기 위해 벌어진 쿠데타에 탁신 전 총리가 물밑 지원을 한 적이 있다. 훈센 의장은 ‘옛 형님’과 ‘옛 조카’에게 한마디 덧붙였다. “내가 앞으로 더 큰 폭로를 할 수도 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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